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다 공감 어렵지만 설득력 있게 그리려해"
"소외된 현대인 안에 누구나 '헤다' 있을것"
"힘들지만 너무 재미있어…소극장 무대 욕심"
"소외된 현대인 안에 누구나 '헤다' 있을것"
"힘들지만 너무 재미있어…소극장 무대 욕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공연 중인 연극 '헤다 가블러'의 3막 마지막 장면. 헤다가 과거 감정적으로 깊은 관계였던 에일렛의 원고를 난롯불에 태운다. 한때 폐인 생활을 했던 에일렛이 탈고한 뒤 장밋빛 미래를 그렸던 필생의 역작이다. 헤다는 원고가 타는 모습을 더 자세히 보기 위해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진 난로 벽에 얼굴을 바짝 갖다 대고 읊조린다. "에일렛 네 아이를 태우고 있다." 헤다의 반대편에서 카메라가 헤다의 얼굴을 집요하게 비추고 카메라에 담긴 영상은 무대 뒷배경에 투사돼 관객들 모두 헤다의 안면 근육의 떨림까지 느낄 수 있다. 무대가 서서히 어두워지며 3막이 마무리된다.
여주인공 헤다 역을 맡은 배우 이영애는 13일 LG아트센터에서 마련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3막 마지막 장면의 카메라 구도를 자신이 제안했다고 말했다. 애초 카메라 앵글이 위에서 헤다의 얼굴을 비췄는데 노골적으로 헤다의 얼굴을 비출 수 있도록 아예 아래에서 앵글을 잡자고 했다고 말했다는 것. 이영애는 헤다의 심리가 드러나는 중요한 장면에서 카메라로 헤다의 얼굴을 촬영해 뒷배경에 크게 비추는 방식에 대해서도 좋은 생각이라고 동의했다고 했다. "LG아트센터가 대극장이니까 멀리 있거나 2층. 3층의 관객들은 제 눈을 볼 수 없잖아요."
'헤다 가블러'는 이영애가 1993년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개관작으로 5ㆍ18 민주화 운동을 다룬 연극 '짜장면'에 출연한 이후 무려 32년 만에 오른 연극 무대다. 이영애는 '행복한 스트레스'라며 오랜만의 연극 무대가 힘들지만 재미있다고 했다. "요즘 주변 사람들에게 '너무 힘들다. 그런데 너무너무너무 재미있다'고 말한다."
여주인공 헤다 역을 맡은 배우 이영애는 13일 LG아트센터에서 마련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3막 마지막 장면의 카메라 구도를 자신이 제안했다고 말했다. 애초 카메라 앵글이 위에서 헤다의 얼굴을 비췄는데 노골적으로 헤다의 얼굴을 비출 수 있도록 아예 아래에서 앵글을 잡자고 했다고 말했다는 것. 이영애는 헤다의 심리가 드러나는 중요한 장면에서 카메라로 헤다의 얼굴을 촬영해 뒷배경에 크게 비추는 방식에 대해서도 좋은 생각이라고 동의했다고 했다. "LG아트센터가 대극장이니까 멀리 있거나 2층. 3층의 관객들은 제 눈을 볼 수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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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헤다 가블러'에서 헤다 역으로 출연 중인 배우 이영애 [사진 제공= LG아트센터] |
'헤다 가블러'는 이영애가 1993년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개관작으로 5ㆍ18 민주화 운동을 다룬 연극 '짜장면'에 출연한 이후 무려 32년 만에 오른 연극 무대다. 이영애는 '행복한 스트레스'라며 오랜만의 연극 무대가 힘들지만 재미있다고 했다. "요즘 주변 사람들에게 '너무 힘들다. 그런데 너무너무너무 재미있다'고 말한다."
1990년 데뷔해 어느덧 50대 나이. 이영애는 50대라는 나이가 연기자에게 참 어울리는 나이라는 생각이 들어 감사함도 느낀다고 했다. "50대가 느낄 수 있는 감정도 있고, 출산과 육아를 경험하면서 삶을 보는 자세가 더 넓고 깊어졌다. 연기자로서 더 다양한 모습을 풀어낼 수 있게 됐다."
이영애가 연기하는 헤다는 극도로 자기중심적인 인물이다. 고지식한 학자 테스만과 결혼했지만 이내 권태를 느끼고, 에일렛이 집에 찾아오면서 묘한 감정에 휩싸인다. 하지만 에일렛의 곁에 테아라는 새로운 여인이 등장하고, 헤다는 에일렛을 파멸로 내몬다. 그리고 자신도 파멸을 선택하며 극이 마무리된다.
이영애는 "그래도 열심히 살아야 하지 않느냐"며 죽음을 선택하는 헤다가 공감하기 힘든 인물이라고 했다. 이영애는 헤다라는 인물의 심리를 쫓아가는 것이 힘들었다며 "헤다는 1 더하기 1을 했는데 2가 아니고 0이 되기도 하고 갑자기 4가 되기도 하는 여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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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헤다 가블러'에서 헤다 역으로 출연 중인 배우 이영애 [사진 제공= LG아트센터] |
다만 헤다를 무자비한 악녀로 그리기보다 조금은 설득력 있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여자를 그리기 위해서 노력했다"고 했다. 억압이라는 관점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도 했다.
"너무 외롭고 소외된 요즘 사회에서는 누구나 고립될 수 있다. 주위에 사람들은 많지만 홀로 떠 있는 사람들도 많고 가족이면서도 사랑이 부족한 사람들도 많다. 현대인들 누구나 자신 안에 있는, 자신도 모르는 욕망도 있을 것이고, 표출하지 못하는 질투도 있을 것이고, 표출하지 못하는 자아도 많을 것이다. 그런 걸 좀 풀어내어 보자. 관객이 스스로에게 이야깃거리를 줄 수 있는 그런 연극이 됐으면 좋겠다."
이영애는 "크기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 모두의 안에는 헤다가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영애는 헤다가 공감이 쉽지 않아 힘든 인물이지만 연극의 재미는 진하게 느끼고 있다고 했다. "연극 무대에 자주 설 수 있는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좋은 기회가 있으면 또 할 것 같다."
소극장 무대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LG아트센터라는 멋진 대극장에서 연극을 해봤으니까 관객하고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그래서 눈빛도 주고받을 수 있는, 그런 호흡을 느낄 수 있는 무대도 참 좋겠다고 생각한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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