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헤럴드경제 언론사 이미지

‘가산금리 억제’ 공약에 은행권 긴장…“세전이익 5~10% 줄 수도” [대선 금융 이슈①]

헤럴드경제 김은희
원문보기

‘가산금리 억제’ 공약에 은행권 긴장…“세전이익 5~10% 줄 수도” [대선 금융 이슈①]

속보
박성주 국수본부장, '통일교 의혹' 수사 관련 간담회
민주당 ‘가산금리 손질’ 은행법 개정안에
이재명 후보, 주요 공약으로 내며 힘실어
“법적비용 제외 시 상환부담 완화 기대”
김문수 후보 측 “자율성 저해” 반대 의견
은행권 “시장 논리 어긋나, 본업 흔든다”
은행의 가산금리 산정 항목에서 법적비용을 제외하는 방안이 제21대 대통령 선거 주요 공약으로 제시됐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 모습. [연합]

은행의 가산금리 산정 항목에서 법적비용을 제외하는 방안이 제21대 대통령 선거 주요 공약으로 제시됐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다음달 3일 치러지는 제 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출 가산금리를 손질하는 공약을 제시했다. 민주당이 이미 가산금리 산정에서 법적비용을 빼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추진하고 있는데 여기에 힘을 실은 것이다. 은행권은 이러한 가산금리 억제가 예금 등으로 조달한 자금을 대출하는 본업을 흔드는 조치로 시장 논리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1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은행이 대출 가산금리 산정 때 법적비용을 금융소비자에게 부당하게 전가하는 것을 막아 원리금 상환 부담을 덜겠다고 공약했다.

대출금리는 시장에서 공표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지수), 금융채 금리 등을 반영한 지표금리(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가감조정금리)를 빼는 방식으로 산정된다. 가산금리에는 업무원가, 법적비용, 위험프리미엄, 기대수익률 등이 포함되는데 여기서 법적비용을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은행이 그간 법적비용이라는 명목하에 지급준비금과 예금보험료, 각종 신용보증기관 출연금 등의 비용 부담을 대출 차주에게 떠넘겨 왔다는 게 이 후보의 주장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경우 가산금리 산정과 관련해 분명한 입장을 내놓진 않았지만 은행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당과 결을 같이하는 모양새다.

김문수 후보 캠프에서 정책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상훈 의원은 “금융시장의 자율성을 저해하는 법안”이라며 은행의 자율적인 금리 산정 체계를 과도하게 규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은행이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오히려 우대금리를 축소하거나 취약 차주에 대한 대출을 거부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국민의힘은 보고 있다.


제21대 대통령 선출을 위한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12일 이재명(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전 으능정이거리 스카이로드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대구 서문시장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

제21대 대통령 선출을 위한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12일 이재명(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전 으능정이거리 스카이로드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대구 서문시장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



이 후보의 공약대로 가산금리 산정에서 법적비용이 빠지면 최종 대출금리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했음에도 금융소비자가 실질적인 대출금리 인하 효과를 느끼지 못한 이유가 은행의 높은 가산금리가 대표적 원인이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3월 신규취급액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평균 가계대출 가산금리는 3.15%로 지난해 9월(3.09%)보다 0.06%포인트 높다. 같은 기간 금리산정의 기준이 되는 지표금리가 3.26%에서 2.91%로 0.35%포인트 내린 것과 상반된다. 여기에 은행들이 우대금리까지 1.00%포인트 높이면서 최종 대출금리는 4.30%에서 4.45%로 0.15%포인트 올랐다.

기준금리가 0.75% 인하될 동안 대출금리는 되레 오른 것이다. 반면 예금금리는 즉각 낮아졌고 은행의 수익과 직결되는 예대금리차(예금·대출 금리 차이)는 2년 반여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른 상황이다.




은행으로서는 법적비용을 가산금리에 반영할 수 없게 되면 그만큼 수익이 줄어든다. 법적비용이 대출금리에 어느 정도 반영되는지는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영향을 파악하긴 어렵지만 시장에선 세전이익이 많게는 10%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공공 역할과 관련한 일회성 비용소요보다 가산금리 억제 등 가격 규제 영향이 크게 나타날 전망”이라며 “예보료·출연료의 금리 반영 비율을 10~30% 수준이라고 가정할 때 세전이익을 5~10%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가산금리를 억제하더라도 은행이 본점·영업점 전결금리나 부수거래 감면금리 등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방안으로 어느 정도 실질 금리를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수신금리를 밀어 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


금융당국이 강력한 가계대출 관리 기조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강제 금리 인하가 대출 확대를 부채질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은행권 일각에선 패스트트랙을 탄 은행법 개정을 이미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국민의힘과 전격적인 합의가 없는 한 본회의 상정까지 이대로 간다고 봐야 하지 않겠냐”며 “최초 안에서 금리산정방식 법제화와 가산금리 항목별 공시 의무가 빠진 것이라 더 이상의 의견 반영은 어려워 보인다”고 귀띔했다.

다만 벌칙 조항에 대해서는 강도가 높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 최종 개정안에서 반영될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지난해 12월 재발의된 은행법 개정안에는 법적비용을 대출금리에 반영한 은행 임직원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 제재를 받도록 하는 형사처벌 규정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