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AFP=뉴스1) 플라스틱 물병 자료사진./사진=뉴스1 |
플라스틱 속 화학물질이 인체 생체시계를 '최대 17분'까지 어긋나게 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3일(한국 시간) 영국 가디언(Guardian)에 따르면 노르웨이과학기술대학(NTNU) 연구진은 PVC 의료용 튜브와 폴리우레탄 음료 파우치에서 추출한 화학물질이 '수면-각성 주기를 조절하는 세포 신호체계'에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국제 환경(Environment International)에 실렸다.
연구진은 이들 물질이 뇌 속 아데노신 수용체에 작용해 생체시계를 혼란시키는 메커니즘(작용 방식)을 발견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메커니즘은 커피에 다량 함유된 카페인이 수용체를 억제해 각성을 유도하는 것과 유사하다. 플라스틱 화학물질은 오히려 이 수용체를 활성화하면서도 각성까지 유발하는 반응을 보여준다. 아데노신 수용체는 태양이 떠오르는 신호를 몸에 전달하는 역할을 해 잠을 깨우고 신체 활성화를 돕는다. 화학물질이 이를 방해하면 신체의 생리적 반응이 지연돼 일상 리듬에 혼란을 줄 수 있다.
논문 공동저자인 마르틴 바그너(Martin Wagner) NTNU 연구원은 "생체시계는 아주 정밀하게 작동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15~17분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며 "플라스틱의 독성 영향을 보여주는 사례가 계속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실험실 내 인체 세포(in vitro)를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후속 연구로 제브라피시(zebrafish)와 같은 동물을 대상으로 플라스틱 물질의 수면 영향 여부를 검증할 예정이다. 연구진은 PVC 한 종류에만 최대 8000종의 화학물질이 포함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복잡성이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PVC는 옷, 장난감, 식품 포장재, 가구 등 생활 제품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물질이다.
연구진은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정책 변화와 업계의 화학물질 제거를 촉구할 방침이다.
이재윤 기자 mt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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