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가공식품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
올초부터 본격화된 가공식품 ‘가격 줄인상’이 좀처럼 잠잠해지지 않고 있다. 환율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것이 직접적 요인이지만, 오는 6월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인상 막차’를 타야 한다는 업계의 속사정도 줄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13일 테라·켈리 등 주요 맥주 제품 출고 가격을 이달말부터 평균 2.7% 인상한다고 밝혔다. 앞서 오비맥주가 카스·한맥 등의 출고 가격을 4월부터 평균 2.9% 올리는 등 여름철 성수기를 앞두고 맥주값이 줄줄이 인상되고 있다.
유업계 1위인 서울우유는 지난 1일부터 흰 우유를 제외한 가공유 등 54개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7.5% 올렸다. 빙그레는 이달말부터 요거트 ‘요플레 오리지널 멀티’의 가격을 5.3% 인상한다. 올초 라면·과자·음료 등에서 시작한 가공식품 인상이 5월 들어 맥주·유제품으로 번진 셈이다.
들썩이는 가공식품 물가는 전체 소비자 물가에도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지수를 보면, 가공식품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과 견줘 4.1% 올랐다. 2023년 12월(4.2%)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다. 통계청은 가공식품 물가 상승이 지난달 전체 물가를 0.35%포인트가량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식품업계는 원화가치 하락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와함께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5개월간 이어진 ‘정치적 공백’은, 그동안 눈치껏 제품값을 올리는데 주저했던 식품업계의 족쇄를 풀어버렸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아무래도 정권이 바뀌기 전에 가격을 올리려는 생각이 있을 것이다. 정권이 바뀌면 서민 삶에 영향을 주는 물가부터 잡겠다고 눈치 줄 것이 뻔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2일 가격 짬짜미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하면서도, 가공식품 가격 인상에 대해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38개 주요 식품기업 중 16개 기업의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등 (인상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원재료 구매 부담 완화를 위해 할당관세 적용 식품 원료를 21개로 늘리는 등 지원책을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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