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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이 재직당시 1987년에 생산된 하늘색 폭스바겐 비틀 승용차를 운전하고 있다./사진=AFPBBNews, News1 |
호세 무히카 전(前) 우루과이 대통령이 향년 89세를 일기로 13일(현지시간) 별세했다.
무히카 전 대통령은 식도암으로 지난해 4월부터 투병하다 "암세포가 간으로 전이된 상황에서, 몸이 견디지 못할 것 같다"며 올해 1월 항암 치료를 포기했다. 이후 고인은 부인 루시아 토폴란스키 여사와 함께 교외 자택에서 생활하면서 간간이 방문객을 맞았다.
인구 340만명에 불과한 작은 나라의 대통령이었던 그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건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재임 시절 '세계에서 가장 검소한 대통령'으로 불리면서다.
당시 그의 월급은 1만2000달러(약 1300만원) 정도로 알려졌으며, 이 가운데 90%를 기부했다. 2010년 취임 당시에는 1800달러(약 195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해변에 있던 대통령 별장은 취임 후 매각해 버렸다. 무히카는 대통령 재임 중에도 공식 관저 대신 수도 몬테비데오 외곽의 작은 농장에서 거주했다.
그런 그의 소탈한 생활과 진솔하고 인간적인 모습이 화제가 되자 그가 20년간 탔던 폭스바겐 비틀에도 관심이 쏠렸다. 그는 대통령이 된 후에도 이 폭스바겐으로 출퇴근을 했다. 이 차량은 그의 소박한 삶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퇴임 후 그의 재산은 자택과 낡은 비틀뿐이었다. 낡은 자동차가 화제가 되자 2014년 11월 아랍의 한 부호가 100만달러(약 13억8000만원)에 비틀을 사겠다고 제안했지만 무히카 전 대통령은 "내 차에 대한 관심이 부담스럽다"면서 거절했다.
무히카 전 대통령의 자동차에 대한 관심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펠리페 엔리케스 당시 주우루과이 멕시코대사도 "비틀을 주시면 무히카 대통령에게 최신형 4륜 구동 픽업 10대를 드리겠다"고 교환을 제안했지만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다. 파격적인 교환을 제안한 이유에 대해 엔리케스 대사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배려와 인간적인 가치관 등 무히카 대통령을 진심으로 존경하기 때문"이라고 밝혔었다.
이러한 삶의 태도는 전 세계적으로 큰 감동을 줬다. 대통령으로서도 큰 성과를 보였다. 무히카는 실용적인 경제 정책을 유지했고, 동성 결혼과 낙태 합법화를, 그리고 시리아 난민과 관타나모 수감자들을 받아들이는 정책을 폈다. 그가 대통령으로 재임하는 동안 우루과이는 쉬지 않고 성장했다. 국민소득은 늘고 빈곤율과 실업률은 크게 감소했다. 퇴임 당시 그의 지지율은 65%에 달했다. 2013년과 2014년에는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무히카는 대통령 퇴임 후엔 상원에서 정치 활동을 이어가다 2020년 의원직 사퇴와 함께 정계를 떠났다.
무히카 전 대통령은 특유의 언변으로 대중을 사로잡은 인물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삶에는 가격 라벨이 붙어 있지 않으니 나는 가난하지 않다", "권력은 사람을 변화시키지 못하며, 단지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드러낼 뿐", "우리는 진짜 숲을 파괴하고 익명의 콘크리트 숲을 만들고 있다", "유일하게 건강한 중독은 사랑의 중독" 같은 말은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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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비데오 AFP=뉴스1) 정지윤기자 =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불리는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이 27일 (현지시간) 부인 루시아 토폴란스키오 함께 몬테비데오 국민참여운동(MPP)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후 무히카 전 대통령은 암 치료에 따른 신장 기능 저하로 24시간 입원 가료후 집으로 귀가했다. 개인 주치의는 89세인 그의 건강이 취약한 상태라고 전했다. 청년기 무정부주의에 심취해 도시게릴라 활동을 한 그는 군사정권과의 투쟁을 통해 정치기반을 다지며 2010년 우루과이 46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당시 그가 신고한 재산은 낡은 폭스바겐 비틀 자가용 달랑 1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불리던 그는 퇴임후에도 직접 텃밭에서 농사짓는 검소한 삶으로 국민적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다. 2024.08.28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몬테비데오 AFP=뉴스1) 정지윤기자 |
구경민 기자 kmk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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