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한국일보 언론사 이미지

전략적 소모 경쟁으로 북한을 제압하자 [무기로 읽는 세상]

한국일보
원문보기

전략적 소모 경쟁으로 북한을 제압하자 [무기로 읽는 세상]

서울흐림 / 21.5 °
2019년 11월 북한 평양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국 IT박람회에서 김일성종합대학이 선보인 '훗볼로보트' 시연 장면. 조선중앙통신

2019년 11월 북한 평양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국 IT박람회에서 김일성종합대학이 선보인 '훗볼로보트' 시연 장면. 조선중앙통신


'상황판단-결심-대응'의 3주기 패턴 단축은 부대원의 생사를 넘어 국가의 존망과도 연계된다. 이러한 의사결정 주기의 단축은 적이 대응할 수 없는 속도의 군사작전을 보장한다. AI가 '현대전'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한 이유이다.

북한은 국제사회 제재로 군용 기술 개발이 차단됐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논문, 학술 교류, 유학생 파견 등 각종 방법으로 제재를 우회하고 최신 학술 정보를 적극적으로 취득 중이다.

김일성종합대 연구자료에 나온 챗GPT. 조선의 소리 갈무리

김일성종합대 연구자료에 나온 챗GPT. 조선의 소리 갈무리


학술 정보는 가공 후 군용 기술로 전용된다. 김일성 대학의 AI/ML 연구 동향을 살펴보면 음성인식, 안면인식, 문자 및 지문인식 기술 등의 분야를 중심으로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집중적으로 연구 중이며 활발하게 각종 드론과 자율 주행 로봇 등을 연구하고 있다. 그 결과는 신형 드론, 군용 인공지능 개발 등의 가시적 위협으로 나타난다.

공개첩보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3월 말에 총참모부 전투 훈련국 산하 '전자전 및 인공지능 운영 지휘부'를 창설했고 7월에는 해당 부대 주관 전자전, 해킹, 신형 드론 정찰 훈련을 했으며 10월까지 데이터 분석 및 작전계획 자동 수립 프로그램 개발을 지시했다고 한다. 오물풍선에 GPS 좌표와 풍량 계산 장치, 발화 장치 등이 식별된 것과 연계하면 다음의 추측이 가능하다. 오물풍선 도발은 심리전 적공 훈련뿐 아니라 AI 기반 표적 생성 프로그램으로 목록을 생성하여 한국에 대한 대량 화력투발 계획을 검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북한은 정찰-타격 복합체를 구현하기 위한 준비 중인 것이다. 핵 전력을 기반으로 미국 증원전력 접근을 차단하고 전 영역(지상·해상·항공·우주·사이버·전자기·인지 영역 등)에서 상황판단-결심-대응 속도를 압도하기 위해 AI를 이용하려는 것이다. AI가 생성한 표적목록을 바탕으로 기습적 화력 타격을 가하고 대용량 정보 처리와 유통을 통해 통합형 지휘체계로의 발전을 노리는 것이다. 즉, 김일성 대학의 연구물들은 '전영역정밀전'(ADPW, All-Domain Precision Warfare) 개념으로의 도약을 위한 개념연구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재래식과 핵전쟁을 결합한 CNI(Conventional-Nuclear Intergration) 기반의 한미연합 JADC2 체계의 구축을 가속화해야 한다. 미군과의 연합작전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대대급 지휘소부터 연합사령부 예하 모든 지휘소의 전장 요소를 실시간으로 연결할 수 있는 대용량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 국방 AI 참모의 개발을 가속화하여 빅데이터 기반 생성형 AI를 활용한 지휘결심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전장 어디에서도 접속할 수 있는 한미 연합군 전용 클라우드 인프라 건설도 요구된다. 양국의 위성 체계까지 연합군이 함께 접속할 수 있는 한국형 델타 체계의 구축이 시급히 요구되는 것이다. 연합 합동성의 강화는 북한의 평시 일반 핵 강제에서부터 유사시 긴급 핵 강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의 핵 사용 의지를 꺾는 데 목표를 둬야 한다. 확전 잠재력을 구성하는 모든 변수(핵탄, 발사체, 핵 확전으로의 절박성)를 분쇄하고 도발에는 반드시 감내할 수 없는 비용이 발생할 것임을 각인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한반도 내 전략적 균형을 장기 경쟁으로 유도토록 강압, 북한을 옥죄어 가는 소진 전략으로의 접근이 바람직할 것이다.


임철균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전문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