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불리는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이 27일 (현지시간) 부인 루시아 토폴란스키오 함께 몬테비데오 국민참여운동(MPP)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후 무히카 전 대통령은 암 치료에 따른 신장 기능 저하로 24시간 입원 가료후 집으로 귀가했다. /AFPBBNews=뉴스1 |
재임 시절 '세계에서 가장 검소한 대통령'으로 불린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이 89세로 별세했다.
13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야만두 오르시 현 우루과이 대통령은 X에 "깊은 슬픔과 함께 우리의 동지 페페(호세라는 이름에 대한 애칭) 무히카의 서거를 알린다"며 "그는 대통령, 사회운동가, 안내자이자 지도자였다. 오랜 친구여, 우리는 당신이 너무나 그리울 것"이라고 썼다.
무히카 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식도암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가 암세포가 간으로 전이돼 "몸이 견디지 못할 것 같다"며 지난 1월 항암 치료를 중단했다.
무히카는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우루과이 대통령을 역임했다. 검소하고 소탈한 그는 2010년 취임 당시 재산으로 195만원을 신고하고 대통령 월급의 90%를 기부했다. 그는 대통령 관저는 노숙자에게 내어주고 자신은 텃밭 딸린 작은 집에서 오랜 기간 출퇴근했다. 1985년 구입한 이 집 한 채와 1987년식 낡은 하늘색 '폭스바겐 비틀' 자동차 한 대, 트랙터에 발을 잘려 절뚝이는 개 한 마리가 그가 가진 전부였다.
그는 1960~1970년대 군사독재에 맞서는 좌파 무장·시위 게릴라 조직 '투파마로스'에서 활동했고 15년 정도 수감 생활한 뒤 사면받았다. 이후 정계에 뛰어든 그는 좌파 성향 정당 국민참여운동(MPP)을 이끌었고 축산농림수산부 장관을 지냈다.
2009년 대선에서 우루과이 46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그는 우루과이 경제 발전과 빈곤 감소에서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재임 기간 우루과이 빈곤율은 40%에서 11%로 떨어졌다. 다만 가톨릭 국가에서 동성결혼을 합법화하고 세계 최초로 기호용(오락용) 대마초(마리화나)를 완전히 합법화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퇴임 뒤 직접 텃밭에서 농사지으며 검소한 삶을 이어가 국민적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
그는 특유의 시적인 표현을 바탕으로 한 각종 어록으로 유명하다. 그가 남긴 "삶에는 가격표가 붙어 있지 않으니 나는 가난하지 않다" "동반자가 있으면 우리는 가난하지 않다" "권력은 사람을 변화시키지 못하며 단지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드러낼 뿐" "유일하게 건강한 중독은 사랑의 중독" 등은 명언으로 자주 회자된다. 그는 지난 1월 임종 준비에 들어간다면서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존중하기는 쉽지만, 민주주의의 기초는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존중이라는 것을 배워야 한다"고 설파하기도 했다.
이영민 기자 letswin@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