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내일을 열며] 곽상현 선경세무법인 대표‧세무사
2025년 3월, 세무공무원의 업무 성과에 따라 연간 최대 200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가 본격 시행됐다. 체납세금 징수나 소송 승소 등에서 탁월한 공적을 세운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이 제도는 복잡해지는 조세회피 수법에 대응하고 현장 직원의 사기를 진작시키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제도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논란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2025년 3월, 세무공무원의 업무 성과에 따라 연간 최대 200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가 본격 시행됐다. 체납세금 징수나 소송 승소 등에서 탁월한 공적을 세운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이 제도는 복잡해지는 조세회피 수법에 대응하고 현장 직원의 사기를 진작시키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제도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논란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이 제도를 통해 포상금이 지급되는 요건은 명확한 성과 지표에 기반한다. 은닉재산 발굴이나 부당 세액공제 적발을 통한 체납세금 징수 성과, 명단공개, 감치대상 확정 등 자진납세 유도 실적, 국세청 소관 소송에서 승소판결 기여도 등이 이에 해당된다.
그리고 포상금의 지급 기준도 정하였는데, 징수금 또는 승소금액의 10% 이내이다. 다만, 1인당 연간 2000만 원을 상한금액으로 하였으며 300만 원 미만 소액 사건은 제외하는 등의 원칙을 정하였다.
최근 5년간 악의적 체납자의 재산은닉 기법이 가상자산 분산, 해외계좌 활용, 명의신탁 등으로 고도화되면서, 세무공무원의 현장 조사 강도가 급격히 높아졌다. 2024년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체납세금 추적 과정에서 발생한 공무원 피해 사례가 전년 대비 37% 증가했으며, 소송 업무 부담도 2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이런 환경에서 이번 제도를 통해 고위험 업무 수행자에 대한 합리적 보상, 국가 재정수입 확대, 현장 직원의 자긍심 고취를 목표로 삼았다. 특히 "강제징수라는 업무 특성상 민원·소송 리스크를 감수하며 적극 행정을 펼친 공무원에게 상징적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국회 기재위의 판단이 반영됐다.
다만, 이런 제도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2017년 서울시 38세금징수과에서 발생한 사례가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당시 과장급부터 시간제 계약직까지 전 직원이 4억 8800만 원의 포상금을 균등하게 분배받았으며, 실적과 무관하게 지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징수포상금이 성과주의가 아닌 '돌려막기식 복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비판을 낳았다.
이 제도에 대한 우려는 첫째, 성과 측정의 객관성 부재이다. 체납금액 자체가 지역별·업종별 경제환경 차이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공정한 평가 기준 수립의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둘째는 조직 내 역량 격차 반영 문제이다. 고위험 업무에 주로 투입되는 하위직 공무원보다 관리직이 상대적으로 높은 포상금을 수령할 가능성이 있다. 셋째는 세무행정의 공공성 훼손 우려이다. 포상금 확보를 위해 과도한 세액 부과나 강압적 징수 방식이 등장할 수 있는 유인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왕 제도의 취지를 생각하고 우려점을 고려하여 몇 가지 보안책도 필요할 것이다. 우선 포상금 배분 기준을 업무 기여도에 따라 등급화하고 심사위원회에 외부감사 인력을 참여시켜 공정성을 높이는 것이다. 또한, 포상금 수령자의 업무일지 공개 등 투명성 제고를 위한 장치 마련도 요구된다.
국세청은 포상금 신청부터 지급까지 전 과정을 전자시스템에 기록·관리하는 방안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분기별 포상금 집행 현황을 국세청 홈페이지에 공개해 사회적 감시를 받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런 부분이 잘 지켜지고 시행되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세무공무원 포상금제도는 '공무원 노동권 강화'와 '국가 재정 확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혁신적 시도다. 그러나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성과주의 원칙의 철저한 준수와 함께, 시민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공개·공정 시스템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세금이라는 민감한 영역에서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 채 진행되는 어떤 제도도 장기적으로 존속하기 어렵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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