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대한민국교원조합 대선 정책제안서 전달식에서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지명자와 귀엣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민의힘이 김문수 대통령 후보 등록 뒤 닷새가 지나도록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정리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 김 후보와 김용태 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연일 서로 딴 이야기를 하며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헌정을 파괴하고 민생을 파탄 낸 내란 주범과의 절연은 김 후보와 국민의힘이 이번 대선에서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하기 위해선 반드시 해야만 하는 최소한의 기준이다. 이조차도 분명하게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풀지 못해서야, 후보도 당도 국정을 다시 맡겠다고 나서지 말아야 한다.
15일 당 전국위원회를 거쳐 공식 취임한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비대위원장으로서 (윤 전) 대통령께 정중하게 탈당을 권고드리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와이티엔(YTN) 라디오에 나와선 ‘윤 전 대통령 스스로 탈당하지 않는다면 출당도 가능하냐’는 질문에 “여러 방안 중에 하나의 방안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김 위원장을 지명한 김 후보는 이날도 “탈당 문제는 (윤 전) 대통령이 판단할 문제”, “대통령 후보로 나선 제가 ‘탈당하십시오, 마십시오’ 이야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선을 그었다. 탈당 요구도 제대로 못 하는데, 탈당하지 않는다고 언감생심 출당·제명을 추진할 수 있겠나.
다만 김 후보가 ‘대통령 후보가 탈당을 요구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전제를 깐 걸 두고는 자신은 아무것도 안 하면서 당이 알아서 탈당을 요구하라고 지침을 준 것 아니냐는 풀이도 나온다. 그 또한 무책임하고 비겁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대다수 국민이 지금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고 탄핵의 강을 건널 수 있는지 묻는 주된 대상은 옛 집권당 대통령 후보인 김 후보이지, 김 후보가 지명한 임시직 당대표가 아니다. 윤 전 대통령 거취 정리는 당에 슬쩍 떠넘기고 김 후보 자신은 극렬 지지층 입맛에 맞는 주장만 반복하는 꼼수로는 ‘김 후보의 입장은 뭐냐’는 대다수 국민의 당연한 질문을 회피할 수 없다.
파면된 내란 주범과의 관계조차 정리하지 못하고 오락가락하는 김 후보와 국민의힘을 보며 많은 국민들은 이미 기대를 접고 냉소를 보내고 있다. 이제 와선 윤 전 대통령이 설사 자진 탈당한다고 해도 진정성 없는 한편의 쇼로 받아들여질 뿐이다. 김 후보와 국민의힘이 진심으로 국민의 마음을 돌리고자 한다면 서로 역할을 분담해 탈당을 애걸할 게 아니라, 입과 발을 맞춰 단호하게 출당·제명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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