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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감액부터”·“대규모 정리해고”…홈플러스 폐점 ‘일파만파’

헤럴드경제 신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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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감액부터”·“대규모 정리해고”…홈플러스 폐점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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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17개 매장에 ‘계약 해지’…사실상 구조조정
“MBK, 점포 매각 당시 임차료 올려 매각가 높여” 비판
협상 불발땐 대규모 인력 감축…‘1만명 해고’ 가능성도
홈플러스 점포 수 / 임차점포 68곳 전망

홈플러스 점포 수 / 임차점포 68곳 전망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17곳의 임차 점포에 무더기 계약 해지를 통보하며 사실상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기업회생 절차 이후 엑시트(매각)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와 임차 점포 임대인 간 이견은 좁혀지지 않은 상태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초 자사 매장이 입점한 건물을 소유한 임대인들에게 임대료의 약 35~50%를 감액해달라고 요청했다.

홈플러스는 126개 점포 중 68개를 임차 점포로 운영하고 있다. 전체의 절반 이상인 54%다. 이중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점포와 회생절차 개시 전 이미 폐점이 확정된 7개를 제외한 61개가 조정 협상 대상이다.

홈플러스는 과도한 임대료가 재무 불안정성을 일으켰다고 주장한다. 대형마트 업계가 호황이던 시절 책정된 임대료이기 때문에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회생절차 개시명령 신청서에 따르면 홈플러스 부채의 상당 비중은 부동산 임차료 등이 쌓인 리스 부채다. 지난 1월 말 기준 총부채 약 8조5000억원 중 리스 부채는 약 2조4000억원이다. 이 중 1년 안에 상환해야 하는 유동성 리스 부채가 1조88억원에 달한다. 홈플러스 임차 점포 68개의 연간 임차료 규모는 약 4000억원으로 알려졌다. 점포 한 곳당 한 달에 2~3억원 임차료를 내는 셈이다.

홈플러스는 메리츠금융에서 1조2000억원을 대출받아 자체 보유 점포를 신탁 담보 맡기기도 했다.

하지만 홈플러스의 리스 부채를 키운 장본인이 MBK파트너스라는 지적이 불가피하다. 홈플러스가 점포를 팔아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매각 가격을 높이기 위해 임차료를 높게 측정했고, 이것이 부메랑이 되어 경영 실패 원인이 됐다는 비판이다.


실제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를 인수한 2015년 이후 점포 15개를 매각해 약 1조8600억원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홈플러스 점포 수는 142개(2015년)에서 126개(2025년)로 쪼그라들었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입점 당시와 최근을 비교했을 때 임대료가 과도하게 책정된 것은 맞지만 결국 MBK파트너스의 효율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근본적 원인은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과도한 금액에 사들였고 이를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 지부 회원들이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의 MBK 사무실이 있는 D타워 앞에서 구호를 외치는 모습. [연합]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 지부 회원들이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의 MBK 사무실이 있는 D타워 앞에서 구호를 외치는 모습. [연합]



협상이 최종 불발될 경우 노동자들의 대규모 정리해고가 이뤄질 수 있다. 홈플러스의 점포 1곳당 근무인원은 협력업체를 포함해 1000명에 달한다. 업계는 최대 1만명의 노동자가 직장을 잃을 수 있다고 예상한다. 이런 우려에도 홈플러스는 인력 구조조정 계획이 없다고 반박한다. 홈플러스 측은 “고용안정지원제도를 통해 계약이 해지된 점포 직원들은 인근 점포로 전환 배치하고, 격려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주변 점포 거리가 멀어 ‘인근 점포 배치는 곧 구조조정’이라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대형마트 직원 대부분이 집 근처에서 시간제로 일하는 중장년 여성인데, 통근 시간이 1~2시간으로 멀어지면 퇴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홈플러스가 계약 해지를 통보한 점포는 경기도 시흥, 일산, 안산 등 수도권 외곽과 전주, 부산 등 지방에 자리 잡고 있다. 당사자인 노동조합이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다.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대형마트 3사 중 희망퇴직을 단행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MBK파트너스 인수 후 직원 수가 급감했다”며 “실질적으로 퇴사를 압박하는 조치를 전환근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용노동부 공시자료에 따르면 홈플러스 직원 수는 2015년 12월 2만5359명에서 2023년 2월에는 2만456명으로 약 5000명 줄었다. 외주, 협력직원 등 간접고용 직원은 2015년에 비해 2023년 2월 기준 5056명 줄었다.

향후 홈플러스가 금융부채도 탕감을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홈플러스는 회생 신청서에 “회생 개시 후 상거래채권액은 100% 변제가 가능할 것”이라며 “금융채권자들에게도 약간의 이자율 조정과 변제조건 변경을 통해 대부분 변제하는 것을 목표로 회생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의 기업회생 신청 이유가 홈플러스 운영 정상화가 아닌, 부채 탕감 후 엑시트(매각)하려는 것이라는 분위기가 업계 다수 의견”이라며 “무의미한 김병주 MBK회장의 사재출연까지 합해져 도덕적 해이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