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자보호한도 상향 방안/그래픽=이지혜 |
오는 9월부터 예금자보호 한도가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확대된다. 은행들은 분산 예치된 자금이 고금리와 혜택으로 무장한 다른 은행으로 쏠리거나 2금융권으로 이동해 수신 영업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신 이탈은 순이자마진(NIM) 하락세에도 추가 부담을 줄 수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 현행 한도 1인당 5000만원 보호 범위가 시행 이후부터는 1억원까지 커진다. 다섯 차례 이상 관련 태스크포스(TF) 회의를 거쳤고 오는 9월부터 상향된 한도를 적용할 계획이다.
은행권은 분산예치 수요 감소로 발생하는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고객이 여러 은행에 나눠 예치하던 자금을 한 곳에 집중할 수 있게 되면서 특정 은행으로 수신이 편중될 것이란 우려다. 특히 고객 기반이 약한 은행들은 각종 혜택으로 무장한 대형은행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수신이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신 경쟁이 심해지면 자금을 비싸게 조달할 수밖에 없으니 결과적으로 NIM에도 부담이 된다"며 "금리인하기에 예대마진을 위해 대출금리를 올릴 수도 없기 때문에 수익성을 방어할 여지가 좀 줄어든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 2금융권으로의 '머니무브'도 예상된다. 금융위와 예금보험공사(예보)의 연구에 따르면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시 저축은행 예금이 시행 전보다 16~25% 늘어날 수 있다. 일부 저축은행은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도 최근 예금금리를 인상하며 수신 유치에 나서고 있다.
저축은행과의 금리 경쟁은 시중은행에게도 난관이다. 이미 주식시장이나 가상자산 시장으로 요구불예금이 빠져나가고 있는데 저축은행도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타 업권과 제휴한 파킹통장 출시가 이어지는 현상도 NIM 하락기에 은행들이 핵심 예금을 미리 충분히 확보하려는 대응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은 예금자보호 확대가 예금보험료율 인상 가능성을 키운다는 점도 부담을 느낀다. 금융위 용역연구에 따르면 한도를 1억원으로 늘릴 경우 보험료율을 최대 27.3%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현재 업권별 보험료율은 은행 0.08%, 저축은행 0.40% 등으로, 보험료 인상 시 외려 이자 혜택 축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자금이 대규모로 이동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자산가들은 여전히 은행권의 안정성과 브랜드 신뢰를 중시하고 있고 은행과 저축은행 간 금리 격차도 금융소비자들이 이동할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저축은행업권 일부에서도 보호 한도 상향만으로는 고객 유입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금융당국은 자금 이동에 따른 시장 변화에 대비해 유동성 충격 등을 줄이고 흐름을 파악하기 위한 자금이동 상시점검 TF를 꾸릴 예정이다. 금감원, 예보, 한국은행 등이 참여해 수신경쟁 과열이나 유동성 리스크를 실시간 점검하고 필요시 즉각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제도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자금 이탈과 수익성 저하, 수신 경쟁 격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시행 이후 초기 시장 흐름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병권 기자 bk2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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