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지난 4월11일 서울 한남동 공관을 나와 서초동 자택으로 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가 14일 예정된 검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대선 전 조사는 정치적 중립에 어긋난다’는 이유를 댔다.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해달라’는 메시지를 버젓이 내면서 선거 중립 핑계를 댄 것이다. 김씨는 공천개입 의혹 말고도 ‘건진법사 게이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등 여러 혐의를 받고 있다. 하나같이 중대한 사안이라 반드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 검찰은 지난번 ‘출장 조사’처럼 수사하는 시늉만 내서는 안 된다.
김씨 쪽은 13일 검찰에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6월3일 대통령 선거 이후에 조사를 받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대선 이후 조사를 해야 정치적 중립성이 지켜지고, 문재인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를 수사한 검찰이 대면 조사 없이 기소한 점에 비춰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윤 전 대통령이 구속 취소로 풀려난 뒤 정치적 메시지를 잇따라 내면서 ‘선거 중립’을 주장한 것은 이율배반 아닌가. 더구나 문 전 대통령을 전 사위 취업과 엮어 무리하게 기소한 것과 비교한 것은 어처구니가 없다.
김씨의 출석을 요구한 곳은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게이트’ 수사팀이다.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그는 2022년 6월 재보궐선거와 지방선거에서 후보 공천에 관여하고, 2022년 대선 과정에선 명태균씨로부터 3억7천만원 상당의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받아 뇌물 수수 혐의를 받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건진법사라 불리는 전성배씨를 통해 통일교 고위 간부한테서 고가의 목걸이, 샤넬 백 등을 받은 의혹도 있다. 검찰은 이 통일교 고위 간부가 전씨를 통해 통일교의 다섯가지 현안 해결을 청탁했다고 의심한다.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 부인에게 뇌물을 건넬 시도를 했다는 것 자체가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다.
지난해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김씨가 원하는 장소에서 ‘출장 조사’를 하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 공범들이 모두 유죄 선고를 받았는데도 ‘전주’인 김씨를 무혐의 처분했다. 남편이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서울 서초동 자택에서 ‘명품 백’을 받았는데도 눈감아줬다. 검찰이 처음부터 제대로 수사했다면 정권이 ‘김건희 게이트’로 위기에 내몰리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검찰은 지난 2월부터 김씨 쪽과 출석을 조율해왔다고 한다. 이미 김씨를 많이 봐주고 있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이유가 ‘김건희 게이트’가 터지는 걸 막기 위해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임계점에 이르렀다. 검찰은 이번만큼은 제대로 수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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