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피해자 규모는 파악도 안 돼…"20만명 추산"
日정부 상대 소송 이어지지만…"일본은 모든 걸 무시"
"우리는 위안부 피해자의 인권에 관심 있었나 자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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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흉상 |
(서울=연합뉴스) 김유진 인턴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97) 할머니가 지난 11일 별세하면서 위안부 문제 해결의 시급성과 필요성을 다시 환기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실제 규모는 파악조차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할머니의 별세로 이제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40명 중 생존자는 단 6명밖에 남지 않았다.
이 할머니를 추모하는 물결이 이는 가운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배상 조치는 언제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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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 영결식 |
◇ "제대로 된 사과도 받지 못한 채…"
이 할머니의 별세에 소셜미디어(SNS)에는 애도의 물결과 함께 일본 정부를 향해 공식적인 사과와 배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엑스(X·옛 트위터) 이용자 'bbb***'는 "결국 제대로 된 사과조차 받지 못한 채 또 한 분께서 돌아가셨다. 슬프고 화가 난다"고 썼다.
'the***'는 "슬프다. 소식이 들려올 때만 분노하고 뒤돌아서서 잊고선 일상을 살아가는 내가 밉다"고 적었다.
인스타그램 이용자 'lee***'는 "6년 전에 할머니를 직접 뵀는데 이렇게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무겁다. 밝은 할머니셨는데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시며 눈시울을 붉히셨던 모습이 생생하다. 하늘에선 행복하시고 마음 편히 지내실 수 있길 기도하겠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imn***'는 "과거 2000년대 초반 일본 정부는 '민폐를 끼친 것에 사과한다'는 식으로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이 문제가 고작 '민폐' 수준이라고 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12일 게재한 이 할머니 추모 게시글은 사흘 만에 1만8천여명이 재게시했고 2만2천여명이 공감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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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옥선 할머니 영정 사진 앞에 헌화하는 이용수 할머니 |
◇ "실제 위안부 피해자 약 20만명 추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별세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이제 한자리 수밖에 남지 않은 생존자 수가 조명된다.
그러나 우리는 실제 위안부 피해자의 규모를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언급되는 피해자·생존자는 정부 등록 기준일 뿐이다.
앞서 김영삼 정부 당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생계보조를 명분으로 공식 등록을 받은 결과 247명이 어렵게 세상 밖으로 나왔으나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피해자들과 학계 등은 지적한다.
게다가 247명 중 7명은 1995년 일본이 위안부 피해자에 화해금으로 준 '아시아여성기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정부 등록 위안부 피해자 명단에서 삭제되기도 했다.
위안부 피해자는 전수조사를 한 적이 한 번도 없지만 약 20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240여명이든, 20만명이든 이제 고령인 피해자들에 남은 시간이 얼마 없고, 역사의 '증인'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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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외침 |
◇ "일본 정부, 구체적 범죄 인정과 사죄 해야"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은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5일 청주지법은 위안부 피해자 고(故) 길갑순 할머니의 아들 김영만 씨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2억원을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는 국내 법원이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세 번째 판결이다.
앞서 2023년 서울고등법원은 이용수·김복동 할머니와 고 곽예남 할머니 유족이 낸 소송에서 일본 정부가 2억원씩을 배상하라고 했고, 2021년엔 서울중앙지법이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억원씩 배상하라고 했다.
2021년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측 소송대리인을 맡았던 양성우 변호사는 15일 "전쟁 당시에나 지금이나 일본의 행위는 국제법을 위반한 범죄행위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양 변호사는 "유엔에서도 수차례 일본 정부에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권고한 바 있지만 일본 정부는 이를 따르지 않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권고를 일본 정부가 지금이라도 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15년 '한일 위안부 문제 협상 합의'는 피해자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졸속 합의"라며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대내외적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 차원에선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외교적 보호권 행사와 같은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며 국내 법원이 인정한 배상 책임에 대해 일본 정부의 이행을 촉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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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일본 상대 국내법원 '위안부 피해 배상' 승소 판결 일지 |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이자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유엔에서는 일본 정부에 사과와 배상을 권고하고 있고, 또 2021년·2023년 그리고 올해까지 세 번에 걸쳐 일본 정부 상대로 진행된 위안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모두 승소했는데 일본은 이 모든 걸 무시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식민지배가 불법이었고 위안부 문제는 일본의 반인도적 범죄 행위임을 분명히 하며 일본의 책임을 묻는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며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모호한 입장 표시가 아닌 구체적인 인정과 사죄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혜경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 대표는 "우리가 위안부 할머니들의 인권에 대해서 그동안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었는가 하는 부분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아직도 많은 이들이 위안부와 근로정신대를 구별하지 못하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에 대해선 알려고도 또 공감하려고도 노력하지 않는다"며 "앞으로라도 그분들의 피해를 우리 사회가 깊이 공감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구체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uge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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