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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놓고 李 "개혁해야" 金 "기능 강화"... 대북·안보 공약도 극과 극[H공약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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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놓고 李 "개혁해야" 金 "기능 강화"... 대북·안보 공약도 극과 극[H공약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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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엔 10대 공약엔 없던 '감사원'
거대양당 후보 공약에 나란히 등장
12·3 불법계엄 수습 구상도 극과 극


제21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2일 서울 시내 한 거리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제21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2일 서울 시내 한 거리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윤석열 정부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아온 감사원이 대선 공약의 쟁점으로 부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내부 감찰을 강화하겠다며 감사원 개혁과 체질 개선을 벼르는 반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린 선관위 감사 권한까지 감사원에 쥐어주겠다고 공언했다. 양당 후보가 이처럼 대조적인 공약을 내놓으면서 대선 결과에 따라 감사원은 힘이 급격히 빠질 수도, 아니면 훨씬 강력해질 수도 있는 기로에 놓였다.

감사원 날개 꺾일까, 더 큰 날개 달까



서울 종로구 감사원 전경. 최주연 기자

서울 종로구 감사원 전경. 최주연 기자


두 후보가 12일 공개한 대선 10대 공약에는 나란히 감사원 관련 내용이 실렸다. 2022년 대선에서는 주요 공약에 포함되지 않았던 감사원이 이번 대선에서는 양당 모두의 관심사로 지목된 것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학과 교수는 "감사원이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 오르내리는 건 그간 '정치 감사'를 해 왔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이 후보는 정치·사법 분야 공약에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 및 독립성 강화'를 과제로 꼽았다. ①감사를 개시하거나 고발 여부를 결정할 때도 감사위원회 의결을 반드시 거치도록 하고 ②감사원 내부를 감찰하는 감찰관으로는 감사원 외부인사를 임명해 감사원 내부 감시기능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는 윤 정부에서 감사원의 편향성을 지적해온 민주당의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감사원이 △부동산·소득·고용 통계 조작 의혹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정식 배치 고의 지연 의혹 △대북 감시초소(GP) 철수 부실 검증 의혹 등 문재인 정부 인사들을 겨냥한 감사에 주력한다고 비판해왔다. 반면 윤 전 대통령 부부와 관련한 대통령실 관저 이전 의혹에 대한 감사는 부실했다며 감사원과 꾸준히 마찰을 빚다가 지난해 12월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키며 압박수위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이와 반대로 김 후보는 감사원의 권위와 권한을 크게 높여주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정치‧행정‧사법‧국방‧통일‧외교통상 분야 공약을 아우른 아홉 번째 공약의 첫머리에 감사원의 ‘힘’을 키워주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김 후보는 공약에서 감사원 소속 감사관을 전 부처와 17개 시도, 주요 공공기관 등에 파견하겠다며 사실상 정부 조직 및 지방자치단체 등에 대한 ‘상설 감사’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관장 눈치 보기와 제 식구 봐주기, 솜방망이 면피용 감사를 근절한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지난 2월 헌재의 위헌 판단이 내려진 감사원의 선관위 감사 또한 허용하겠다고 공약했다. 선관위 자체 감사로는 한계가 있어 외부 기관의 감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감사원법을 개정해 선관위 감사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구상도 내비쳤다. 다만 민주당의 거센 반발을 감안하면 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은 희박하다.


‘尹 뒤엎기' vs '尹 어게인'... 안보 공약도 극과 극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 시가행진 행사에서 김용현(앞줄 왼쪽) 전 국방부 장관과 이야기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 시가행진 행사에서 김용현(앞줄 왼쪽) 전 국방부 장관과 이야기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이 후보와 김 후보의 대북 정책과 안보 공약도 극과 극이다. 이 후보는 윤 정부에서 단절된 북한과의 관계 회복은 물론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대북 전단과 오물·쓰레기 풍선을 서로 날리며 맞섰던 최악의 남북 관계를 풀어내겠다고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의 모든 대북기조를 뒤엎겠다는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남북 인도주의협력과 교류협력에도 나설 방침이다.

반면 김 후보의 안보 공약은 ‘윤석열 어게인’에 가깝다. 김 후보는 비핵화나 대북 협력이 아니라 우리의 강력한 안보태세를 강조했다.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해 원자력의 평화적 용도 범위 내에서 일본에 준하는 수준(20%)으로 우라늄 농축 및 플루토늄 재처리 기술을 확보하고, 북한의 위협에 맞서 핵추진잠수함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긴장감이 높아진)지금의 남북관계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능력을 보여주는 게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또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면 군이 움직이는 방식에 대해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공약했다. 국방 문민화와 군정보기관 개혁도 공약에 담았다. 반면 김 후보는 군 복무여건 개선 및 수당 현실화, 헌신에 합당한 대우 실현, 예비군 수당 현실화, 병영생활관 개선 및 군 장병 급식 품질 개선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다만 재원 조달에 대해서는 “국가안보 및 장병 복지 투자 우선순위를 정부 예산 최상단에 설정해 재원을 확보하겠다”며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