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실손보험, 연 12.9조 추가 의료비 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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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최재해 감사원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03.19. kch0523@newsis.com /사진=권창회 |
실손의료보험 가입자가 비가입자보다 의료서비스를 더 많이 이용하면서 연간 12조9000억원의 추가 의료비가 발생했다는 감사원 감사결과가 발표됐다. 이에 따른 건강보험의 재정부담은 3조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감사원은 1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건강·실손·자동차보험 등 보험서비스 이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을 대상으로 한 이번 감사는 최근 5년간(2018∼2022년) 건강·실손·자동차보험 등의 청구·지급 전수자료(민간보험 10억건)를 연계DB(데이터베이스)로 구축·분석한 결과다.
감사원은 최근 5년간 연인원 2억6521만명의 실손보험 청구 건수 3억1300만건과 건강보험 청구 건수 4억7600만건을 살펴본 결과 실손보험 가입자가 비가입자보다 입원·외래 진료 등 의료서비스를 더 많이 이용함으로써 건강보험 재정에 큰 부담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실손보험 가입자가 비가입자 등에 비해 외래진료의 경우, 가입자 1인당 연간 2.33일~7.70일이 추가 발생해 연간 총 추가 외래일수는 7558만일~1억492만일로 집계됐다. 입원진료 역시 가입자 1인당 1.54일~7.05일이 추가로 발생해 연간 총 추가 입원일수는 697만일~2459만일이었다.
이는 실손보험 재정과 환자 본인 부담 외에도 건강보험의 재정부담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2022년 기준 실손보험 가입자의 추가 의료이용으로 총 진료비용은 12조9400억~23조2800억원이었는데 이중 건보재정 부담은 3조8300억~10조9200억원, 가입 환자의 본인부담은 2조700억∼3조9500억원이 추가 발생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실손보험 가입자가 비가입자와 동일한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이용했다면 건강보험 재정에서 연간 3조8300억~10조9200억원의 추가 지출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고 밝혔다.
특히 실손보험의 주된 보장대상인 비급여 진료에 대해 분석한 결과 2022년 물리치료·백내장 등 상위 9개 비급여에서 연간 3조5201억원의 진료비용이 추가 발생, 건강보험이 그중 7210억원을 추가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비용이 큰 항목은 물리치료로, 외래진료에서 연간 1조2461억원(건보재정은 2211억원 부담), 입원진료에서 연간 1조2357억원(건보재정은 3970억원 부담)이 추가 발생했다.
실손보험 청구 시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에 병명을 달리 청구하는 경우도 많았다.
감사원이 2018년부터 최근 5년 간 동일진료(1명의 환자가 같은 의료기관에서 같은 날짜·기간에 받은 진료)에 대한 건강보험과 실손보험 청구 정보를 분석한 결과, 진단명(상병코드)이나 입원일수 불일치 사례가 상당수 확인됐다. 부분적으로 불일치한 경우는 전체의 46.5%(5183만건)로 실손보험금 10조6000억원이 지급됐고, 완전 불일치한 경우는 31.9%(3561만건)로 실손보험금 4조8000억원이 지급됐다.
또 실손보험만 청구하고 건강보험은 청구하지 않은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지난 5년간 동일 진료에 대해 환자는 실손보험에 청구했지만, 의료기관은 건강보험에 청구하지 않은 사례 730만건을 분석한 결과, 실손보험금 2조3714억원은 환자에게 지급된 반면, 건강보험금 2조2473억원은 의료기관에 지급되지 않고 있었다.
이에 실손보험 청구 건 대비 건강보험 미청구 비율이 높은 의료기관 7071개 중 1123개를 추출·분석한 결과, 코성형 후 비염 치료 명목으로 실손보험 청구, 피부미용 시술 후 도수치료 등으로 실손보험 청구 등과 같은 '보험사기'로 의심되는 사례가 발견됐다.
실손보험과 건강보험 간 이중지급이 현행법상 건보공단과 민간보험회사 간 정산의 법적 근거가 없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사실도 감사에서 적발됐다.
아울러 감사원은 자동차보험의 향후치료비가 법령·약관의 근거 없이 2019∼2022년 연평균 1조9000억원 지급되고, 매년 37만여명이 향후치료비 수령 후 건강보험으로 치료를 받는 방식으로 연평균 822억원이 부당 지출된 사실도 확인했다.
향후치료비는 향후 발생 가능성을 가정해 미리 지급하는 치료비로, 법적 근거나 지급기준, 손해액 산정 없이 보험회사별로 임의 지급되다 보니 경미한 부상을 입은 환자가 전체 향후치료비의 94%를 수령하고, 같은 부상등급이라도 지급액이 최대 64배 차이 났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건보공단이 의무가 없는 보험급여를 지급하고도 사고 사실이나 가해자, 보험회사 정보를 알지 못해 책임보험회사 대신 지급한 치료비(공단부담금)에 대한 구상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실태도 감사에서 드러났다.
감사원이 14개 손해보험사를 전수조사한 결과, 2022년 1월부터 2024년 6월까지 구상권 청구 시효가 남아 있는 미정산 공단부담금은 3만2000명, 611억원 규모로 추정됐다.
감사원은 이 같은 감사결과에 대해 보건복지부 장관과 금융위원장에 실손보험 가입자의 비급여 위주 의료이용 행태가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부담을 완화하고 국민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의 청구·심사기능을 연계하는 방안 등을 마련하는 한편, 건강보험의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과 실손보험 보험금의 이중지급을 방지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과 실손보험 간 본인부담금 지급정보를 연계하고 사후정산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등을 마련토록 통보했다.
아울러 국토교통부 장관과 금융위원장에 향후치료비 지급의 법적 근거와 절차·기준을 마련하고, 보건복지부장관과 금융위원장에는 교통사고 피해자가 향후치료비를 지급받은 후 건강보험으로 후속치료를 받는 일이 없도록 자동차손해보험회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 간 향후치료비 지급정보를 공유하는 방안 마련 등 제도를 개선하라고 했다.
이밖에 감사원은 민간 손해보험회사가 보험사고 정보를 건보공단에 의무적으로 통보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사고정보 통보 의무의 이행을 철저히 관리·감독하는 등의 제도개선을 위한 정책자료로 활용하도록 복지부 장관과 금융위원장에 통보했다.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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