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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띄운 '스테이블코인' 논쟁에 한은-금융위 인가권 신경전…도입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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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띄운 '스테이블코인' 논쟁에 한은-금융위 인가권 신경전…도입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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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시장 소외 방지, 국부 유출 막아야" vs 이준석 "테라 사태 참혹, 투자자 피해 커"
한은, 중앙은행에 법적권한 필요 주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제21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2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 인근 미팅룸에서 열린 'K-혁신' 브라운백 미팅에서 IT 개발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제21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2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 인근 미팅룸에서 열린 'K-혁신' 브라운백 미팅에서 IT 개발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내달 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스테이블코인'이 경제계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을 언급했으나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이를 강하게 비판하며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은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허용되면 인가 단계부터 한은이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냈다. 금융당국과 통화당국 간 규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이다.

13일 한은과 금융권에 따르면 고경철 한은 전자금융팀장은 지난 9일 한은에서 열린 한국금융법학회 학술대회에서 '스테이블 코인 관련 동향 및 향후 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고 팀장은 "스테이블 코인은 통화정책, 금융 안정 등 중앙은행의 정책 수행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중앙은행이 인가 단계에 실질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중앙은행 정책 수행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법정 화폐나 금 등 실물자산에 가치를 연동한 가상자산을 말한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현행법상 국내에서 아직 발행 자체가 허용되지 않은 상태다.

고 팀장은 "법제화 설계부터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디지털 지급결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한은이 추진 중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이를 기반으로 한 예금 토큰, 스테이블 코인을 모두 아우르는 미래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는 한은이 스테이블 코인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기존 견해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은 지난달 지급결제보고서를 통해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해 "통화 주권을 침해하고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외부 충격으로 코인 투매가 발생하면 관련 리스크가 전통 금융시장으로 전이되면서 지급결제 시스템의 안전성이 저해될 수 있다"며 "도입 및 규제 방안 마련 시 매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은 허용할 거냐 말 거냐부터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대선을 앞두고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허용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스테이블코인 규제 권한을 두고 금융당국과 통화당국의 주도권 경쟁이 예고되는 모습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공개한 '디지털자산 기본법' 초안에는 스테이블 코인 발행 시 인가 주체가 금융위원회로 돼 있다. 정부는 현재 가상자산위원회를 중심으로 스테이블 코인 관련 규제를 담은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을 준비 중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지난달 국내 증권사 CEO들을 만나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부채를 흡수하는 등의 사례들이 있는데 우리나라도 가상자산 2단계 입법 과정에서 국채를 담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해 줄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8일 경제 유튜버들과의 대담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가상자산 시장을 제대로 관리하고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장도 조성해야 소외되지 않고 국부 유출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이준석 후보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후보의 경제관은 언제나 위험하고 실험적"이라며 "테라·루나는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지만 실질적 자산 없이 루나를 활용해 가격을 유지한 구조로 결과는 참혹했고 수많은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반박했다.

다만 민주당에선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특정기관에 법정화폐를 예치해 해당 금액을 코인으로 발행하는 방식으로 테라·루나와 차별점이 있어 제도권 내에서 관리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대선 후보들이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는 이유는 스테이블코인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어서다.

미국 트럼프 정부에선 담보형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해 전세계 경제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담보형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나 국채 등을 실물로 1:1 예치하는 구조다. 효율성과 안정성 및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일례로 테더(USDT), USD코인(USDC) 등은 미국 달러화 기반으로 미국 국채 등을 준비금으로 보유하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일본도 2022년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을 제정해 실물 담보 요건과 발행자 등록제를 도입했고 2023년에는 자금결제법 개정을 통해 '전자결제수단'으로 분류하고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일각에선 스테이블코인이 통화로서의 지위를 획득할 경우 전체 통화량 변동성에 따른 위험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도 있다. /픽사베이

일각에선 스테이블코인이 통화로서의 지위를 획득할 경우 전체 통화량 변동성에 따른 위험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도 있다. /픽사베이


그러나 일각에선 스테이블코인이 통화로서의 지위를 획득할 경우 전체 통화량 변동성에 따른 위험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도 따른다.

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발행 허용은 통화량 증가로 이어져 상당한 부작용을 가져올 개연성이 크다"며 "민간에게 통화창출이라는 특권을 제공하는 데 따른 필연적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는 "기술적 변화를 제도로 수용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기술 이면에 숨어 있는 경제적 원리와 영향을 간과해서도 안된다"고 경고했다.

관련 업계에선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데 반해 한국은 아직 관련 규제나 시스템 마련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불어 가상자산 시장 내 원화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한 고민도 지속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율체계가 부재하고, 미국 중심의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대한 전략적 대응방안도 불명확한 상황"이라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민간 발행·유통 허용을 포함해, 가상자산 시장 내 원화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이 논의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고,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검토하는 움직임은 국내 가상자산 산업 전체적으로 매우 긍정적인 신호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스테이블코인은 통화 정책이나 지급 결제 시스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러한 잠재적인 영향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와 함께, 관련 제도가 충분히 완비되는 등 안정적인 시스템 구축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부 유출에 대한 우려보다는 현재 국내 가상자산 산업의 성장을 위해 규제를 합리적으로 완화하고, 투자자와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2단계 입법과 같은 제도 마련을 서두르는 것이 더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인 측면을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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