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4번 타자' 이정후, KBO출신 켈리와 맞대결서 판정패

애리조나전 해결사 중책 맡았지만
주자 두고도 타점 없이 4타수 1안타
팀 1-2 패배에 타율도 0.285로 소폭 하락

샌프란시스코의 이정후가 1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2025 미국 메이저리그 애리조나와 경기에서 4회 말 우전 안타를 친 후 1루로 달리고 있다. 샌프란스시코=AP 뉴시스

미국 메이저리그(MLB) 데뷔 후 첫 4번 타자로 나선 이정후(샌프란시스코)가 KBO리그 출신 메릴 켈리(애리조나)와 재회해 안타를 치는 등 기대감을 높였으나 판정패했다. 번번이 누상에 주자를 두고도 '한 방'을 때려내지 못하고 팀 패배를 지켜만 봤다.

이정후는 1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MLB 애리조나전에 4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올 시즌 줄곧 3번 타자로 나섰던 이정후는 이날 타순 변경으로 '해결사 역할'이라는 중책을 떠안았다. 그러나 그는 밥 멜빈 감독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4차례의 타석 모두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방망이를 잡았지만, 타점 없이 4타수 1안타에 그치며 팀의 1-2 패배를 막지 못했다. 타율 역시 0.286에서 0.285로 소폭 하락했다.

경기 시작 전까진 '4번 타자 이정후'의 활약에 큰 기대감이 모아졌다. 그가 상대한 애리조나 선발 투수가 KBO리그에서 수차례 맞상대를 해본 메릴 켈리였기 때문. 켈리는 2015~18시즌 한국프로야구 SK(현 SSG) 소속으로 48승(32패) 평균자책점 3.86을 올리고 빅리그에 진출, 지난 시즌까지 53승(44패) 평균자책점 3.82의 호성적을 기록한 투수다. '역수출 신화'의 주인공이지만 이정후에겐 유독 약했다. 이정후는 KBO리그 시절 켈리에게 타율 0.467(15타수 7안타)로 강한 면모를 보였다.

그러나 이정후는 1회말 첫 타석부터 의아한 플레이를 펼치고 물러났다. 4번 타자로는 이례적으로 2사 1루 상황에서 기습번트를 댔다. 3루수 쪽으로 타구를 굴리려는 계산이었지만, 생각과 달리 타구가 상대 포수 앞에 떨어지면서 첫 타석을 허무하게 날렸다.

이정후가 13일(한국시간) 애리조나전에서 1회말 2사 1루에 기습번트를 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Neville E. Guard-Imagn Images 연합뉴스

두 번째 타석이었던 4회말 1사 1루에선 기다렸던 안타가 나왔다. 켈리의 2구째 체인지업을 걷어 올려 우전 안타를 만들어 냈다. 그사이 1루 주자 엘리엇 라모스가 3루까지 내달려 1사 1·3루 찬스가 만들어졌지만, 후속 윌머 플로레스의 병살타로 득점엔 실패했다.

이후에도 '한 방'을 보여주진 못했다. 이정후는 6회말과 8회말 모두 2사 1루에 타석에 들어섰지만, 각각 좌익수 뜬공과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4연패에 빠진 샌프란시스코는 18패(24승)째를 기록했다.

샌프란시스코 선발 저스틴 벌랜더는 6이닝 9피안타 2실점으로 제 몫을 다했지만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시즌 첫 승 사냥에 또다시 실패하고 3패째를 떠안았다. 켈리는 7이닝 8피안타 8탈삼진 1실점으로 시즌 4승(2패)째를 수확했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