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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 날벼락 맞았다…“돈 쏟아부었는데” 폐기 위기에 빠졌다는 IRA 보조금 혜택

매일경제 이상덕 기자(asiris27@mk.co.kr), 추동훈 기자(chu.donghun@mk.co.kr), 박제완 기자(greenpea94@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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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 날벼락 맞았다…“돈 쏟아부었는데” 폐기 위기에 빠졌다는 IRA 보조금 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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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전기차 배터리 제조공장 [로이터 = 연합뉴스]

한 전기차 배터리 제조공장 [로이터 = 연합뉴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혜택을 기대하고 미국 투자를 늘렸던 국내 기업들은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미국 의회의 움직임을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배터리 업계는 13일 미국 의회의 IRA 법안 폐기 여부를 예의 주시하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미국 투자를 계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이번 법안이 초안인 만큼 향후 수정될 가능성이 크고 상·하원 통과 과정도 남아 있어 실제 제도 폐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며 “국내 배터리 업계에서도 보조금 제도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배터리 산업의 미국 고용 인원과 투자금 규모가 크고 대부분 공장이 공화당 지역에 위치해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배터리 3사 모두 IRA 보조금 때문이 아니라 장기 성장성을 보고 미국 투자를 결정한 만큼 설령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한국 배터리 업계 입장에서는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혜택과 관련해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꼭 그것 때문에 미국에 공장을 짓는 것은 아니지만 정책 방향이 그렇게 되면 부담되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법안은 아직 초안이며 IRA 혜택을 받는 지역구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공화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다”면서 “실제 법안 통과 여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1분기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은 IRA AMPC 보조금으로 각각 4577억원, 1094억원, 1708억원을 수령했다.

반도체 업계는 반도체지원법(칩스법)이 폐지되지 않더라도 개편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칩스법에 대해 “끔찍하고 끔찍하다”고 혹평했지만, 실제로는 ‘투자 액셀러레이터’로 이름만 변경해 반도체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반도체 지원을 지속하면서도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주도했던 정책의 공로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정치적 전략이 담겨 있다”면서 “관세만으로는 미국 내 반도체 공장 건설 비용을 충당할 수 없기 때문에 인센티브와 규제 완화를 병행하는 투자 액셀러레이터가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칩스법 지원 대상은 34개사 가운데 20개사가 확정됐다. 작년 말 인텔, 마이크론, 삼성전자, TSMC, SK하이닉스 등이 미국 정부와 협의를 마무리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370억달러를 투자해 2026년까지 로직칩 팹 2개와 연구개발(R&D) 시설 등을 건립하는 조건으로 보조금 47억4500만달러를 지원받기로 했다. 또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7000만달러를 투자해 2028년까지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밴스트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조건으로 4억5800만달러 보조금 지원을 확정받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예정대로 건립한다”는 방침이나 미국 정부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전부터 세액공제 폐지는 예상했던 것”이라며 당분간 사태 추이를 관망하겠다는 분위기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까지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전기차가 없었기 때문에 세액공제를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미국 시장에서 사상 최대 판매를 올린 만큼 모든 자동차 제조업체가 공평하게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될 경우 나쁠 것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3월 준공한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HMGMA) 역시 세액공제와는 관계없다고 못 박았다. 또 다른 그룹 관계자는 “HMGMA 준공의 가장 큰 의미는 증가하는 미국 내 판매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라며 “세액공제를 목적으로 공장을 지은 게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HMGMA 준공으로 수입 차량에 부과되는 25% 관세를 피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도 신공장 확보가 헛된 게 아니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한편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 및 품목별 관세가 주 단위로 빠르게 변화하면서 국내 기업이 겪는 혼란도 상당하다. 관세정책의 변화, 완성차 업체 경영 전략의 변화, 그리고 부품업체로의 주문 물량 변화에 각각 시차가 발생해 적시 대응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다수에 전기차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정책이 바뀌면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사들의 차량 생산대수와 물량 이전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다 보니 여기에 맞춰 공급 전략을 수립하기가 상당히 힘들다”면서 “새 전략을 세운 당일에 미국 관세정책이 바뀌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이상덕·추동훈·박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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