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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연장, 선택의 시간]다자녀 근로자에 정년연장…사업장 규모별로 시기 다르게

아시아경제 최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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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연장, 선택의 시간]다자녀 근로자에 정년연장…사업장 규모별로 시기 다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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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정년 60세→65세 검토
정년 연장 TF서 사회적 논의 착수
국힘, 정년유연화·계속고용제 추진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 연계
더불어민주당에선 현행 60세인 법정 정년을 65세로 연장하기 위해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 개정안이 발의되고 있다. 박홍배 의원은 관련법 개정을 통해 정년 연장의 단계적인 상향 조정을 주장했다. 60세인 정년을 개정안 시행일부터 2027년까지 63세로 늘리고 2028년부터 2032년까지는 64세, 2032년 이후에는 65세로 올리는 게 골자다. 강훈식 의원 등은 다자녀를 둔 근로자에 한해 정년 연장을 허용하자고 제안했다. 강 의원은 "2명 이상의 자녀를 둔 근로자의 정년을 연장해 보다 안정적인 자녀 양육환경 조성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정 의원은 사업장 규모별로 정년 연장 시기를 다르게 적용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구체적으로 정년 연장을 65세로 설정하고 상시 근로자 300명 이상인 사업장 등은 법 시행 5년 후, 50명 이상 300명 미만인 사업장은 2년 후, 상시 5명 이상 50명 미만인 사업장은 1년 후 적용하도록 했다. 박 의원은 "소규모 기업부터 순차적으로 정년 연장을 도입해 우려와 부작용을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말 '정년 연장 테스크포스(TF)'를 발족하며 사회적 논의를 위한 작업에도 착수했다. TF는 오는 9월까지 노사와 함께 논의를 거쳐 관련 법안을 다듬고 11월까지 입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정년 연장을 통해 고령층의 고용 지속성을 확대하고 나아가 국가 생산성 유지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포석이다. 한국노총 등 주요 노동단체가 전면 지지를 선언하면서 정치적 추진 동력도 확보했다.

하지만 제도화를 하면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적잖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정년 연장 정책의 핵심은 고령층의 정년을 늘리면서도 청년층의 일자리 진입에는 전혀 영향이 없어야 한다. 정년 연장을 '제로섬'이 아닌 '윈윈'으로 풀겠다는 것이다. 상호 연관성이 큰 만큼 이들 사이의 역학관계를 해소하는 게 관건이 될 전망이다.

기업에선 민주당의 정년 연장 정책이 인건비 상승, 생산성 저하, 인사 적체 문제 등과 직결해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정년 연장이 의무화할 경우 고령 근로자에 대한 재교육 및 재배치 비용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정년연장 TF 관계자는 "노동자, 사측, 정부는 물론, 청년 및 부모 세대가 함께 논의해 접점을 찾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후보가 꺼내든 '주 4.5일제'와 장기적인 '주 4일제' 전환이 정년연장 문제를 풀 실마리로 본다. 노동시간을 줄여 청년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고령층은 보다 유연하게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인 셈이다. 이 후보는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하로 노동시간을 단축하겠다"고 설명했다.


당은 포괄임금제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 하루 근로시간 상한제, 최소휴식 시간 도입 등도 함께 논의할 뜻을 내비쳤다. 정년 연장 문제와 더불어 노동자의 권리 강화를 위한 포괄적인 노동 개혁을 함께 논의 테이블에 올리겠다는 것이다. 단일 조항의 개정작업에 그치지 않고 노동시장 전반의 재편을 목표로 하는 셈이다.

국민의힘도 정년을 늘리는 문제에 고심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산업 현장에서 일할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데다 정년(60세)과 연금 수급 시기(65세) 사이의 공백 문제가 현실화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달리 법 개정보다 정년 유연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노사 합의에 따라 정년을 선택적으로 늘리는 방향이다.

국민의힘은 정년 변경 없이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거나 재고용하는 계속고용제 역시 공약으로 내세웠다. 계속고용을 원할 경우 직무나 성과 중심으로 임금을 받아 가는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지난 3월 국민의힘에서 처음으로 정년 연장을 담은 고령자고용법안을 발의한 김위상 의원은 기업에 계속고용 의무를 부여하되 정년 연장과 퇴직 후 재고용 중 원하는 방식을 선택하도록 했다.


이는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고려한 것이다. 정년 연장으로 인건비 부담만 늘리면 청년층 일자리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퇴직 후 재고용 시 근속 연수가 아닌 직무, 성과 중심으로 새로운 고용 계약을 맺을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선 인건비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숙련 근로자를 확보할 수 있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정년에 도달한 사람에게 일할 기회를 주면서 청년층 고용을 줄이지 않는 조화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기업 입장에서도 상황에 맞는 선택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정년연장 시 임금 체계 개편도 반드시 따라와야 한다고 본다. 근속연수 등 연공서열 중심의 보상 체계를 성과나 직무 중심으로 바꾸는 게 핵심이다. 기업의 수용력을 높이면서 정년 연장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국민의힘 대선공약기획단에 소속된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은 "장년층일수록 인건비 비중이 높아 기업들이 정년만 기다렸다가 이들을 내보내는 구조"라며 "임금체계를 고쳐 (기업이) 정년 제도를 겁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임금체계 개편과 정년 연장을 연계해야 고용시장 양극화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기업과 공기업 중심으로 호봉제가 적용된 상황에서 정년을 늘리면 대기업, 공기업 정규직 쏠림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임금체계 개편 자체도 쉽지 않은 만큼 노조 동의 없이 이를 변경할 수 없는 현행 근로기준법 개정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윤 원장은 "근로자에게 가는 임금 총액은 줄이지 않으면서 임금 체계만 개편하는 것이라면 노조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되는 유연한 방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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