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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공약체크] "지역 내 소비 분명 늘었다" vs "일부 지역·업종에만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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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공약체크] "지역 내 소비 분명 늘었다" vs "일부 지역·업종에만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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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지역사랑상품권 실효성 논쟁 셋
①진짜 소비가 늘었나
②일부 업종, 업체만 특혜?
③재정 감당할 수 있나


2022년 8월 인천의 한 전통시장에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을 독려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2022년 8월 인천의 한 전통시장에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을 독려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지역화폐의 효과는 있나.' 이 논쟁에 불을 붙인 건, 2020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이 발간한 지역화폐가 소비 진작에 도움 되지 않고 재정 손실만 남긴다는 내용의 보고서였다.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이끌던 경기도의 출연기관인 경기연구원(경기연)이 지역화폐가 도내 소상공인 매출액을 높였다는 통계를 앞세워 맞섰고, 조세연이 재반박을 하는 등 이후로도 논쟁은 거듭됐다. 쟁점은 크게 셋인데, 지금도 여전하다.

우선 ①진짜 소비가 늘었냐는 질문이다. 지역화폐를 발행한 한 지역의 소비가 늘면 인접 지역에서는 소비가 줄고, 결국 소비 총량은 변함이 없다는 비판에서 비롯된다. '제로섬 게임'에 비유되기도 한다. 역내에서도 실제 소비자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결제 수단만 바뀐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 인천본부가 인천 지역화폐(인천e음)를 조사한 결과, 2019년 하반기 역내에 지역화폐 사용액이 늘어나는 동시에 신용·체크카드 사용액 증가율(전년 대비)은 다른 지역과 달리 크게 감소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지역화폐 옹호론은 정책 목표를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반박한다. 대형마트나 온라인 쇼핑에 몰리는 자금 흐름을 지역 소상공인에 돌려 지역 간, 업체 간 불균형을 완화하는 데 의의가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효과를 보여주는 통계들도 있다. 경기연은 2019년 지역 업체 3,800곳의 매출액을 조사한 결과, 지역화폐 결제액이 100만 원 증가할 때 소상공인 매출액이 45만 원 증가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특히 청년수당 등 정책수당을 현금이 아닌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지역 내 상점에서 소비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고 덧붙였다. 대전세종연구원도 지역화폐의 캐시백 등 인센티브로 인해 역내 소비가 26~29% 추가적으로 늘었다는 분석을 낸 적 있다.

또 다른 쟁점은 ②업종 편중 문제다. 일부 업종에 혜택이 집중된다는 점이다. 조세연은 지역화폐가 주로 요식업, 미용업 등에 집중적으로 사용되면서 그 외 업종은 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는다. 반면 찬성 측에서는 정책 목적상 피해가 컸던 업종에 집중하는 것이 불가피하고, 향후 사용처를 세밀하게 선정하면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반박한다.

마지막 쟁점은 결국 예산이다. ③획일적 의무 발행을 지자체 재정으로 감당할 수 있느냐의 문제에 부딪힌다.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는 제도 운영이 더 힘든 역설적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국비 지원 확대가 거론된다. 한국지방자치학회장을 지냈던 최진혁 충남대 도시·자치융합학과 명예교수는 "국비 의존성이 높아지면 지역화폐에 대한 지자체의 자발적 노력이나 혁신 동기가 약화할 수 있다"며 "지역화폐의 의무 발행보다는 지자체가 주체적으로 필요성에 따라 선택하고 책임지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간 중앙정부는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자체에는 지원하지 않고, 일반 자치단체에는 2%(상품권 할인 비용 기준), 인구감소 지역에는 5%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차등 지원하고 있다.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역균형발전은 국가 전체의 과제라는 점에서 지역화폐 사업에 국비 증원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도 "지원 대상인 자영업자, ESG(환경·사회·기업 지배구조) 경영을 하는 기업 등 재원을 조달하는 방식을 다양화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세종=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