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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희생해야 미래가 열린다 [성한용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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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희생해야 미래가 열린다 [성한용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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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1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경북 선대위 출정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1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경북 선대위 출정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한용 ㅣ 정치부 선임기자



1995년 6월27일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집권 민주자유당은 참패했다. 위기에 처한 김영삼 대통령은 1996년 4·11 15대 총선을 앞두고 민자당 전당대회를 열어 당명을 신한국당으로 바꿨다. 3당 합당 구도를 청산하고 새로운 집권 세력으로 출발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김영삼 대통령은 “개혁 없는 안정은 정체요, 안정 없는 개혁은 혼란”이라고 했다. 대폭 물갈이에 나섰다. 당에서 추천한 단임 후보까지 바꿀 정도로 최종 인선을 직접 했다.



개혁성과 참신성을 기준으로 정치 신인들을 영입했다. 이재오 홍준표 맹형규 정의화 김문수 이완구 이회창 등 새로운 인물들이 들어왔다.



신한국당은 수도권 승리를 바탕으로 299석 가운데 139석을 차지해 1당이 됐다. 개혁 공천의 승리였다.



1997년 12·18 15대 대선에서 패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정권 교체의 여파, 총풍 사건, 세풍 사건 등으로 위기에 처했다. 2000년 4·13 16대 총선은 김대중 대통령이 창당한 새천년민주당의 승리가 예상됐다.



이회창 총재는 당의 파벌 체제를 타파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계파 보스인 김윤환 이기택 고문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5선 이상 중진은 세명만 빼고 전원 공천 배제했다. 현역 의원 교체율이 30%를 넘었다. 언론은 이를 ‘2·18 대학살’이라고 불렀다. 대신 오세훈 원희룡 윤경식 오경훈 김영춘 등 젊은 인재들이 공천을 받았다.



공천 탈락 인사들은 민주국민당을 창당했지만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한나라당이 273석 가운데 133석으로 1당을 차지했다. 개혁 공천의 승리였다.



한나라당은 2011년 10·26 재보궐선거에서 서울시장을 내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 공격 사건, 돈봉투 사건이 잇따라 터졌다. 2012년 4·11 19대 총선은 한나라당의 패배가 예상됐다.



‘선거의 여왕’ 박근혜 전 대표가 나섰다. 김종인 이상돈 이준석 등 새 인물들을 비상대책위원회에 끌어들였다.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꿨다. 당 색깔을 새빨간 색으로 바꿨다. 친이명박계 의원들을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새누리당은 300석 가운데 152석을 차지하는 대승을 거뒀다. 그 탄력으로 2012년 12·19 18대 대선도 승리했다. 변화와 혁신, 개혁 공천의 승리였다.



거기까지였다. 새누리당-미래통합당-국민의힘은 2016년 4·13 20대 총선, 2020년 4·15 21대 총선, 2024년 4·10 22대 총선에서 패배했다. 의석은 122-103-108석으로 쪼그라들었다.



최근 10년 사이 총선 흐름을 압축하면 ‘민주당의 수도권 장악과 국민의힘의 수도권 몰락’으로 정리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영남 자민련’으로 서서히 전락하는 중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2022년 3·9 대선과 6·1 지방선거는 돌출 사건이었다. 국민의힘은 자신들을 ‘탄압’하던 검사를 데려와 후보로 내세우는 편법으로 승리를 훔쳤다. 22대 총선, 12·3 비상계엄, 4·4 탄핵, 6·3 대선은 어쩌면 국민의힘이 편법으로 가져갔던 권력을 되돌려주는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이번 대선은 ‘이재명 대 김문수’의 대결이 아니다. 수도권을 장악해 상승세를 타는 민주당과, ‘영남 자민련’으로 쪼그라드는 국민의힘의 대결이다. 승패가 이미 정해져 있는 셈이다.



김문수 후보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출당시킬 수 있을까? 전광훈 목사를 손절매할 수 있을까? 안 될 것이다. 김문수 후보는 윤석열-전광훈의 아바타다. 아바타는 본체를 죽일 수 없다.



국민의힘이 이번 대선에서 이길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 없다. 이번 대선은 포기해야 한다. 친위 쿠데타를 막지 못한 여당이 궐위 대선에 후보를 낸 것부터 잘못이다.



하지만 6·3 대선은 마지막 승부가 아니다. 2026년 6·3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다. 2028년 4·12 23대 총선도 있다.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와 총선 승리를 원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희생해야 한다. 이를테면 김문수 후보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사퇴할 수 있을까? 그런다고 이재명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국민은 김문수 후보와 국민의힘의 희생을 기억할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도 희생이 필요하다. 광역단체장을 전원 물갈이하고 개혁 공천을 해야 한다. 2028년 총선도 희생이 필요하다. 다선 중진을 전원 물갈이하고 개혁 공천을 해야 한다. 그 정도로 환골탈태해야 유권자는 국민의힘에 눈길을 줄 것이다. 그래야 다음 대선에서 정권을 되찾아올 가능성이 생긴다. 할 수 있을까?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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