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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제공 |
검찰이 지난달 24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뇌물죄로 기소했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씨 부부가 받은 금전적 지원이 ‘문 전 대통령을 향한 뇌물’이라고 주장했다. 돈을 받은 건 문 전 대통령이 아닌 다혜씨 부부지만 문 전 대통령이 이를 알고 있었고, 평소에도 문 전 대통령이 이들의 생계를 돕는 등 ‘경제적 공동체’ 관계로 봐서 ‘뇌물죄의 공범관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면서 검찰은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통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뇌물사건 판례’를 비슷한 사례로 내세웠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검찰의 혐의 입증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두 전직 대통령 사건 판례가 명확히 이 사건에 들어맞지도 않을뿐더러, 검찰 스스로 문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행위를 적시하지 못했고 다혜씨 부부의 곤궁한 경제상황만 샅샅이 터는 식으로 경제적 공동체 관계 입증에만 집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이 내민 ‘이명박·박근혜 판례’ 논리…‘공범·경제공동체’ 입증이 관건
검찰이 문 전 대통령에게 적용한 뇌물죄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직무에 관해 뇌물을 받거나 요구한 경우’에 처벌되도록 규정돼 있다.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뇌물죄 입증의 필수요건이다. 그러면서 검찰은 ‘공무원과 공무원이 아닌 제3자가 범행을 공모하고 제3자가 뇌물을 받으면 모두에게 뇌물죄가 성립한다’는 판례도 제시했다. 돈을 받은 다혜씨 부부와 공무원인 문 전 대통령의 공모 여부가 뇌물죄 입증의 핵심이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검찰은 두 가지 판례를 내세웠다. 이명박 전 대통령 뇌물 사건과 박근혜 전 대통령 뇌물 사건이다. 각각 대통령의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을 입증하고, 제3자의 뇌물수수 사실과 그 공모관계를 입증해낸 대표적인 사건들이다.
먼저 이 전 대통령 사건은 ‘대통령의 직무권한은 폭넓게 인정되므로, 대통령 직위를 이용한 권한행사를 포괄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 인정된 사례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에게서 국회의원 공천 등 정치적·경제적 혜택을 기대한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 전 대통령 전 사위 서모씨의 취업, 서씨와 다혜씨 부부의 태국 이주 등을 지원했다고 봤다. 이 전 대통령 사건에서 보듯 국회의원 공천이 대통령이 법령상 관장하는 직무는 아니지만 대통령은 사실상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므로 대통령 직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 검찰은 다혜씨 부부가 이 전 의원과 친분이 없었지만,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을 통해 이 전 의원의 지원 내용 등을 들은 뒤 태국 이주를 직접 결정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또 민정비서관실이 이 전 의원과 연락하면서 태국 이주 정보를 다혜씨 부부에게 공유하는 등 취업 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직접 움직였기 때문에 문 전 대통령이 이를 보고받았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검찰은 ‘박근혜·최순실 경제공동체 논리’도 이 사건에 끌어왔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경제적 공동체라는 점을 인정하고, 최씨가 삼성 측으로부터 받은 금품이 박 전 대통령을 향한 뇌물이라고 결론난 사건이다. 검찰은 다혜씨 부부도 문 전 대통령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아오던 관계이기 때문에 양측의 관계를 경제적 공동체로 본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뇌물 입증 ‘미지수’”…재판 핵심은 ‘문재인의 역할’
문제는 검찰의 이 두 가지 논리가 재판과정에서 제대로 입증될지는 미지수라는 점이다. 법조계에선 “검찰의 수사내용만 놓고 보면 혐의 입증이 쉽지 않아 보인다”는 평가가 많다.
전문가들은 이 전 대통령 사건 판례의 경우 이 사건과 딱 들어맞지는 않는다고 분석한다. 이 전 대통령은 본인이 요구하고 챙긴 돈이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어려움 없이 단순 뇌물죄가 적용됐지만, 문 전 대통령의 경우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 전 의원이 국회의원 공천을 다시 받기 위해 다혜씨 부부를 지원했다고 하더라도 이 돈이 ‘문 전 대통령이 받은 뇌물’이 되려면 다혜씨 부부와 문 전 대통령의 공모 여부가 입증돼야 한다.
이 때문에 검찰은 박 전 대통령 사건 판례를 들면서 다혜씨 부부의 공범 관계와 경제적 공동체 관계 입증에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사건 공소장을 보면, 검찰은 다혜씨부부가 문 전 대통령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했음을 보여주는 다수의 증거들을 제시했다. 대부분 다혜씨 부부가 경제적으로 곤궁했고 문 전 대통령이 이를 계속 지원해왔다는 정황들이었다. 증거정황들 중에선 서씨의 어머니가 운영한 목욕탕 사업이 어려워졌다는 점까지도 나온다. 다혜씨 부부의 당시 예금계좌 잔고가 ‘200만원’ 뿐인 것도 증거로 냈다. 사실상 문 전 대통령 뇌물죄 입증을 위해 다혜씨 부부의 가계상황을 뒤진 셈이다. 또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이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장을 통해 이 전 의원의 서씨 지원 내용 등을 전달받았을 것이기 때문에 문 전 대통령과 다혜씨 부부가 공범관계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공소장에는 문 전 대통령 등의 ‘역할’이 정확히 어떤 것이었는지 불분명하다. 공범 관계에서의 뇌물죄 혐의가 입증되려면 공동정범들 간에 ‘범행을 저지르겠다’는 의사와 행위(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돼야 하는데, 객관적으로 각자 역할 분담을 통해 어떻게 범행에 기여했는지 뿐만 아니라 주관적으로 범행에 대한 고의성이 있었는지도 중요하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문 전 대통령 측은 “문 전 대통령은 민정비서관실로부터 사위 취업 및 태국 이주 관련 보고를 일체 받은 바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상훈 변호사(경제개혁연대)는 “딸 부부가 받은 지원 등을 문 전 대통령이 직접 받았다고 보기 어려워 검찰이 이들을 공모관계라고 주장하면서 기소했는데, 공소장에는 공동의 의사나 행위가 특정돼 있지 않다”며 “민정비서관과 특별감찰반장이 재판에서 문 전 대통령으로부터 지시를 받지 않았다고 증언하면, 다른 증거가 없는 한 공모관계 입증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최소한의 행위가 무엇인지 알기 어려운 무리한 기소”라고 말했다.
☞ 문재인 전 사위 어머니 목욕탕 사업 어려움까지 증거로 제시한 검찰
https://www.khan.co.kr/article/202505091727001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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