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동맹국인 나라들 갈수록 독자 노선 추구에도
역대 미 대통령들과 달리 중동 전략 구상 없어
사우디·UAE·카타르에서 일가 사업 대대적 진행
역대 미 대통령들과 달리 중동 전략 구상 없어
사우디·UAE·카타르에서 일가 사업 대대적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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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스 공군기지=AP/뉴시스]걸프국 순방에 나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각)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대통령 전용기에 오르고 있다. 2025.5.13. |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역대 미 대통령들은 중동을 방문하면서 전략 구현을 시도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사업 거래를 중시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4일 동안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를 순방하면서 트럼프는 측근들에게 1조 달러 이상의 계약을 발표하고 싶다고 밝혔다.
자원이 풍부한 나라들의 왕족들과 미 기업인들에 둘러싸인 채 트럼프는 각종 계약서에 서명할 예정이다. 궁전을 방문하고, 붉은 카펫을 밟으며, 트럼프 일가의 이익에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이 지역에서 왕처럼 대접받을 것이다.
트럼프의 측근들은 트럼프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간의 국교 정상화 협정을 중재하길 원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가자지구 전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공개적으로 손잡을 생각이 전혀 없다. 트럼프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이스라엘을 방문하지 않는 배경이다.
트럼프가 한때 희망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도 열리지 않는다. 이란과 핵협상이 진행되는 오만도 방문하지 않는다.
전략적 성과 대신 일자리 창출 홍보
트럼프는 중동 방문에서 전략적 성과보다는 각종 거래에 집중하면서 이를 미국에 일자리를 창출한 것으로 홍보할 예정이다.
특히 트럼프의 일정은 트럼프 일가의 사업 계획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트럼프 일가는 사우디 국영 지분이 다수인 부동산 회사와 여섯 건의 계약 체결을 진행하고 있고 UAE 정부 관련 업체와 암호 화폐 거래를 추진하며 카타르 정부가 후원하는 새 골프장 및 고급 빌라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수조 달러의 자산을 운영하는 사우디, UAE, 카타르는 외교적·금융적으로 무시하기 힘든 세력이다.
그러나 이 세 나라는 미국의 동맹이면서도 중국, 러시아, 이란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왔다.
트럼프는 2021년 퇴임하면서 빈 살만 왕세자가 자신에게 빚을 졌다고 생각했다. 2018년, 사우디 반체제 인사였던 자말 카슈끄지를 살해한 사건으로 빈 살만이 서방으로부터 외면당했을 때 그를 옹호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2020년 초 밥 우드워드와 인터뷰하면서 “내가 그를 구했다. 의회가 공격하지 못하게 했다”고 자랑했다.
빈 살만 왕세자가 은혜를 갚았다.
2021년 트럼프 일가의 사업이 사우디에서 크게 번창했다. 당시는 의회 폭동으로 미국 기업들이 트럼프 일가와 사업을 외면하던 때였다.
당시 트럼프의 사위이자 전 백악관 선임 보좌관이 자신의 투자 펀드를 설립했고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최대 투자자가 됐다. 사우디 국부 펀드가 20억 달러(약 2조8300억 원)를 투자한 것이다.
의회 폭동으로 미국프로골프협회(PGA)가 트럼프의 뉴저지 골프장에서 PGA 챔피언십 개최를 중단한 시점에 사우디 국부 펀드가 LIV 골프 리그를 출범했다. LIV 골프는 트럼프 소유 골프장에서 4년 연속 대회를 열어 트럼프 골프장의 명성을 지키고 그의 호텔과 레스토랑이 돈을 벌 수 있게 했다.
사우디·UAE 막대한 대미 투자 약속, 실현은 미지수
트럼프 일가는 또 사우디 국영 지분이 과반인 부동산 기업들과 계약을 맺고, 제다, 두바이, 오만 무스카트 등 여러 지역에서 부동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4년 동안 미국에 6000억 달러(약 849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현금 부족을 겪는 사우디가 약속을 지킬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UAE는 10년간 1조4000억 달러(약 1981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국왕은 갈수록 독자 노선을 걷고 있다. 미국의 경쟁국인 중국은 물론, 인도와 같은 성장 경제국들과 연계를 강화해 미국이 지배하지 않는 세계 질서가 도래할 때를 대비하고 있다.
걸프 국가 지도자들은 거래를 중시하는 트럼프의 성향을 환영한다. 이들은 미국 대통령이 인권 문제를 들먹이며 설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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