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맞아 일성여중고 감사 행사
선생님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일성여고 학생 |
(서울=연합뉴스) 이민영 기자 = "아침 등교 시간에 바쁘실 텐데 수학 문제를 한 문제 한 문제 가르쳐 주실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가슴 찡한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선생님 은혜는 하늘보다 높고 세상과 바다와 비교할 수 없습니다"
스승의 날인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일성여자중고등학교 1학년 4반 교실에 모인 학생들은 자신들보다 훨씬 젊은 선생님을 모시고 "감사합니다"를 외쳤다.
일성여중·고는 제때 학업을 마치지 못한 40∼80대 여성 만학도들이 중·고교 과정을 공부하는 2년제 학력인정 평생학교다.
이날 초록색 칠판 위에는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쓴 손편지들이 하트 모양의 색종이 주변에 옹기종기 붙어 있었다.
희끗희끗한 머리와 돋보기안경을 낀 학생들은 교단에 선 선생님을 향해 활짝 웃으면서 '스승의 은혜' 노래를 불렀다.
학생들은 노래 도중 선생님을 향해 머리 위에 손으로 만든 하트를 그려 보이기도 했다.
선생님에게 하트를 그려 보이는 학생들 |
16년째 이 학교에서 만학도들을 가르쳐 온 강래경(43) 선생님은 학생들이 준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고 "끝까지 건강하게 행복하게 우리 모두 졸업장 받았으면 좋겠어요. 할 수 있죠?"라고 물었다.
만학도들은 학급 급훈인 "포기는 없다. 졸업만 있다"를 외치면서 "네!"라며 화답했다.
강 선생님은 사은회를 마치고 "입학 후 함께 소풍을 가고 밥을 먹었던 순간을 영상에 담았다"며 그간 찍은 사진들로 영상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스승의 날' 선물로 전해줬다. 학생들은 "와! 감사합니다"라며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1학년 4반 '반장'을 맡은 라순옥(63)씨는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언니와 동생을 위해 공부를 포기했는데, 배우고 싶은 욕망 때문에 학교에 나오게 됐다"며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열심히 배우겠다"고 다짐했다.
서순옥(64)씨도 "국민학교(초등학교) 졸업 후 중학교를 다니지 못했을 때 버스에서 교복을 입은 친구를 보면 참 부러웠다"고 과거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기례(80)씨는 "남양주에서 매일 통학하고 있다. (집에서 학교까지) 2시간 반, 왕복으로는 5시간 가까이 걸리는 탓에 첫차를 타고 등교하고 있어 힘들 때도 있지만 학교에 와 있는 시간이 행복하다"며 "공부를 못해 한이 된 세월을 보상받기 위해 열심히 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한모(68)씨도 "어린 시절에는 아버지 농사를 돕고, 결혼 후에는 남편과 식당을 10년 정도 운영하느라 공부를 못했다"며 "선생님들이 재미나게 가르쳐주셔서 다음날에는 '어떤 걸 가르쳐 주실까?' 궁금증 때문에 계속 (학교에) 나오게 된다"고 말했다.
이날 일성여중고는 스승의 날을 맞아 사은회를 열면서 졸업한 선배들을 초청해 졸업생 특강도 마련했다.
mylux@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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