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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난 더본코리아 백종원…"바뀌겠다" 변화 예고 [ER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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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난 더본코리아 백종원…"바뀌겠다" 변화 예고 [ER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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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림 기자]

백종원 대표의 외식 기업 더본코리아가 흔들리고 있다. 올해 1월 '가공식품 빽햄의 돼지고기 함량 문제'를 시작으로 '원산지 표기 오류', '식품위생법 위반', '농지법 위반', '허위 광고', '임원의 술자리 면접' 등 논란이 네 달 넘게 이어진 탓이다. 소비자는 물론 가맹점주와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신뢰를 잃게 된 더본코리아는 한순간에 이미지와 기업가치가 흔들리는 위기를 맞았다. 상장 6개월 만에 시가총액과 주가는 반토막이 난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 속 13일 리춘시장 강남역점에서 열린 간담회를 통해 백종원 대표를 직접 만나 최근 더본코리아가 직면한 이슈에 대한 입장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모두 제 불찰…상장 안이하게 생각했다

먼저 백 대표는 최근 있었던 '원산지 표기 오류', '식품위생법 위반' 등 각종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그동안 회사가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며 "실제 잘못이 있던 부분은 물론, 인지하지 못해 발생한 문제들까지 모두 제 불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뿐만 아니라 저희 직원들이 개선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내부 시스템이 충분히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더본코리아 상장을 추진했던 점에서 대해서도 "안이한 판단이었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백 대표는 "나름대로 상장 준비를 철저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일반 사업자가 생각하는 준비는 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상장 이후 사고가 날 상황을 대비하고 소통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제기된 의혹 가운데 사실과 다른 부분도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특히 최근 커뮤니티에서 퍼지고 있는 더본코리아 협력업체 세림아이앤아이가 내부 직원이 참여한 기업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는 "세림아이앤아이는 매장 인테리어 디자인을 진행하는 협력업체로, 가맹점 공사 시 매뉴얼에 맞게 시공되었는지에 대한 관리감독을 전문성을 갖고 하고 있다"며 "시공업체의 선정은 점주의 선택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점주님이 제안하는 업체 공사도 상당수 차지하고 있다. 위장 계열사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빽다방, 홍콩반점 등의 상표권은 모두 더본코리아 소유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백 대표 개인 업무 관련 법인 피앤홀딩스에 상표권과 관련된 어떠한 대가도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백 대표는 "상장 준비 당시 더본코리아에 상표권과 초상권을 넘긴 상태"라며 "공시된 사업보고서의 특수관계자 거래 내역을 통해서도 피앤홀딩스에 대해 상표권 사용에 대한 대가는 물론 어떤 매입 내역도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더본코리아가 일부 지역에 수십억 상당의 개발원을 준공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와 관련해서는 "이미 지자체에서 건물 개발 계획이 잡혀 있는 공간에 개발원이 들어올 것을 요청받아 요리 강좌 등 운영에 필요한 시스템을 요청한 건"이라고 토로했다.

1순위는 점주…그 다음이 기업가치 제고

하지만 억울함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점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더본코리아가 운영하고 있는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는 25개다. 점포 수는 3055개에 달한다. 수많은 더본코리아 점주들이 이번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다.


백 대표 역시 이날 간담회에서 '점주 상황 타개'가 1순위 과제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백 대표는 "현재 1순위는 점주 상황을 빠르게 타개해 나가는 것"이라며 "점주 대상 간담회를 통해 점주들과 꾸준히 소통하면서 '다시 한 번 믿고 따라와달라, 석 달 동안 바뀌겠다'는 약속을 전달하고 있고 오늘(13일)도 점주 간담회가 예정되어 있다"고 말했다.

점주들의 주요 요청 사항은 객수 회복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발성 지원금 지급보다는 고객이 한 번이라도 더 방문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더본코리아가 가맹점 지원금 규모를 기존 5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오는 25일까지 최대 50% '통합 할인전'을 진행하기로 한 것 또한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다만 브랜드별 지원에 대해서는 "특성과 상황에 맞게 조금씩 다르게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해진 예산 내에서 동일한 기준으로 일괄 지원할 경우, 빽다방처럼 가맹점 수가 많은 브랜드에 지원이 집중되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브랜드는 충분한 혜택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상황이 안정된 이후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다음 단계' 전략도 제시했다. 당초 상장을 결심했던 이유 또한 회사를 지속가능한 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그 핵심 축은 '유통 확대'와 '지역 개발'에 있다. 유통 부문에서는 더본코리아가 보유한 다양한 소스와 K콘텐츠의 인기를 활용해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지역 개발 측면에서는 지역 축제 등을 통해 지역에 거점을 확보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다.


백 대표는 "외국에 나가보면 K콘텐츠와 한식에 대한 수요가 어마어마하다"며 "다만 해외 시장에서 가맹점을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더본코리아는 다(多)브랜드 전략을 구사하는 만큼 웬만하면 모든 소스를 다 갖고 있고,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소스 개발 역량을 지니고 있다보니 시장성이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특히 지역 개발은 더본코리아밖에 못할 수 있겠다고 생각할 만큼 엄두를 내기 어려운 사업"이라며 "4~10일간 진행되는 지역 축제를 한 번 개최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20~30개의 부스를 만들어야 하고, 1년에 10번을 개최한다면 200개 이상의 브랜드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더본코리아는 R&D팀을 두텁게 갖추고 있어 이 모든 게 가능하다"며 "이는 가맹점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본코리아, 바뀔테니 지켜봐달라 당부

이날 백 대표는 경영 방식과 소통 구조를 전면 개선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먼저 5월말 홍보팀과 감사팀 인력 채용을 확정하고, 메뉴 개발 승인 과정을 한 달에서 일주일로 단축하는 등 의사결정 과정의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또한 직원, 특히 현장에서 일하는 슈퍼바이저의 의견을 더 많이 듣고 반영하는 등 소통 구조를 전면 개선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첫 논란의 불을 지폈던 '빽햄'의 재출시 소식도 넌지시 알렸다. 그는 "소비자가 고기 함량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면 고기 함량을 늘리자 다짐했다"며 "현재 고기 함량을 늘려 빽햄 2를 준비하고 있고 두 달 안에 같은 가격으로 재출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잠잠해 질 때까지 방송 활동도 중단한다. 이미 찍어 놓은 '흑백요리사 2'와 '장사천재 백사장', '남극의셰프' 등은 예정대로 방송된다. 백 대표는 "현재로서는 방송 활동보다 가맹점 살리기가 더 중요하다"며 "이미 찍어 놓은 촬영분 외 별도로 예정된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또한 "장사천재 백사장의 경우 외국에서 실제 장사를 하는 컨셉의 프로그램이라 대략 1년전부터 식당을 하기 위한 인허가 작업부터 모든 준비가 1년 전부터 이루어지기 때문에 출연을 못한다고 하는 것은 불가한 상황이었음을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끝으로 백 대표는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만큼 조금만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특히 최근 일부 몇 명이 국민청원을 70여건 이상 올리는 등 반복적인 민원으로 인해 회사뿐 아니라 관련 지자체와 점주들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개선 중인 사안에 대한 반복된 지적 때문에 오히려 점주분들의 불안함이 가중될 뿐 아니라, 가맹점 지원에 집중해야 될 직원들도 본업에 대응을 못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번 위기는 '제2의 창업' 기회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지금 상황이 결코 좋지는 않지만, 이를 통해 그동안 보지 못했던 문제점들을 발견하고 개선할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있다"며 "회사 내 의사소통 체계를 재정립하고, 점주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듣는 체계를 만들어 회사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으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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