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15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APEC 통상장관회의' 개회식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
제주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에서 한미 통상장관이 만남을 갖는다. 지난달 25일 한미 재무·통상 2+2 협의가 열린 이후 3주만이다. 미국이 영국과 중국 등 주요국과 관세 협상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한국과의 통상협의가 진전을 이룰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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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만에 다시 만난 한미 통상장관…관세 협상 속도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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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부터 16일까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전세계를 대상으로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통상책임자인 그리어 대표의 APEC 통상장관회의 참석은 큰 관심을 받았다. 세계 최대 경제협력체인 APEC은 자유무역과 다자무역체제의 지지를 통해 번영을 이뤄야 한다는 기조를 갖고 있다. 보호무역주의를 추구하는 현재 미국의 입장과 상반된다.
이번 회의에서 의장을 맡은 정인교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개회식 모두발언을 통해 "오늘날 다자무역체제가 시험대에 올랐다"며 APEC의 존재 이유와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미국은 무역 전쟁의 중심에 선 만큼 이번 회의 기간 중 여러 국가들과 양자회담을 갖고 주요 통상현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의장국인 우리나라와는 두 번의 만남이 예정됐다. 이날 저녁 정 본부장과 그리어 대표가 만남을 갖고 오는 16일에는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그리어 대표와 회동한다. 앞서 지난달 25일 안 장관과 그리어 대표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재무·통상 '2+2' 협의를 통해 관세 유예가 종료되는 오는 7월8일까지 관세 협상 패키지를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최근 미국이 영국, 중국 등 주요국과 연달아 관세 협상을 타결하는 등 속도를 내는 상황이어서 우리나라와의 관세 협상에도 어느정도 진전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지난달 2일 한국에 대해 25%의 관세(기본관세 10%+상호관세 15%)를 부과했으며 상호관세 15%에 대해선 오는 7월8일까지 유예한 상태다. 또한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인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등에 대해서는 25%의 품목관세가 부과됐다.
이날 통상장관회의 개회식에 앞서 기자들과 오찬을 가진 정 본부장은 "우리 나름대로의 전략이 있다"며 "어제(14일) 미국측과 실무 업무협의를 했고 오늘 제가 그리어 대표와 만나면 또 다른 정보가 축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제가 할 얘기와 장관께서 할 얘기는 분리해 놨다"며 "그리어 대표가 한국에 와 있을 때 최대한 우리가 협의를 질서있게 하는 쪽으로 접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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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국 등 8개국과 릴레이 양자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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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이 15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APEC 통상장관회의'에 참석해 리청강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협상대표 겸 부부장과 면담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
아태지역 주요국의 통상장관이 한 자리에 모인 만큼 회의 기간 중 다양한 형태의 양자회담이 활발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14일부터 16일까지 3일간 릴레이 양자면담을 추진한다. 첫 이틀동안에는 파푸아뉴기니, 필리핀, 멕시코, 중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홍콩, 뉴질랜드 등 8개국과 통상 현안을 논의했다.
정 본부장은 이날 오전 리 청강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협상대표(장관급)와 만나 다자체제 협력과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에 합의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서비스·투자 후속 협상 실무협의가 진전되고 있는 만큼 협상 가속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크리스티나 A. 로케 필리핀 통상산업부 장관과의 면담에서는 교역·투자 확대, 공급망 협력 등 경제협력 강화 방안을 폭넓게 논의했다. 양국은 '무역, 경제 및 에너지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자동차, 금형, 자원개발 등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루이스 구티에레스 멕시코 경제부 통상차관에게는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미국의 관세 조치로 인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 한국 기업이 겪고 있는 세금·통관 등의 애로 해소도 요청하는 한편 중단된 한-멕 FTA 논의를 조속히 재개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도 공유했다.
뜽쿠 자프룰 말레이시아 투자통상산업부 장관과는 전기차 배터리 공장 전력공급 중단사태 등 주요 현안을 논의하면서 말레이시아측의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한-말레이시아 FTA 협상의 조속한 체결을 위해 고위급 차원에서 적극 지원할 것도 약속했다.
응우옌 홍 지엔 베트남 산업무역부 장관에게는 현지에서 활동 중인 9000여개의 한국기업이 안정적으로 경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미국과 관세 협상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정 본부장은 응고지 오콘조 이웰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과도 면담을 진행하고 WTO가 기후변화, AI 등 새로운 통상 이슈를 다루는 포럼으로 거듭나야 함을 강조했다.
박종원 통상차관보는 자신타 와라카이 마누아 파푸아뉴기니 국제무역투자부 차관과의 면담을 통해 핵심광물·재생에너지 등에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알제논 야우 홍콩 상무경제발전국장과의 면담에서는 양자 간 교역·투자 확대 등을 협의했다.
지난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관세 협상을 타결한 미국과 중국은 이날 다시 제주에서 만남을 가졌다. 제네바 합의 사흘만에 그리어 대표와 리 청강 대표가 회동하면서 추가적인 관세 협상에 물꼬가 트일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제주=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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