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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킹 칼리드 국제공항 터미널에서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만나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카타르 왕실로부터 5000억원이 넘는 초고가 항공기를 선물 받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면서 이해충돌과 안보 불안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백악관은 ‘법 절차를 준수하겠다’며 논란에 선을 그었지만 공적 권한과 사익의 경계를 넘나 들어온 트럼프 일가의 반복된 행태에 보수층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3월 ‘시그널 게이트’로 드러난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 불감증이 카타르 항공기 선물에서도 반복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카타르 왕실로부터 약 4억달러(약 5700억원)에 달하는 보잉 747-8 항공기를 선물로 받아 대통령 전용기로 사용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를 인정하며 “‘매우 비싼 항공기를 공짜로 받길 원치 않는다’고 말하면 나는 멍청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은 (카타르가) 내게 주는 선물이 아니라 미국 국방부에 주는 선물”이라며 퇴임 후 선물 받은 항공기를 개인적으로 사용할 계획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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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은 ‘법적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공직자가 의회 승인 없이는 어떠한 국왕, 왕족 또는 외국으로부터도 선물, 보수, 관직 또는 칭호를 받을 수 없다’고 정한 수정헌법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적 권한과 사적 이익의 불분명한 경계는 이해충돌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13일 시작된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을 앞두고 지난달 트럼프 일가 사업체가 카타르에 호화 골프 리조트 건설 계약을 체결하고, 아랍에미리트(UAE)의 한 펀드가 트럼프 그룹 계열사의 가상자산에 20억달러를 투자한 사실이 드러났다. 카타르 항공기 선물의 법적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려진 팸 본디 법무장관이 카타르의 로비스트로 근무했던 이력도 재조명됐다. 민주당 전략가 맷 맥더모트는 영국 가디언에 “외국 정권이 대통령에게 제트기를 선물하는 건 대낮의 뇌물 수수”라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공화당이 다수당이기 때문에 탄핵소추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 트럼프를 더욱 대담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인사들과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셸리 무어 캐피토 상원의원은 CNN 인터뷰에서 “합헌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고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은 “행정부가 법을 지킬 것인지 의문이 제기되는 것 같다”고 했다. “에어포스 원은 미국에서 제작된 크고 아름다운 제트기라면 더 좋을 것”(조시 홀리 상원의원)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보수 논객 벤 셔피로는 “이게 트럼프 대통령에게 좋은 것인가. 답은 ‘그렇지 않다’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성공을 원한다면 이런 얄미운 짓은 멈춰야 한다”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극우 논객 로라 루머는 반이슬람 성향을 드러내며 “이슬람 세력이 미국을 장악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다”며 “행정부에 큰 오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안보 위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통령 전용기에 해박한 전직 관료는 워싱턴포스트에 “(대통령 전용기는) 핵무기로 무장한 비행 지휘소”라며 “다단계 보안 역량을 갖추기 위해 뜯어내고 다시 만들어야 할 것”이라 말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미 비밀경호국(USSS) 요원으로 근무했던 맥 플리칙은 “비행기의 뼈대까지 분해해 다시 조립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미 상원 군사위원장을 맡은 잭 리드 상원의원(민주)은 성명에서 “외국이 민감한 시스템과 통신에 접근할 수 있게 돼 엄청난 방첩 위험이 초래될 것”이라며 “국가 안보와 외교 관례에 대한 무시는 사익과 국익을 바꾸려는 위험한 의지를 드러낸다”고 비판했다.
민간 항공기를 대통령 전용기 요건에 맞게 고치는 데 드는 예산과 시간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 퇴임 전 활용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카타르 항공기가 납세자들의 세금을 절약해 줄 것이라는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라며 “기증받은 항공기는 새로운 전력 시스템, 배선 등으로 내부부터 개량돼야 하며 기간은 수년, 비용은 수억달러가 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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