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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베트남 바닷가에 우뚝 솟은 60m '자켓'..."황금 낙타 속 원유야 기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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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베트남 바닷가에 우뚝 솟은 60m '자켓'..."황금 낙타 속 원유야 기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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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어스온, 해상 원유 본격 생산 준비 한창
'황금 낙타' 원유 생산 설비에 약 4000억 원
"남미 페루 자원 개발 이어 캐시 카우 될 것"


SK어스온이 2026년 10월 본격 가동할 예정인 베트남 쿨롱분지의 15-1/05 개발 광구의 원유 생산 설비의 하부 구조물 '자켓'(하단 지지대)을 12일 베트남 현지에서 건조 중이다. 베트남 국영 에너지 기업 페트로베트남그룹의 자회사인 PTSC(Petro Vietnam Technical Service Corporation)가 바리아-붕따우성 붕따우시 연안 야드(작업장)에서 만들고 있다. SK어스온 제공

SK어스온이 2026년 10월 본격 가동할 예정인 베트남 쿨롱분지의 15-1/05 개발 광구의 원유 생산 설비의 하부 구조물 '자켓'(하단 지지대)을 12일 베트남 현지에서 건조 중이다. 베트남 국영 에너지 기업 페트로베트남그룹의 자회사인 PTSC(Petro Vietnam Technical Service Corporation)가 바리아-붕따우성 붕따우시 연안 야드(작업장)에서 만들고 있다. SK어스온 제공


낮 최고 기온 34도, 최고 습도 98%에 이르던 12일.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남동쪽으로 차를 달린 지 약 세 시간 뒤 도착한 바리아-붕따우성 붕따우시 바닷가. 베트남 국영 에너지 기업인 페트로베트남그룹의 자회사 PTSC(Petro Vietnam Technical Service Corporation)의 야드(작업장)에 골리앗처럼 거대한 철골 구조물이 우뚝 서 있었다. 60m 높이의 원유 생산 설비의 하부 구조물인 '자켓'(하단 지지대), 30m의 '톱 사이드'(원유 생산 설비 상단의 시추 설비)를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다.

뙤약볕에 습도가 높은 날씨에도 긴 팔의 작업복, 안전모, 안전화, 보안경 등을 착용한 현지 근로자들은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자켓은 7월, 톱 사이드는 2026년 8월까지 다 짓는게 이들의 목표다. 수심 50m 위에 세워지는 해상 원유 생산 설비의 총무게는 약 8,000톤(t)에 달한다.

10월에는 여기서 만들어진 자켓을 바지선으로 SK이노베이션의 에너지 자원개발 자회사인 SK어스온이 탐사를 마친 해상 쿨롱 분지의 15-1/05 개발 광구로 옮겨 리그(Rig·굴착기)와 잇는다. 이후 톱 사이드를 연결해 내년 10월 원유 생산 준비를 뜻하는 개발 단계에서 본격 생산으로 넘어가는 게 목표다. '황금 낙타'로 불리는 이곳의 생산 설비에 SK어스온은 약 4,000억 원을 쏟아부었다.

이 회사가 이곳에 힘을 싣는 데는 이유가 있다. 쿨롱 분지는 베트남에서 생산되는 원유와 가스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또 이곳에 묻힌 자원은 가스 대비 원유 비중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원유는 황 등 불순물이 적고 정제가 쉬워 상품성이 큰 API 34 이상의 고품질 경질 원유로 구성됐다. 미국석유협회(API·American Petroleum Institute)는 비중 측정 단위인 API가 △34도 이상으로 유분 비중이 가벼운 원유는 경질유 △33~30도로 중간이면 중질유 △29도 이하로 무거우면 중질유로 나눈다.

SK어스온은 이번 개발로 얻을 실적 전망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남미 페루 자원개발에 이어 회사의 주요 캐시 카우(수익창출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1996년 페루 8광구 지분 참여를 시작으로 88광구, 56광구의 지분까지 확보했다. 2004년 88광구에서 첫 가스를 생산했고 2025년 기준 하루 생산량은 약 4만4,000배럴에 달한다.

베트남 광구 위치. SK이노베이션 제공

베트남 광구 위치. SK이노베이션 제공


SK어스온 "클러스터링 시너지 클 것"



베트남 15-1/05 광구. SK이노베이션 제공

베트남 15-1/05 광구. SK이노베이션 제공


SK어스온의 베트남 자원 개발 규모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30년 넘게 베트남에 공을 들인 이 회사는 현지에 생산(15-1 광구)·개발(15-1/05 광구)·탐사(16-2 광구, 15-2/17 광구) 단계의 광구를 모두 갖고 있다. 최근 베트남 현지에서 희소식이 또 날아들었다. 15-1/05 개발 광구 운영권자인 미국 에너지 기업 머피가 황금낙타 구조 옆 붉은낙타 구조에서 원유를 또 발견해 탐사에 돌입했다고 7일 밝힌 것. SK어스온은 2007년 이곳의 지분 25%를 사들였다. 머피는 40%, 페트로베트남그룹의 또 다른 자회사인 PVEP(Petro Vietnam Exploration Production)는 35%를 각각 갖고 있다. 이곳들은 서로 가까워 '클러스터링 시너지'(인접 지역 집중 자원 개발로 투입비 대비 원유·가스 생산 규모가 커지는 효과)가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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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김에 베트남과 함께 동남아시아 산유국 '빅3'로 꼽히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서도 자원 개발을 위한 잰걸음을 하고 있다. SK어스온은 2022년 말레이시아 사라왁주 해상 SK427 광구 운영권을 얻었다. 2024년에는 SK427 광구 권역 내 케타푸 광구 운영권까지 땄다. 또 지난해 말 인도네시아 정부 주관 광구 입찰에 참여해 2개를 낙찰 받고 곧 최종 계약 발표를 앞두고 있다고 이날 회사 측은 밝혔다.

최정원 SK어스온 호찌민지사장은 "SK어스온은 동남아 자원 개발 사업 시장 확대를 계획대로 추진 중"이라며 "베트남 자원 개발 성공을 바탕으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서도 반드시 성공해 SK이노베이션의 실적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SK어스온 기업 이미지(CI). SK어스온 제공

SK어스온 기업 이미지(CI). SK어스온 제공


붕따우(베트남)=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