푸틴 불참하자 미·우·러 3자 정상회담 무산
트럼프, 러시아 협상단 수준 지적에 “실망 안해”
우크라이나 ‘패싱’하며 미·러 직접 협상 여지
트럼프, 러시아 협상단 수준 지적에 “실망 안해”
우크라이나 ‘패싱’하며 미·러 직접 협상 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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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를 방문, 환영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 대해 “나와 푸틴이 없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영국 방송 BBC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카타르에서 아랍에미리트(UAE)로 이동하는 전용기 내에서 취재진이 “이번 러·우 종전 협상을 위한 러시아 협상단 수준에 실망했느냐”고 묻자 “그렇지 않다. 어떤 일에도 실망하지 않는다”면서 이렇게 답했다.
전 세계적 주목을 끌었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3년 만의 첫 ‘직접 협상’이 일단 불발되자 이에 대한 유감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향후 우크라이나를 ‘패싱’한 채 미국과 러시아가 직접 종전 협상에 나설 여지도 엿보인다.
애초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날 터키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직접 협상에 참석할 경우 자신도 참석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일찌감치 불참을 시사해 양국 정상회담은 물건너갔고, 양국 대표단 간 회담도 하루 연기돼 일단 불발됐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 세부 계획상 이유로 이날 대표단 회동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며 16일 시작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16일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뿐 아니라 미국 대표단과 튀르키예 외무장관도 동석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러시아 측은 애초 이날 오전 10시(이스탄불 시간) 회담이 시작된다는 언론 보도를 부인한 뒤 오후부터 협상이 열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9시가 넘도록 협상은 열리지 않았다.
루스템 우메로프 국방장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이날 오후 이스탄불에 도착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11일 우크라이나와 직접 대화를 제안하며 이번 협상의 물꼬를 텄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최근 러시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측도 협상을 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마침내 응답한 것이다.
러·우 양국의 직접 협상이 이날 열렸다면 전쟁 초기인 2022년 3월 열렸다가 결렬된 협상 이후 3년 2개월 만의 조우가 된다.
특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정상끼리 만나자고 역제안해 푸틴 대통령의 화답여부가 주목됐다.
이에 중동을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도 이스탄불에 갈 수 있다고 말하면서 한때 3자 회동 가능성 기대감마저 높아졌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14일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크렘린궁 보좌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협상단을 발표, 사실상 불참을 공식화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 또한 불참하기로 했다.
당시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를 방문 중이던 젤렌스키 대통령도 15일 오후 이스탄불에는 자신이 가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이 불참함에 따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대표단이 협상 권한이 없는 장식용이라며 비난했다.
러시아 측 발표에 따르면 메딘스키 보좌관이 이끄는 러시아 대표단은 차관·국장급으로 구성됐다. 로이터 통신도 러시아가 ‘2급 대표단’을 보냈다고 평가했다.
반면 러시아는 대표단이 “자기 분야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됐다면서 “누가 장식용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나. 광대? 패배자?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이라고 반박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날 오후 뒤늦게 우메로프 장관을 단장으로, 정보·군·외교 당국 차관급으로 구성된 우크라이나 대표단을 발표했다. 러시아 대표단과 직급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양측은 협상의 ‘목표’를 놓고도 극명한 입장차를 보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대표단의 임무가 ‘휴전’을 논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미국이 제안한 ‘30일 휴전’부터 이행하라고 지속해서 요구해왔다.
반면 러시아는 이번 이스탄불 대화가 2022년 중단된 협상의 연장선으로, ‘장기적 평화 구축’이 목표라고 밝혔다.
2022년 결렬된 협상 당시 러시아의 요구안을 가져왔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당시 러시아의 요구안은 우크라이나의 항복으로 해석될 정도로 굴욕적이어서 우크라이나는 즉시 거부했다.
결국 16일 협상이 이뤄지더라도 뚜렷한 합의 없이 시간만 끌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무장관회의 참석차 튀르키예 안탈리아를 방문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16일 이스탄불에서 우크라이나 대표단과 회동할 예정이다.
그 역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협상 자체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며 “나의 판단으로는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이 문제에 관해 직접 소통하기 전에는 돌파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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