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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 국면 접어든 관세전쟁, 미국과 대등하게 협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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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 국면 접어든 관세전쟁, 미국과 대등하게 협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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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오른쪽)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중 고위급 관세 협상 결과를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제네바/ AFP 연합뉴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오른쪽)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중 고위급 관세 협상 결과를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제네바/ AFP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전격적인 ‘관세전쟁 휴전’ 합의로 미국과의 무역협상이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세계 1·2위 경제 대국 간 치킨게임이 90일간 유예돼 최악의 사태는 피했다는 점에서 일단은 안도감을 갖게 한다. 하지만 미-중 간 민감 쟁점을 둘러싼 본협상은 이제 시작이다. 또 중국이라는 벽에 부딪친 미국이 협상력이 약한 국가들을 상대로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어 긴장을 늦출 때가 아니다.



미·중이 각각 상대국에 관세율을 145%에서 30%, 125%에서 10%로 파격적으로 내린 것만 보면 대단한 합의처럼 보이지만 그렇게만 볼 일은 아니다. 우선 이런 관세율조차도 트럼프 2기 행정부 이전보다 높아진 숫자이며, 25%가 부과되는 자동차·철강 등 품목별 관세는 여전히 살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비이성적인 인상에 중국이 맞대응하면서 터무니없이 높아진 관세율만 원점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물론 초고율 관세 부과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과 중국산 소비재 품귀, 물가 상승 등 후폭풍을 미국이 감당하기 어려워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은 이전과 분명히 다른 지점이다.



지난주 미-영 간 협상 타결과 미-중 간 ‘휴전’ 합의는 한-미 간 협상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주고받기식 거래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점이다. 영국은 농산물 수입 촉진과 항공기 구매 등을 당근책으로 제시해 자동차 쿼터제와 철강·알루미늄 무관세를 얻어냈다. 영국은 미국이 무역흑자를 보는 나라라는 점에서 사정이 다르지만, 품목별 관세의 무관세화도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미국의 최대 소비재 공급국이라는 점과 함께, 희토류 같은 전략광물의 수출통제 카드로 미국에 맞대응한 전략이 주효했다. 우리가 중국처럼 ‘맞짱’을 뜰 수 있는 처지는 아니지만, 우리가 갖고 있는 카드를 대등한 입장에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우리의 경쟁력 있는 다양한 산업군은 제조업 부흥을 바라는 미국에 매력적인 카드가 될 수 있다.



한·미는 지난달 말 ‘2+2 통상협의’에서 7월 초까지 ‘패키지 합의’를 추진하기로 하고 실무협상을 진행 중이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오는 15~16일 방한해 고위급 협의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6월4일 새 정부가 출범하기에 합의를 서둘러선 안 된다. 미국 쪽 요구사항을 충분히 검토하고, 다른 나라 협상 결과까지 참고해 최선의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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