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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손흥민이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은 채 무리하게 유로파리그 결승전에 선발로 출전하면 6년 전 부상에서 막 돌아온 탓에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해 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망쳤던 해리 케인처럼 될 수도 있다.
팬들이 원하는 그림은 손흥민이 토트넘 홋스퍼의 주장 완장을 차고 오는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에서 열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2024-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에 선발 출전해 팀의 우승을 이끄는 모습이겠지만, 현재 손흥민의 상태를 생각하면 손흥민이 벤치에서 출발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해도 이상하지 않다.
손흥민은 이제 막 부상에서 돌아온 선수다. 복귀전이었던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경기에서 예상보다 이른 시간이었던 후반 13분경 교체 투입되기는 했으나, 전체적인 컨디션이 부상당하기 전보다 크게 떨어진 게 당연하다. 자칫 무리하게 유로파리그 결승전에 선발 출전하면 본인은 물론 팀에도 피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
17일 예정된 애스턴 빌라와의 프리미어리그가 중요한 이유다. 손흥민은 유로파리그 결승전을 위해 애스턴 빌라전에서 경기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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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지난 11일 홈구장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프리미어리그 36라운드 경기를 통해 복귀했다. 손흥민이 그라운드를 밟은 것은 지난달 중순 아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독일)를 상대한 유로파리그 8강 1차전에서 발 부상을 입은지 약 한 달 만이었다.
토트넘이 보되/글림트(노르웨이)와의 유로파리그 준결승 2차전에서 승리해 대회 결승행을 확정 지은 뒤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예고했던 대로였다. 당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이 크리스털 팰리스전에서 어느 정도의 출전 시간을 부여받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손흥민 역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복귀를 암시했고, 이후 크리스털 팰리스전 교체 명단에 포함됐다.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손흥민은 후반 13분경 라이트백 페드로 포로 대신 교체 투입되면서 복귀전을 소화했다. 토트넘은 잉글랜드 국가대표 윙어 에베레치 에제에게 연달아 두 골을 허용해 0-2로 패배했지만, 손흥민이 돌아왔다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돌아온 손흥민은 이제 22일 유로파리그 결승전을 바라보고 있다. 경기까지 약 10일 정도 남겨둔 시점에서 손흥민은 컨디션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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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손흥민이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선발 출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12일 토트넘의 훈련장에서 진행된 유로파리그 결승전 사전 미디어 데이에서 이번 결승전이 손흥민과 토트넘에 어떤 의미인지 잘 안다면서도 손흥민의 출전 여부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손흥민은 이번 시즌 토트넘의 원동력이었다. 손흥민은 트로피가 자신에게 어떠한 의미를 주는 것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선수"라면서 "자신에게 모두가 갈망하는 트로피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인지하고 있는 그가 경기에 출전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이번 우승 기회가 손흥민에게 중요하다는 점을 짚었다.
실제 손흥민은 이번 시즌이 시작되기 전 영국 공영방송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승에 대한 열망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손흥민은 우승과 함께 이번 시즌을 마무리하고 싶다면서 토트넘에 트로피를 안기고 진정한 레전드로 대우받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유로파리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도 유로파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싶다는 발언을 하면서 우승을 향한 강한 의지를 전했다. 평소 겸손한 성격으로 유명한 손흥민이었기에 그의 우승 관련 발언은 더욱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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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게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뛴 기간은 물론 팀 커리어 전체를 통틀어 아직 우승을 경험한 적이 없는 선수다. 리그와 UEFA 챔피언스리그, 그리고 리그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게 손흥민의 팀 커리어 최고 성적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있기는 하나, 이는 23세 이하(U-23) 선수들이 주로 출전하는 대회인 데다 클럽 커리어와는 무관한 대회다.
때문에 이번 유로파리그 결승전은 손흥민이 팀 커리어에 우승 경력을 추가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소속팀이 유럽대항전 결승전에 오르는 것 자체도 쉬운 일이 아니고, 손흥민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토트넘을 떠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이 경기를 향한 관심이 커지는 중이다.
유로파리그 우승이 간절한 것은 토트넘도 마찬가지다. 토트넘은 2007-08시즌 이후 17년 동안 이어진 무관 기록을 이번 시즌에 깨려고 한다. 무엇보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온갖 굴욕적인 기록을 남긴 시즌이기 때문에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리그에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생각이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손흥민이 무리하게 결승전에 선발 출전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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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손흥민이 팀에서 중요한 선수이고, 간절한 상태라고 해서 투입했다가 2018-19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의 케인과 같은 상황이 될 우려가 크다.
당시 케인은 두 달여 동안 부상으로 고생하다 리버풀과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앞두고 복귀, 결승전에 선발 출전했으나 부상 여파로 인해 경기 내내 부진하다 결국 우승을 놓쳤다. 이 경기에서 케인이 시도한 슈팅은 단 1회. 때문에 케인은 토트넘의 우승 실패 원인으로 비난받았다. 손흥민도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는 것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손흥민 투입을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
그는 "손흥민은 신체적으로 좋은 상태다. 오늘 훈련도 잘 마쳤고, 금요일 경기에서 더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도 있다"면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손흥민의 출전을 준비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결승전에는 언제나 상황을 바꿀 순간과 선수가 있다. 팀 전체가 중요하다"며 팀을 위한 결정을 내리겠다고 이야기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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