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리아 제재 해제…이란엔 핵 협상 압박
FT “네타냐후, 관전자 신세로 밀려나”
FT “네타냐후, 관전자 신세로 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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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관계에서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대통령 취임 전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친밀 관계를 드러내왔지만 이번 중동 순방 일정에서 이스라엘이 소외된 것을 넘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핵 협상과 시리아에 대한 제재 해제를 연일 발표하면서 양국 정상 사이에 균열이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스라엘과 관련한 중동의 여러 사안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결별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달 7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맞이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관계에서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대통령 취임 전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친밀 관계를 드러내왔지만 이번 중동 순방 일정에서 이스라엘이 소외된 것을 넘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핵 협상과 시리아에 대한 제재 해제를 연일 발표하면서 양국 정상 사이에 균열이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스라엘과 관련한 중동의 여러 사안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결별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 핵협상·시리아 제재 완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1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아흐메드 알샤라 시리아 과도정부 대통령(왼쪽)과 악수하고 있다. [UPI] |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3일 제재를 해제한 것도 이스라엘과의 엇박자를 드러내는 대표적 사례다. 이스라엘은 시리아와 적대 관계로 1960년대 중동 전쟁 때부터 골란 고원을 두고 분쟁을 지속해왔으며 가자지구 전쟁 때에도 시리아와 타격을 주고받았다.
이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제재 해제를 발표한 다음날인 14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의 전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대통령과 처음으로 만나 회담했다.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 정상을 만난 것은 25년 만이다.
이와 관련해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달 미국 백악관을 방문할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시리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네타냐후 총리의 요구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거부한 만큼 양국 간 불협화음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예멘에서도 미국은 친이란 반군 후티와 휴전을 선언했으나 이스라엘은 이를 무시하고 공습을 계속하고 있다. 앞서 미국과 예멘 후티 반군은 지난 6일 전격적으로 휴전에 합의했다. 이는 이스라엘이 반대하는 사안이기도 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직접 협상에 나서기로 하면서 이스라엘의 역린을 건드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미국과 이란은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11일까지 4차례에 걸쳐 오만의 중재로 고위급 핵협상을 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순방 첫날부터 회유와 압박을 병행 이란에게 핵 협상을 강조하고 있다.
전문가들 “거래 중시하는 트럼프…이스라엘은 대미 투자 여력 없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달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 참석한 모습. [게티이미지] |
네타냐후 총리 재임 중 가장 핵심적인 안보 이슈인 이란과 관련한 문제는 네타냐후 총리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을 비롯한 전직 미국 대통령과도 충돌한 바 있을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현재 이 같은 주요 현안에서 관전자 신세로 밀려나게 됐다고 FT는 전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실의 중동 전문가인 조너선 패니코프는 미국이 지난 2주 동안 보인 중동 정책들은 그동안 이스라엘이 미국 행정부로부터 누려왔던 특별한 대우가 더 이상 적용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거래와 무역·투자 중심의 의제를 추진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며 “미국과 이스라엘이 역사적으로 긴밀히 공조해왔던 전통적인 정치·안보 이슈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우선순위와 잘 맞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만의 방식을 밀고 나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 주미 이스라엘 대사 마이클 오렌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이 미국에 대한 투자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스라엘은 미국에 1조 달러를 투자할 수 없는 반면 사우디와 카타르는 그럴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에 식량 유입을 차단하겠다는 이스라엘 측 결정을 지지했고 이란과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 네타냐후 총리와 보조를 맞출 가능성도 있다고 FT는 전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카타르 도하에서 ‘이번 순방이 이스라엘을 소외시키는 것이냐’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중동 국가들, 사실상 모든 국가들과 나처럼 관계를 맺는 것은 이스라엘에 도움이 된다”며 “이건 이스라엘에게 아주 좋은 일”이라고 답했다.
가자지구 종전 원치 않는 네타냐후, ‘노벨평화상’ 꿈꾸는 트럼프에겐 걸림돌
15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서 한 남자 아이가 이스라엘의 주택 공격 현장한가운데 서 있는 모습. [로이터] |
그럼에도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 전쟁을 멈추지 않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 사항을 들어주지 않는 부분으로 지목된다. 특히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지속하는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1기 재임 중 최대 외교 성과로 꼽히는 ‘아브라함 협정(이스라엘과 중동 아랍·이슬람권의 국교 정상화 협정)’을 진전시키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렌은 “중동 부국들이 이란과의 대화 추진과 시리아와의 긴장 완화를 선택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고 중동 국가들을 상대로 아브라함 협정 참여를 촉구하는 것은 추진하는 것은 스스로를 평화 중재자라고 부르는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려는 꿈을 실현하는 데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아직까진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행보에 대해 별도 입장을 내지 않은 상태다. 다만 네타냐후의 핵심 참모진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만족스럽진 않다”고 FT가 소식통을 통해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