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헤럴드경제 언론사 이미지

국책기관마저 ‘0%대’…KDI, 올해 韓 성장 전망 0.8%로 하향

헤럴드경제 양영경
원문보기

국책기관마저 ‘0%대’…KDI, 올해 韓 성장 전망 0.8%로 하향

서울맑음 / 29.4 °
미국 관세충격 본격화·소비심리 위축·건설 부진
건설투자 2년째 감소 예상…설비투자도 제한적
“올해 금리 추가적인 인하 필요, 추경 신중해야”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0.8%로 대폭 조정했다. 국내 주요 싱크탱크 중에선 처음으로 0%대를 내놓은 것으로, 그만큼 미국 관세 충격과 내수 침체, 정치 불안 등 대내외 복합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KDI는 14일 ‘2025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상반기 0.3%, 하반기를 1.3%로 각각 전망했다. 연간 성장률은 0.8%로, 지난 2월 발표한 기존 전망치 1.6%를 석 달 만에 절반으로 낮췄다.

이번 전망치는 중국에 30%,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나머지 국가에 10%의 기본 관세가 부과되고,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는 현행 수준을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산출됐다.

서울 명동거리 한 건물에 임대 문의 현수막이 게시된 모습. [연합]

서울 명동거리 한 건물에 임대 문의 현수막이 게시된 모습. [연합]



세부적으로 관세 부과 등 대외적인 요인이 0.5%포인트, 내수 부진 등 내부 요인이 0.3%포인트 전망치를 끌어내렸다고 KDI는 설명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2월 전망 당시에는 관세 인상이 이렇게 빨리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며 “국내에선 소비심리 회복이 예상보다 더뎠고 건설 부분에도 공사 지연 등 차질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정부기관이나 국책 연구기관, 국제기구 등이 제시한 전망치 중 0%대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해외 투자은행(IB)들의 시각과 동일하다.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시티 등은 지난달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이들 IB 8곳의 평균 전망치는 3월 말 1.4%에서 4월 말 0.8%로 한 달 만에 0.6%포인트 떨어졌다.

앞서 정부는 올해 초 경제정책 방향에서 올해 한국 경제가 1.8%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2월 전망에서 1.5% 성장률을 제시했다. 다만,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미국 관세 조치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충격 등을 반영하지 않은 수치여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1.5%로 제시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는 1월 2.0%에서 지난달 1.0%로 꺾였지만 여전히 1%대를 유지했다.


KDI는 “정국 불안이 지속되고,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가시적인 내수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숙박·음식 등 서비스를 중심으로 민간 소비 증가세가 둔화하고, 기업의 투자 심리도 위축되면서 내수 부진이 심화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건설투자는 지난해 -3.0%에 이어 올해도 -4.2%로 2년 연속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수요 회복에도 불확실성으로 인해 1.7% 증가에 그치는 등 회복세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 소비는 지난해와 비슷한 1.1% 증가에 그칠 것으로 봤으며, 취업자 증가폭도 지난해 16만명에서 올해 9만명으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리 하락세와 소비심리 개선, 건설 수주 증가 등이 반영되면 향후 내수 부진이 다소 완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출은 반도체 호조세에도 여타 산업 부진으로 둔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추세가 지속되고 순대외자산 규모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60% 수준까지 증가하는 등 대외건전성은 양호한 모습이라고 봤다.

또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따라 통상 불확실성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수출 여건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상품 수출 증가율이 상반기 -0.7%·하반기 -0.2%를 기록하면서 올해 총 0.4%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소비자물가는 경기 둔화와 유가 하락 영향으로 1.7% 상승하고, 근원물가는 1.8%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전망의 위험요인으로는 ‘통상 갈등’을 꼽았다. KDI는 “미국이 높은 관세율을 유지하는 가운데 상대국들이 보복관세로 대응하며 통상분쟁이 격화할 경우 우리 경제의 성장에도 추가적인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관세 협상이 원만히 타결되면 수출 여건이 빠르게 개선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국내의 주요 리스크로는 주택 경기 하락을 언급했다. 주택 경기가 나빠지면서 건설업체들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하면 건설 투자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KDI는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해 추가적인 재정 지출에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잠재성장률 하락에 따른 세입 여건 악화와 국민연금 지급보장 법제화 등 상황을 고려해 재정 건전성을 지키기 위한 사전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금리 인하의 필요성은 재차 강조했다. 통화 정책과 관련해서는 최근 경기 둔화와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물가 하방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며 완화적인 기조로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정규철 실장은 “향후 경제 상황이 급격히 악화하는 것이 아니라면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재정 투입은 신중해야 한다”며 “금리의 경우 올해 추가적인 인하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