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주가 수익률이 부진했던 엔비디아가 다시 상승 모멘텀을 받고 있다. 엔비디아 주가는 이번주 들어 14일(현지시간)까지 3일간 16.0% 급등하며 올들어 수익률이 플러스로 돌아섰다.
지난 12일 엔비디아 주가를 5% 이상 끌어올린 것은 미국과 중국이 상대국에 대한 관세 대부분을 90일간 유예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었다. 중국에 대한 미국 정부의 AI(인공지능) 칩 수출 제한 조치가 해제된 것은 아니었지만 미중 무역 갈등이 완화된 것만으로도 엔비디아 주가를 내리누르던 무거운 악재가 가벼워진 효과가 있었다.
지난 13일엔 엔비디아의 성장세를 촉진할 수 있는 대형 호재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우디 아라비아 방문에 맞춰 사우디 정부의 국책 AI 투자기구인 휴메인이 향후 5년간 엔비디아와 AMD의 AI 칩을 사용해 사우디 내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발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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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올들어 주가 추이/그래픽=이지혜 |
지난 12일 엔비디아 주가를 5% 이상 끌어올린 것은 미국과 중국이 상대국에 대한 관세 대부분을 90일간 유예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었다. 중국에 대한 미국 정부의 AI(인공지능) 칩 수출 제한 조치가 해제된 것은 아니었지만 미중 무역 갈등이 완화된 것만으로도 엔비디아 주가를 내리누르던 무거운 악재가 가벼워진 효과가 있었다.
지난 13일엔 엔비디아의 성장세를 촉진할 수 있는 대형 호재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우디 아라비아 방문에 맞춰 사우디 정부의 국책 AI 투자기구인 휴메인이 향후 5년간 엔비디아와 AMD의 AI 칩을 사용해 사우디 내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발표한 것이다.
타레크 아민 휴메인 최고경영자(CEO)는 엔비디아 블로그에 "엔비디아와의 파트너십은 AI 및 첨단 디지털 인프라 분야를 선도하는 국가가 되기 위한 사우디의 야심을 실현해줄 대담한 전진"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자사 AI 칩 1만8000개를 휴메인에 공급해 최대 500메가와트 규모의 데이터센터 구축에 참여하게 된다. AMD는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휴메인과 향후 5년간 100억달러 규모의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휴메인은 사우디를 글로벌 기술 허브로 만들기 위한 1000억달러 규모의 '초월 프로젝트'(Project Transcendence)를 추진하고 있으며 데이터센터 건설은 이 계획의 하나다. 휴메인의 의장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맡고 있다.
휴메인의 AI 투자가 주목을 끄는 이유는 각국 정부의 AI 투자가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하드웨어 기업들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올들어 주가 부진은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로 중국 AI 시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와 함께 성장성이 둔화될 것이란 일각의 전망 때문이었다.
엔비디아는 전체 매출액의 약 40%를 하이퍼스케일러 기업, 즉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 같은 대규모 클라우드 시스템을 보유한 기업에 의존해왔다. 이 때문에 하이퍼스케일러 기업의 자본지출 증가세가 곧 엔비디아의 성장 잠재력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2022년 11월 챗GPT 출시 이후 2년 이상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이 이어지면서 이들 기업의 자본지출 증가세도 정점을 찍고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고 엔비디아의 미래 성장세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각국 정부의 AI 투자는 둔화되는 민간 하이퍼스케일러들의 AI 칩 수요를 보완할 수 있는 대체 수요로 주목 받는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이미 2023년 11월 실적 발표 때 "이제 컴퓨팅 역량에 대한 국가 차원의 투자는 새로운 경제적 필수 조건"이라며 "사람들은 자국의 지식과 문화를 다른 나라에 수출한 뒤 다른 누군가가 AI를 그들에게 다시 판매하도록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애널리스트인 비벡 아리야는 각국 정부의 AI 투자가 장기적으로 전체 AI 인프라 시장의 10~15%를 차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연간 약 500억달러 규모의 시장으로 엔비디아와 AMD 등 AI 하드웨어 기업에 막대한 기회가 될 수 있다.
번스타인 리서치는 "사우디는 AI에 전략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할만한 자금력이 충분한 국가"라며 "(휴메인과의) 이번 계약은 AI 지출 감소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완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웨드부시 증권도 "AI 혁명이 사우디로 향하고 있다"며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는 향후 10년간 AI 칩과 소프트웨어, 자율주행, 로봇 기술, 데이터센터의 주요 구매자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리야드는 AI 인프라 구축에 청신호를 켰고 이는 앞으로 엔비디아와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 테슬라 등 많은 관련 기업에 엄청난 시장 기회를 열어줄 것"이라며 "우리는 사우디가 장기적으로 글로벌 AI 시장에 1조달러의 부가가치를 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반면 씨티 리서치는 이번 엔비디아와 휴메인의 계약이 AI 수출과 관련한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국가간 협상 방식을 보여주는 좋은 신호이긴 하지만 다른 국가들과의 협상에서도 이 같은 성공이 반복될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국가에 대한 미국 정부의 AI 칩 접근 제한이 더 강화될 위험도 여전하다고 밝혔다. 결국 각국 정부의 AI 투자 시장에서는 국가간 협상이 동반돼야 한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있다는 의견이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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