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이데일리 언론사 이미지

‘원화 절상’에 베팅하는 시장…환율 30원 가까이 ‘뚝’

이데일리 이정윤
원문보기

‘원화 절상’에 베팅하는 시장…환율 30원 가까이 ‘뚝’

속보
특검, '김건희 로저비비에 수수' 김기현 부인 내일 2차소환
환율 장중 30원 가량 급락, 1391원 터치
한미 환율 실무 협상에 ‘원화 강세’ 기대
달러화 소폭 약세…주요 아시아통화 강세
환율 하락 지속성엔 ‘의문’…변동성 지속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한국과 미국의 ‘환율 협상’ 소식에 외환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 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달러 약세를 위해 원화 가치를 절상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급락했다. 추세적인 하락이라기 보다는 당분간 환율 협상 여파가 이어지면서 환율은 널뛰기 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환율 1420원→1390원 ‘급락’

15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오후 2시 54분 기준 전 거래일 종가(1420.2원)보다 23.4원 내린 1397.8원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날 환율은 역외 환율을 반영해 전 거래일 종가보다 9.3원 내린 1410.9원에 개장했다. 개장 직후부터 환율은 하락 폭을 확대하며 오전 중에 1400원을 하회했다. 이후에도 하락세는 이어지며 오후 12시 38분께 1391.0원까지 내려왔다. 전일 종가 대비 29.2원이나 하락한 것이다.

한국과 미국의 환율정책을 다루는 당국자들이 본격적인 실무 협상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원화 강세 기대는 커졌다. 지난달 진행된 한미간 ‘2+2 통상협의’에서 양국은 환율정책과 관련해 별도로 논의하기로 합의를 봤는데, 세부적인 방안들을 두고 본격적인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 알려졌다.

한미 환율 협상 소식이 전해진 이후 미국이 무역협상 테이블에 “환율 의제는 포함하지 않는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달러 약세, 원화 강세에 베팅하고 있는 것이다.

그간 미국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대만, 인도, 베트남, 독일 등이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자국 통화를 평가절하하고 있다고 의심해 왔다. 이 때문에 매년 환율보고서를 발표하고 미국을 상대로 큰 규모의 무역 흑자를 내고 있는 국가들을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해 압박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이같은 압박은 한층 강화됐다.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선포한 트럼프 대통령은 대미 무역 흑자 규모가 큰 나라들이 ‘환율 조작’을 하고 있다고 저격했다. 이 때문에 미국이 이들 국가의 통화 가치를 절상하는 ‘제2의 플라자 합의’를 구상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이달 초 미국과 대만 간 환율 협상 소식을 계기로 대만달러가 급등한 상황과 비슷한 흐름이 연출되고 있다. 이에 엔화를 비롯한 아시아통화가 동반 절상되면서 환율 하락에 일조하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146엔대, 달러·위안 환율은 7.20위안대로 모두 소폭 강세다.

달러화는 소폭 약세다. 달러인덱스는 이날 새벽 1시 54분(현지시간) 기준 100.90을 기록하고 있다. 101에서 내려온 것이다.


위재현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원화 절상에 무게를 두면서 달러 약세 폭보다도 환율 하락 폭이 과도하다”며 “외국인들이 포지션을 꺾었고 이례적인 수준으로 달러 매도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 하락 지속될까…‘변동성’ 주의보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달 들어 환율은 1370~1440원 사이의 넓은 레인지에서 움직이고 있다. 특히 야간장뿐만 아니라 정규장에서도 환율이 30원 이상 벌어지며 변동성이 크다.

위 이코노미스트는 “통상협상에서 환율 문제가 논의됐다는 언급만으로 과도한 속도로 포지션을 되감는 수급 쏠림 현상이 관찰됐다”며 “게다가 호가가 얇고 내국인 수급 반영이 부족한 야간장 혹은 역외 환율에서 이러한 현상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 외환시장에선 미국과의 환율 논의를 둘러싼 의구심이 남아있는 만큼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환율 하락이 지속될 것이라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전망이다.

위 이코노미스트는 “환율이 지속적으로 1300원대에 안착하려면 달러 약세 흐름이 뒷받침 돼야 한다”며 “환율 논의가 아니고 미국의 금리 인하, 경기 둔화 신호가 있는, 구조적인 달러 약세가 돼야 한다. 추세적인 환율 하락일지는 좀 더 봐야할 듯 하다”고 강조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원화 절상 요구를 우리가 어느 정도는 수용할 것으로 본다. 뉴스에 따라 환율 변동성이 계속 있을 것”이라며 “미중 관세 협상이 진척될수록 위안화도 절상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원화 강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