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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블랙홀’로 빨려간 국산 중고차…국내 등록량 올해만 4만대 줄었다 [여車저車]

헤럴드경제 김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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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블랙홀’로 빨려간 국산 중고차…국내 등록량 올해만 4만대 줄었다 [여車저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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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즈유 집계 1~4월 중고차 통계
전년 동기 대비 4만89대 등록 감소
1~3월도 58.85만대로 60만대 이하로
“러시아·시리아 등지로 수출 늘어”
시리아의 전직 군인들이 기아 봉고 차량을 통해 짐을 적재하고 있다. 차량 뒷편에 현대차와 기아 마크가 새겨져 있다. [로이터]

시리아의 전직 군인들이 기아 봉고 차량을 통해 짐을 적재하고 있다. 차량 뒷편에 현대차와 기아 마크가 새겨져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최근 글로벌 시장의 정세 변화로 국산 중고차의 해외 수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역으로 국내 시장에서의 중고차 판매량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경기 여파와 신차 수요 쏠림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당분간 국내 중고차 시장은 침체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카이즈유자동차연구소가 집계한 4월 중고차 실거래대수는 총 19만8893대로 전년 동월대비 6.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분기 기준 약 60만대 순을 유지하고 있는 중고차 실거래대수는 지난 1분기(1~3월)에는 58만859대로 전년 동기(60만6997대)대비 4.3% 감소했다. 또한 올해 1~4월로 범위를 확장했을 때는 전년비 등록량이 4만89대 줄었다.

이는 최근 중고차 시장의 침체기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중고차시장은 비수기로 분류되는 1~2월 후, 봄철에 접어들면서 판매량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올해는 이같은 모습이 관측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에는 20만6310대로 중고차 판매량이 소폭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4월 19만8893대로 월 20만대 선이 재차 붕괴됐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 불경기로 인해 차를 사려는 수요가 감소하고, 또 완성차 신차 업체들도 활발한 프로모션에 나서면서 중고차 시장이 소폭 주춤한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여기에 러시아와 시리아 등 해외 국가로 중고차 수출이 활발해진 것도 상당부분 영향을 미친 모양새”라고 말했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도 “괜찮은 물량의 경우 우리나라 시장에 유통하는 것보다, 수출업체를 통하면 더욱 비싼가격에 매도가 가능한 것이 형국”이라면서 “상품성이 우수한 제품은 먼저 수출업체를 통해 거래가 이뤄지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욱 양질의 제품을 찾기 위해서는 이전보다 웃돈을 얹어주거나, 신차급 중고차대신 신차를 사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역으로 최근 중고차 수출업계는 유례 없는 수출 호황을 맞고 있다.

한국중고차수출연구소가 한국무역협회 통계를 인용해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3월 우리나라에서 수출된 중고차(승용차·상용차 등 포함) 대수는 7만8842대로, 전년 동월(5만614대) 대비 55.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1~3월) 누계 수출대수는 21만6196대로, 전년 동기 14만439대 대비 53.9% 증가했다.

3월 한달 동안 중고차 수출금액도 6억9100만달러(약 9700억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근 3년(2022년~2024년)간 중고차 해외판매를 통한 수출금액이 월 최대 5억2800만달러(2024년 8월) 수준이었고, 연도별 월평균 수출금액은 2021년 2억4600만달러, 2022년 3억9800만달러, 2024년 4억2400만달러를 각각 기록한 바 있다. 해마다 중고차 수출액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올해 3월 들어 정점을 찍은 모습이다.


러시아 시내를 활보하고 있는 기아 차량 [타스]

러시아 시내를 활보하고 있는 기아 차량 [타스]



러시아에서 신차 시장이 경색된 반대급부로 인해 자국 내 중고차 시장이 성장한 상황에서 수출입을 막던 시리아 바사드 정권이 최근 몰락하며 우리 중고차에 대한 수요가 동구권~중동 전반으로 넓어졌기 때문이다.

앞서 러시아가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하자, 각국 정부는 러시아에 대한 전략물자 수출을 전면 중단하는 조치에 돌입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완성차 현지 생산을 위한 부품, 자재에 대한 제재에 들어가는 동시에 2000cc 이상 되는 중고 자동차와 전기차의 경우에는 현지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에 돌입했다. 주변국 일본도 1900cc 이상 중고차의 수출을 금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의 주변 우방국을 우회하는 수출에 대해서는 제재가 없어, 우회수출과 2000cc 이상 중고차 직접수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 3월 중고차 수출 집계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관측됐다. 3월 러시아로 직접 향한 국산 중고차 대수는 3511대, 주변국인 키르기스스탄은 9342대, 카자흐스탄은 2117대, 타지키스탄은 2036대 수준이었다. 러시아와 주변 13개국(구소련권, 동유럽권)으로 지난 3월 나간 중고차 대수도 1만9239대였다.

신현도 한국중고차유통연구소 소장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배기량 2000cc 이상 중고차는 주로 주변국을 우회해서 러시아로 들어가고 있다고 보면 된다”먀 “유라시아 공동체 소속으로 경제교류가 활발한 주변국 사이에서는 중고차가 오가는 것이 우리가 직접 수출하는 것보다 수월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지난 4월 가장 많이 팔린 차종은 기아 모닝, 2위는 쉐보레 스파크, 3위는 현대차 그랜저HG였다. 수입 승용차 모델은 1위가 벤츠 E클래스(5세대), 2위 BMW 5시리즈(7세대), 3위 BMW 5시리즈(6세대) 순이었다.

러시아 시내를 활보하고 있는 현대차 [타스]

러시아 시내를 활보하고 있는 현대차 [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