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조선비즈 언론사 이미지

‘집값’ 불붙은 세종시, 상가는 여전히 ‘찬바람’

조선비즈 김유진 기자
원문보기

‘집값’ 불붙은 세종시, 상가는 여전히 ‘찬바람’

서울맑음 / -3.9 °
지난달 25일 세종시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세종시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세종시 집값이 대통령실·국회 이전설로 들썩이고 있지만 상가 시장은 여전히 썰렁하다. 전국에서 공실률이 가장 높은 세종시 상가는 거래량이 저조하고, 저가 매수를 노린 경매시장에서조차 인기가 시들한 상황이다. 상가가 과잉 공급된 상황에서 파격적인 인구 유입 등이 없는 한 상가 수요의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세종시의 상업업무용 부동산 매매거래는 올해 들어 4월까지 95건으로 집계됐다. 상가 매매거래 건수는 올해 ▲1월 19건 ▲2월 27건 ▲3월 23건 ▲4월 26건이다. 작년 1~4월 상가 매매거래 건수인 99건에도 소폭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경매시장에서도 세종시 상가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경·공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세종시 상가 낙찰률은 18.3%이다. 경매로 나온 세종시 상가의 5개 중 1개만 주인을 찾았다는 의미다. 낙찰률은 입찰 물건 중 낙찰자가 결정된 물건 수의 비율이다.

세종시의 상가 낙찰률은 전월(7.4%)보다 10.9%포인트(p) 상승했다. 그러나 올해 1월과 2월 낙찰률이 각각 16%, 19%였다는 점에서 상가 매수 심리 회복에 따른 상승이라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지난달 세종시 상가의 낙찰가율은 36.6%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낙찰가율은 감정가격 대비 낙찰된 가격의 비율을 뜻한다.

세종시 상가가 고전하는 것과는 달리 아파트 등 주거시설의 인기는 높아지고 있다. 대통령 선거 이후 대통령실·국회 이전 등이 이뤄지면서 세종시가 행정수도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장기 침체에 빠져있던 세종시의 집값이 들썩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5월 첫째 주(5월 5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세종시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40% 상승했다. 이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강남 3구를 포함한 서울(0.08%)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세종시의 아파트 매매거래도 급격히 늘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세종시 아파트 매매거래는 1~2월 300건대에 머물렀으나, 3월 787건으로 늘어나더니 4월에는 1293건에 달했다.

세종특별자치시 어진동에 위치한 건물에 ‘임대 문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사진=김유진 기자

세종특별자치시 어진동에 위치한 건물에 ‘임대 문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사진=김유진 기자



경매시장에서도 세종시의 주거시설의 인기는 높다. 지난달 경매시장에서 세종시 주거시설(아파트·빌라·단독주택)의 낙찰률은 47.7%를 기록했다. 이는 전국 시도 가운데 1위다. 특히 아파트의 낙찰가율은 82.3%로 지난 2월 이후 80%를 계속 상회하고 있다.


세종시 아파트와 상가의 투자 수요의 괴리가 커진 이유는 상가의 공급 과잉 문제 때문이다. 세종시의 상가 공실률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부동산원의 ‘2025년 1분기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세종시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은 25.2%로 전국 평균(13.2%)을 큰 폭으로 상회하고 있다. 그러나 세종시 차원에서도 상권 조성을 통한 상가 공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지만, 오래 묵은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시간이 다소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세종 상가는 과잉 공급된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마저 변화하고 있어 수요가 늘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세종시의 경우 상가가 공급 과잉된 상태”라며 “소비 패턴도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젊은층이 많이 거주하는 세종시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 두드러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박 수석전문위원은 “아파트와 상가 수요는 전혀 다른 측면에서 봐야 한다”며 세종시 집값 상승에 따른 상가의 반등 가능성을 낮게 봤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세종시는 신도시가 생긴 뒤 지금까지도 상가가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이라며 “세종시 인구가 예상보다 느리게 증가하고 있는 등 상권 약화 요인들이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상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거나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은 적다”고 설명했다.

세종시 아파트 시장도 대선 이후 정책 방향에 따라 ‘반짝 상승’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대통령실이나 국회가 (세종시에) 옮겨가는 규모에 따라 (가격의) 방향이 달라질 것”이라며 “정치적인 결단에 따라 이전 규모가 크면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고, 아니라면 하락 기조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 수석위원 또한 “최근 개발 호재가 뚜렷하게 있는 지역이 서울 외에는 세종이 유일하다 보니 그동안 떨어졌던 만큼 가격이 상승하는 것”이라면서도 “다만, 대선 이후 (대통령실·국회 이전 등에 대한) 빠른 실행이 없다면 다시 시장이 시들해질 수 있는 등 정책적인 요인이 시장에 크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bridge@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