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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땜에 다 망하겠다’ 매출 반토막, 프랜차이즈 오너리스크에 가맹점주 피눈물 [취재메타]

헤럴드경제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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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땜에 다 망하겠다’ 매출 반토막, 프랜차이즈 오너리스크에 가맹점주 피눈물 [취재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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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논란에 휘청이는 ‘더본’ 가맹주들
이슈에 민감한 2030부터 발길 끊어
편집자주 취재부터 뉴스까지, 그 사이(메타·μετά) 행간을 다시 씁니다.
지난13일 서울 시내 한  더본코리아 홍콩반점 매장에  할인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도윤 기자

지난13일 서울 시내 한 더본코리아 홍콩반점 매장에 할인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도윤 기자



[헤럴드경제=김도윤 기자] “홀에 사람 좀 보세요. 점심시간에도 마찬가지였어요. 단골손님 외엔 두 달 새 발길이 뚝 끊겼습니다. 이젠 그만 힘들고 싶어요.”

지난 13일 오후 7시께 서울 관악구에 있는 ‘홍콩반점’에서 만난 직원 A씨는 텅 빈 홀을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총 15석 중 손님이 차지한 테이블은 3곳 뿐이었다. A씨는 “단골 어르신들 말고는 특히 20~30대 손님이 유달리 줄어든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이날은 논란의 중심에 있는 더본코리아가 ‘상생 지원책’을 내놓고 50% 할인 행사를 시작한 첫날이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최근 ▷원산지 허위표기 의혹 ▷산업용 조리도구 사용 의혹 ▷‘빽햄’ 품질 의혹 ▷직원 블랙리스트 게시판 운영 의혹 등 각종 구설수에 휩쓸렸다. 20~30대를 중심으로 한 ‘국민적 공분’은 단순히 온라인 화제를 넘어 더본코리아 브랜드에 대한 불매로 이어지면서 프랜차이즈 소속 가맹점주들은 ‘오너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3일 헤럴드경제가 서울 성북구의 한 거리에서 만난 남모(54) 씨는 저녁 장사에 분주해야 할 오후 4시30분께임에도 주방의 식재료와 가게 집기들을 박스에 담으며 폐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남씨는 더본코리아가 운영하는 25개 브랜드 약 3000개 가맹점 중 하나인 새마을식당을 경영해 왔다.

남씨는 지난해 12·3 비상계엄 여파로 지난해 말부터 영업에 타격을 입었는데 최근 백 대표 이슈로 상황이 더 나빠졌다고 말했다. 가게 매출이 올해 초부터 한달 간격으로 500~1000만원씩 단계적인 감소세에 들어선 것이다. 특히 유행에 민감한 20~30대가 주로 이용하는 배달 서비스 수익 부분은 월 40~50만원 수준에서 20만원으로 반토막 났다. 배달 손님을 하루에 1건도 받지 못한 날도 있었다. 남씨는 “대학가 근처라 대학생 손님들이 많이 왔었고 잘될 때는 홀이 바빠서 배달을 받기 힘들 정도였다”며 “홀에 손님이 줄기 시작하고 배달마저 안 되니 방법이 없어 폐업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인근에서 ‘빽보이피자’를 운영하는 점주 B씨도 “3월까지만 해도 매출이 괜찮았지만 4월 들어 백 대표 이슈가 커지며 급격히 무너졌다”며 “기존 2500만원이던 월매출이 150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호소했다. 그는 “배달 앱 브랜드명에 ‘백종원의’라는 단어가 포함돼 있어 주문을 꺼리는 소비자가 있길래 브랜드명을 일부 수정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13일 오후2시께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롤링파스타 가게 앞에 할인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도윤 기자.

지난 13일 오후2시께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롤링파스타 가게 앞에 할인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도윤 기자.



오너리스크로 인해 가맹점주가 피해를 보는 사례는 이번 백종원 사태에 국한하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김용만 ‘김가네’ 창업주가 여직원 성폭행 시도 혐의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회사 자금을 유용한 의혹까지 겹치며 ‘김가네 불매운동’이 불거졌다. 일부 점주는 가맹 계약을 해지하거나 간판을 교체해야만 했다.

2018년에는 교촌치킨이 권원강 창업주의 임원 폭행 사건으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 여파로 가맹점 평균 매출은 2021년 7억5372만원에서 2023년 6억9430만원으로 약 8% 감소했다. 2017년에는 호식이두마리치킨 창업주 최호식 전 회장이 여직원 성추행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자 가맹점 매출이 40% 급락했다. 빅뱅 멤버 승리가 운영한 아오리라멘은 ‘버닝썬’ 스캔들 여파로 파산했다.


지난 13일 오후 4시 30분께 성북구에서 만난 남모(54)씨는 경영상황 악화로  “폐업 준비를 하고 있다 ”고 전했다. 윤성현 수습기자.

지난 13일 오후 4시 30분께 성북구에서 만난 남모(54)씨는 경영상황 악화로 “폐업 준비를 하고 있다 ”고 전했다. 윤성현 수습기자.



오너리스크에 가맹점주 휘청…“개인 유명세에 의존한 결과”
오너리스크로 애꿏은 자영업자들이 타격을 입는 것은 대표 개인의 유명세에 과도하게 의존한 구조의 결과로 볼 수 있다. 황진주 인하대 소비자학과 겸임교수는 “더본코리아의 경우 백종원 대표 그 자체가 브랜드 이미지로 작용한 사례가 많다”며 “논란의 실체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만약 백 대표가 공정한 거래를 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 해당 프랜차이즈 매장을 찾지 않는 것도 소비자가 행사할 수 있는 정당한 권리”라고 말했다.

회사라는 법인격과 오너라는 자연인은 다르다는 점을 소비자가 구분할 필요가 있는 지적도 나온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는 백종원 대표의 요리인과 경영인이란 역할이 혼재되며 생긴 리스크”라며 “백 대표 개인의 잘못과 가맹점주의 노력은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자영업은 한국 사회의 중요한 기반이고 억울한 피해를 보고 있는 가맹점주들을 보호하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 역시 “소비는 소비일 뿐 오너의 유명세가 브랜드 성장에 도움이 될 순 있겠지만 그것이 요식업의 본질은 아니다”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오너의 유명세와 음식의 질을 분리해서 봐야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건전한 태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