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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 쓰러진 아내 보고도…"엮이기 싫다" 테니스 치러 간 남편

머니투데이 류원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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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 쓰러진 아내 보고도…"엮이기 싫다" 테니스 치러 간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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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집에서 피 흘리며 쓰러진 아내를 보고도 테니스를 치러 나가 중태에 빠뜨린 60대 남성이 법정 구속을 면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9단독 강태호 판사는 유기치상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A씨(64)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유기 행위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했다.

A씨는 2023년 5월 9일 오후 6시12분쯤 인천 강화군 자택에서 화장실 바닥에 피 흘리며 쓰러진 아내 B씨(50대)를 보고도 구호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나 의식불명 상태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테니스를 치러 가기 위해 옷을 갈아입으려고 집에 들렀다가 쓰러진 B씨를 발견했다. 당시 A씨는 B씨 모습을 촬영해 의붓딸에게 전송한 뒤 전화로 "내가 건드리면 가정폭력 문제가 발생하니까 그대로 나간다"고 말했다.

B씨는 외상성 경막밑 출혈(뇌출혈)로 쓰러진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딸 신고로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뇌사 상태에 빠졌다.

A씨는 과거 가정폭력으로 3차례 형사 입건됐지만, B씨가 처벌불원 의사를 밝혀 사건이 모두 종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내하고 그런 일로 더 엮이기 싫어서 그냥 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폭행 정황 등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며 A씨에게 유기 혐의만 적용해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보완 수사를 통해 B씨가 병원에 이송되기 전까지 뇌출혈이 계속된 점과 치료 시기가 늦어져 의식불명 상태에 이른 점 등을 확인, 혐의를 유기치상죄로 변경해 기소했다.

검찰은 지난 3월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유기한 부분에 대해서는 자백해 유죄로 인정된다. 유기 정도가 중하고 피해자 측은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면서도 "유기 행위로 피해자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것에 대해서는 행위와 결과에 상당한 인과 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의 경막밑 출혈이 정확히 언제 발생했는지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알 수 없다"며 "피고인이 피해자를 구조했더라도 뇌사 상태에 빠지지 않았을 거라고 단정하기 어려워 상해 책임을 물을 수 없다. 피고인이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과 동종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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