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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은 영국과 몰타, 노르웨이 등에서 촬영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 제작 영화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면 '파이널 레코닝' 같은 영화가 대상이 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할리우드 스타 톰 크루즈는 한국에서 ‘친절한 톰 아저씨’로 불린다. 한국을 자주 찾는 데다 팬서비스가 남달라서다. 1994년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로 첫 내한한 이후 최근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으로 12번째 한국을 찾았다. 친절하기로 소문난 그가 지난 8일 열린 내한 기자회견에서 “잘 들리지 않는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외 제작 미국 영화에 관세 100%를 부과하겠다는 것에 어찌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해서였다.
□ 크루즈로서는 영화 홍보를 위한 자리에서 괜한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파이널 레코닝’은 영국과 몰타, 남아프리카공화국, 노르웨이에서 촬영했다. ‘해외 제작 미국 영화’다. 관세 철퇴를 맞을 대상이다. 해외 제작은 할리우드의 오래된 추세다. 미국 비영리기구 필름LA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미국 내 영화제작은 40% 가까이 감소했다. 트럼프가 지난 4일 “우리는 미국에서 영화가 다시 만들어지기를 원한다”며 관세 채찍을 들고 나온 이유다.
□ 할리우드가 미국 밖에서 영화를 촬영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돈 때문이다. 여러 나라가 세제 감면이라는 당근책을 제시하고 있다. 호주는 최대 30%까지 세금을 돌려준다. 미국보다 저렴한 인건비도 장점으로 꼽힌다. 100% 관세가 실시되면 어떻게 될까. 최근 할리우드 히트작 ‘마인크래프트 무비’에 적용하면 3억9,000만 달러 정도를 세금으로 내게 된다는 추정이 있다. 이 영화 세계 흥행 매출(8억7,500만 달러)의 45%가량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 관세 부과로 미국 영화들이 ‘집’으로 돌아갈까. 미국 언론은 물음표를 제시한다. 관세 부담이 크다 하나 미국 내 제작비가 만만치 않아서다. 해외 촬영이 힘들어지면 인공지능(AI)에 의존한 저예산 영화가 쏟아지리라는 예측이 나온다. 영화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쉽지 않다는 거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사업 위축 가능성도 있다. 이들은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리즈 같은 해외 제작 콘텐츠로 많은 수익을 내고 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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