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반이민 정책을 고수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백인 59명을 난민으로 수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이 백인인 것은 "우연"이라며 "백인 농부들이 살해되고 있어서" 수용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공화국 내 아프리카너(Africaner·16세기 이후 네덜란드 등 유럽에서 남아공으로 이주해 정착한 백인 집단) 59명을 태운 여객기가 이날 미국 버지니아주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는 크리스토퍼 랜도 미 국무부 차관, 트로이 에드거 국토안보부 차관이 나와 이들을 맞이했다. 랜도는 "지난 몇 년 동안 여러분이 겪은 어려움을 존중한다"며 "여러분이 성조기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보니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은 대부분 농부가 아니냐. 여러분에게 좋은 씨앗이 있다면 외국 땅에서도 꽃을 피울 것"이라며 이들의 새로운 삶을 응원했다.
12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아프리카너들이 버지니아주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 도착했다. /AP=뉴시스 |
12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공화국 내 아프리카너(Africaner·16세기 이후 네덜란드 등 유럽에서 남아공으로 이주해 정착한 백인 집단) 59명을 태운 여객기가 이날 미국 버지니아주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는 크리스토퍼 랜도 미 국무부 차관, 트로이 에드거 국토안보부 차관이 나와 이들을 맞이했다. 랜도는 "지난 몇 년 동안 여러분이 겪은 어려움을 존중한다"며 "여러분이 성조기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보니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은 대부분 농부가 아니냐. 여러분에게 좋은 씨앗이 있다면 외국 땅에서도 꽃을 피울 것"이라며 이들의 새로운 삶을 응원했다.
이들은 최근 남아공 정부의 토지 개혁 정책에 반기를 들며 출국한 농업종사자들로 알려졌다. 남아공 인구 중 백인은 약 8%에 불과하지만 남아공 전체 사유지의 75%를 소유하고 있다. 흑인은 남아공 인구의 80%를 차지하지만 토지 소유자 중 흑인 비율은 4%에 그친다. 과거 아파르헤이트(1948년 법률로 공식화된 남아공의 인종 분리 정책)로 수천 가구의 비백인 가족이 백인 소수자의 이익을 위해 토지에서 강제로 쫓겨났기 때문이다. 이를 바로잡고자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지난 1월 "공정하고 공평하며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하는 상황에서는 보상 없이 토지를 압류할 수 있도록 하는 수용 법안에 서명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남아공이 "특정 계층 사람들을 매우 나쁘게 대우한다"며 남아공에 대한 모든 미래 자금 지원을 중단하고 관련 계층 사람들을 난민으로 수용하기로 했다. 난민 심사는 일반적으로 수년이 걸리지만, 이들은 대통령의 행정서명으로 3개월여 만에 난민 자격을 부여받았다.
2025년 2월15일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에 있는 미국 대사관 밖에서 아프리카너 시위대가 남아공의 토지 무상수용 법안에 반대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장을 지지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로이터=뉴스1 |
미국 내에서는 이민자를 대거 추방하며 강경 정책을 이어온 트럼프 행정부가 남아공 백인에게 신속하게 난민 지위를 부여한 것에 관해 정당성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왜 아프리카 내 기근과 전쟁의 희생자들보다 남아공 백인들이 우선시되고 있냐'는 질문에 "그들이 백인인 것은 우연"이라며 "그들이 백인이든 흑인이든 내게는 아무 차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금 대량학살(genocide)이 일어나고 있다"며 "백인 농부들이 잔인하게 죽임을 당하고 (그들의) 땅이 남아공에서 몰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주장에 남아공 정부와 난민 전문가, 일부 아프리카너단체는 반발했다. 남아공 정부는 미국 측 주장이 "완전히 거짓이고 부정확한 정보와 오해에서 비롯됐다"며 아프리카너들이 남아공 내에서 가장 부유하고 성공한 집단 중 하나라고 반박했다.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이날 코트디부아르에서 열린 비즈니스 회의에서 "최근 트럼프와 통화했다"면서 "남아공의 변화를 반대하는 세력들이 백인을 피해자로 묘사하고 있다"며 "이는 과거 식민주의와 아파르트헤이트 체제의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왜곡하는 시도"라고 말했다.
국제난민기구의 제러미 코닌다이크 회장은 미국의 이번 난민 수용이 "난민 재정착이라는 명목으로 만들어진 인종차별적 이민 프로그램"이라며 "실제 난민들은 여전히 버려져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전 세계에는 전쟁이나 박해로 인해 고국을 떠나야 했던 수백만 명의 난민들이 있다"며 "이들은 이 (남아공) 집단에 속한 누구보다 훨씬 더 많은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영민 기자 letsw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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