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센 원작 연극 '헤다 가블러'... 32년 만의 연극 출연
7일부터 내달 8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서 공연
"이해하기 어려운 헤다 연기 위해 입센 파고들어"
“맨 처음엔 '현타'(현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가 크게 왔어요. 다른 연극 배우분들과 발성이 너무 다른 거예요. 큰일 났다 싶었죠.”
지난 7일 연극 ‘헤다 가블러’로 32년 만에 무대에 오른 배우 이영애(54)는 작품 연습을 처음 했던 때를 이렇게 회상했다. 다섯 차례 공연을 마치고 13일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주위에 연기 지도하는 친구에게 연락해서 무대 연기에 필요한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듣기도 하고, 함께 출연하는 배우분들도 잘 가르쳐 줘서 조금씩 배워 가면서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4㎏ 정도 빠졌는데 좋아서 선택한 일이니 행복한 다이어트”라며 웃었다.
내달 8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개관 25주년 기념작으로 공연되는 ‘헤다 가블러’는 헨리크 입센의 동명 희곡이 원작이다. 사회적 제약과 억압 속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여성의 심리를 급진적으로 다뤄 1890년 발표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작품 속 헤다는 학문 외에는 관심이 없는 연구자 테스만(김정호)과 결혼한 뒤 지루한 일상에 권태를 느끼던 중 성공한 작가로 나타난 옛 연인 에일레트(이승주)를 만난 뒤 뒤틀린 내면을 드러낸다. 아름답고 지적이면서도 파괴적 성격을 지닌 복합적인 캐릭터로 잉그리드 버그만, 제인 폰다, 이자벨 위페르, 케이트 블란쳇 등 유명 여배우들이 헤다를 연기했다. 국내에선 2012년 초연 당시 이혜영이 주인공을 맡아 호평 받았다.
7일부터 내달 8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서 공연
"이해하기 어려운 헤다 연기 위해 입센 파고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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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헤다 가블러'에 출연 중인 배우 이영애는 13일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금씩 새로운 모습을 계속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끝까지 지켜봐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LG아트센터 제공 |
“맨 처음엔 '현타'(현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가 크게 왔어요. 다른 연극 배우분들과 발성이 너무 다른 거예요. 큰일 났다 싶었죠.”
지난 7일 연극 ‘헤다 가블러’로 32년 만에 무대에 오른 배우 이영애(54)는 작품 연습을 처음 했던 때를 이렇게 회상했다. 다섯 차례 공연을 마치고 13일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주위에 연기 지도하는 친구에게 연락해서 무대 연기에 필요한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듣기도 하고, 함께 출연하는 배우분들도 잘 가르쳐 줘서 조금씩 배워 가면서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4㎏ 정도 빠졌는데 좋아서 선택한 일이니 행복한 다이어트”라며 웃었다.
"악몽 꾸고 4㎏ 빠지기도"
내달 8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개관 25주년 기념작으로 공연되는 ‘헤다 가블러’는 헨리크 입센의 동명 희곡이 원작이다. 사회적 제약과 억압 속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여성의 심리를 급진적으로 다뤄 1890년 발표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작품 속 헤다는 학문 외에는 관심이 없는 연구자 테스만(김정호)과 결혼한 뒤 지루한 일상에 권태를 느끼던 중 성공한 작가로 나타난 옛 연인 에일레트(이승주)를 만난 뒤 뒤틀린 내면을 드러낸다. 아름답고 지적이면서도 파괴적 성격을 지닌 복합적인 캐릭터로 잉그리드 버그만, 제인 폰다, 이자벨 위페르, 케이트 블란쳇 등 유명 여배우들이 헤다를 연기했다. 국내에선 2012년 초연 당시 이혜영이 주인공을 맡아 호평 받았다.
이영애는 개막 직후 관객들의 긍정적인 평가에 “기대보다 우려가 커서 조금 좋게 봐주신 게 아닌가 싶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공연을 시작하기 전만 해도 “대사를 까먹는 꿈을 꾸고 관객들이 도중에 다 나가 버리면서 ‘영애씨, 그렇게 연기하시면 안 돼요’라고 말하는 꿈도 꾸며 꿈 속에서 엉엉 울었”을 정도로 부담을 느꼈다지만 회를 거듭하며 “리듬감이나 속도, 톤, 시선을 조금씩 변주하면서 즐길 수 있는 여유를 찾으려 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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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개막한 연극 '헤다 가블러'에서 주인공 헤다를 연기하는 이영애. LG아트센터 제공 |
이영애의 연극 출연은 1993년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개관작 ‘짜장면’ 이후 처음이다. 그는 “타이밍이 맞기도 했고 대학교 은사인 김미애 교수님의 영향도 있었다”고 출연 계기를 설명했다. “지난해 교수님이 연극 ‘벚꽃동산’을 보러 가자고 하셔서 LG아트센터와 와서 보고 난 뒤 센터장님과 이야기를 하다 덜컥 하겠다고 했어요.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하잖아요. 물론 한 달간 고민하기도 했죠. 마침 (올 연말 방송 예정인) 드라마 ‘은수 좋은 날’ 촬영이 끝나는 시기라 때가 맞겠다 싶었어요.”
"소극장서 관객과 호흡하며 연기하고파"
이영애는 헤다와 자신의 교집합이 크지 않아 캐릭터를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헤다의 심리를 쫓아가는 건 답이 없는 수학문제를 푸는 것처럼 어려웠어요. 1 더하기 1이 0이 되기도 하고 4가 되기도 하는 여자거든요. 이해하기 어려운 구석이 많은 인물이지만 악녀로 그리기보다 좀 더 설득력 있는, 이해할 수 있는 인물로 그리려고 노력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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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개막한 연극 '헤다 가블러'에서 각각 주인공 헤다와 남편 테스만을 연기하고 있는 이영애(오른쪽)와 김정호. LG아트센터 제공 |
광고 모델로 얼굴을 알린 뒤 1993년 연기를 시작해 32년째 연기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이영애는 연극의 매력에 푹 빠졌다면서 기회가 된다면 다시 무대에 오르고 싶다고 했다. “이렇게 열심히 연기 연습을 하고 연기 공부를 하고 나니 이전 작품 할 때 더 열심히 할 걸 하는 후회를 하기도 했어요. 시야가 더 넓어진 것 같아요. 다음 작품을 임할 땐 더 열심히 잘할 수 있겠다 싶은 자신감과 희망도 얻었어요. 힘든 만큼 무대 연기가 너무너무 재밌어요. 무대가 끝나면 사라지는 것이어서 더욱 소중하기도 하고요.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는 관객과 가까이서 호흡할 수 있는 소극장에서 연기해 보고 싶습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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