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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약가 인하 행정명령…셀트리온 "새로운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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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국 대우' 약가인하 행정명령 서명
트럼프식 협상전략…불확실성 여전



트럼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미국 내 약값을 최대 90%까지 인하하는 포괄적인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제약기업들이 미국 정부와 협상을 통해 자진해서 약가를 인하하도록 180일의 기한을 부여하되, 그 이후에는 정부가 나서 강제적인 약가 인하 절차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발표는 여당인 공화당이 향후 10년간 공적 건강보험인 메디케이드 예산 8800억달러(약 1200조원)를 삭감한다는 계획을 발표한지 몇 시간만에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속되는 제약기업과 약가에 대한 압박이 결국 미국 정부의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한 의도임을 드러냈다.

트럼프 "미국 약값, 선진국 가장 낮은 수준으로 인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최혜국 대우(MFN, Most Favored Nation)' 정책을 통해 정부가 약품에 지불하는 비용을 다른 선진국의 가장 낮은 가격과 연계하도록 지시했다. 앞으로 30일 내에 약가 인하와 관련한 구체적인 목표 및 실행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최혜국 대우 가격 책정을 위한 규정 제정 계획을 시행하기 전 180일 동안 제약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약가를 인하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제약기업들이 비협조로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경우에는 △연방 정부 권한을 통해 직접 약가를 규제하거나 △해외 저가의약품을 수입하고, △미국 의약품의 수출을 막는 강경 조치를 진행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의약품은 즉시 50%에서 90%까지 인하될 것"이라면서 "대형 제약회사들이 이 원칙을 자발적으로 준수하거나, 아니면 연방 정부의 권한을 행사해 다른 나라와 동일한 가격을 지불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조치는 공적 건강보험인 메디케어(노인, 만성질환, 장애인 대상), 메디케이드(저소득층 대상)뿐 아니라 상업시장에서 처방되는 의약품까지 약가 인하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와 미 정부는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며 제약기업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였다. 트럼프 정부는 성명에서 "미국은 전 세계 인구의 5%도 되지 않지만, 전세계 제약 산업 이익의 약 4분의 3을 부담하고 있다"면서 "미국인들은 이제 더 이상, 동일한 공장에서 생산된 똑같은 약을 위해 세 배 가까운 비용을 지불하도록 강요받지 않을 것이다. 세계 최대의 의약품 구매자인 미국 국민은 당연히 가장 좋은 조건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정부는 △처방약급여관리업체(Pharmacy Benefit Managers, PBM) 리베이트 중단, △의약품 실제 거래가격 공개 등 약가 투명성 강화, △의약품 직접 구매 프로그램 확대 등도 주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중개인을 완전히 없애 버릴 것"이라면서 "중개인이 누군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들은 부자"라고 주장했다.

제약업계 반발, 그러나 불확실성은 여전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이후 미국 제약협회(PhRMA)는 즉각 반발했다. 미국 정부가 강제 약가를 진행할 경우 소송 등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업내 이해관계가 다르고 정책의 불확실성도 여전해 당분간 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스티븐 J. 우블(Stephen J. Ubl) 미국 제약협회 CEO는 성명에서 "사회주의 국가들(socialist countries, 유럽복지국가를 의미)의 약가를 들여오는 것은 미국 환자와 근로자들에게 나쁜 거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새로운 치료제와 치료법이 줄어들 것이고 우리 회원사들의 수천억 달러 규모의 투자도 위태롭게 만들 것"이라면서 "결국 일자리를 위협하고 경제를 어렵게 하고 혁신적 의약품의 중국 의존도를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셀트리온은 이번 약가 인하 조치가 바이오시밀러 미국 시장 확대를 위한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유럽 대비 미국내 판매 가격이 심하게 높지 않기 때문에 이번 가격 인하 정책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며 PBM 등 중간 유통구조 개선은 고수익 제약기업의 유통 지배력을 약화해 바이오시밀러 기업에 있어 시장 확대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미국은 아직 바이오시밀러가 시장을 확보할 영역이 충분한 만큼 가격 인하 정책으로 인한 바이오시밀러 수혜를 통해 당사의 제품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가 제약기업에 180일간의 자발적 약가 인하기간을 부여한 것은 관세정책 등에서 보여온 전형적인 트럼프식 협상 전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연방정부 권한을 통한 직접 가격 규제는 트럼프 1기에도 추진됐지만 위헌 소지로 무산된 바 있다. 저가 의약품 수입은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관세 정책과 충돌 가능성이 있다.

이선경 SK증권 제약바이오 담당 연구원은 "약가 인하에 대한 정책적 방향성은 명확하나 세부 실행에 따른 법적·정책적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한다"면서 "세부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부재한 상황에서 여러 장벽이 존재함에 따라 단기내 약가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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