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
미국과 중국의 우호적인 무역 협상 결과로 간밤 뉴욕증시가 급등했지만 국내 증시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코스피지수는 양국의 공동성명 발표 이전인 전날 미중 협상의 긍정적인 분위기를 선반영하며 1% 넘게 오른 탓에 움직임이 다소 제한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코스닥지수는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던 제약·바이오 반등에 소폭 상승 마감했다.
13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09포인트(0.04%) 오른 2608.42를 기록했다. 지수는 긍정적인 미중 관세 협상 결과에도 전날보다 5.57포인트(0.21%) 내린 2601.76으로 출발했다. 이후 상승과 하락을 오가다가 한때는2620.64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결국 소폭 상승하는 선에 그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1718억원어치 순매수하며 하락을 방어했다. 코스피200 선물 시장에서도 880억원 순매수했다. 장 초반 매수 우위를 보이던 개인 투자자는 1364억원, 기관투자자는 892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혼조세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 관세 우려 완화 영향에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가 대거 유입되며 5.11%(2800원) 급등한 삼성전자와 한미반도체는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되며 각각 1.22%(700원), 2.41%(2000원) 떨어졌다. 반면 밤사이 미국 빅테크 기술주 상승과 엔비디아 제품군 가격 인상 소식이 전해진 SK하이닉스는 1.79%(3500원) 올랐다.
미국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이 미국산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를 명문화한 법안을 발의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 등이 하락했다. 방산 업종도 차익실현 움직임이 지속되며 현대로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 LIG넥스원 등이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호반그룹의 지분 매입 소식에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되며 한진칼은 이날 29.93%(2만6700원) 급등한 11만5900원을 기록했다. 호반그룹은 현재 한진칼 지분 18.46%를 보유 중이다. 최대주주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30.54%인데, 이중 산업은행 보유 지분율(10.58%)을 제외하면 호반건설과의 지분율 차이는 1.5%포인트에 불과하다.
전날 국내 증시 마감 후 미국과 중국은 각각 상대국에 대한 관세를 145%에서 30%로, 125%에서 10%로 낮춘 뒤 90일간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간밤 뉴욕증시는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2.8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3.26%, 나스닥종합지수가 4.35% 오르는 등 급등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협상이 90일 동안 시행되는 ‘한시적 조치’라는 점에서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날 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둔 데다 달러인덱스와 미국채 금리가 상승한 것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48포인트(0.89%) 오른 731.88을 기록했다. 지수는 전날보다 5.71포인트(0.79%) 오른 731.11으로 출발한 뒤 상승폭을 키웠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가 각각 397억원, 594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개인 투자자는 872억원 매도 우위로 마감했다.
전날 약가 인하 우려에 동반 급락한 제약주가 반등한 것이 상승 동력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약가 인하 행정명령이 제약사보다 유통·보험사에 초점에 맞춰져 있다는 분석이 나오며 알테오젠, HLB, 펩트론, 휴젤, 리가켐바이오, 삼천당제약 등이 일제히 올랐다.
삼성전자의 레인보우로보틱스 자회사 편입 이후 부재했던 로봇 테마에도 훈풍이 불었다. LG이노텍과 현대차의 로봇 동맹 결성 소식과 함께 유진로봇의 사외이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에 합류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대감이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나우로보틱스, 유진로봇은 상한가로 직행했고, 유일로보틱스와 레인보우로보틱스 등도 동반 상승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 타결에 따른 강달러 흐름의 영향을 받아 원·달러 환율도 급등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날보다 13.6원 오른 1416.0원을 기록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은 각각 8조3211억원, 7조22억원으로 집계됐다.
김종용 기자(dee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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