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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바이올로젠의 치환기 변화에 따른 셀 성능 변화 모식도 b) 1-3 ㎚ 크기의 기공 내에서 부틸 비올로겐(BV)의 흡착 및 확산 경향 c) 0.8 ㎚ 이하의 미세기공에서 BV와 기공 간 매칭을 통한 자가방전 억제 메커니즘. 레독스 분자의 크기에 따라 셀 성능이 달라짐을 나타냄. 사용된 전극에서 BV가 가장 높은 구조적 호환성을 보여 최적의 용량, 속도, 자가방전 억제 및 장기 안정성을 나타냄. |
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임기철)은 유승준 신소재공학과 교수팀이 분자의 크기를 정밀하게 조절해 레독스 슈퍼커패시터(Redox EC)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기존 슈퍼커패시터는 빠른 충전 속도와 긴 수명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아 저장 용량에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한 레독스 슈퍼커패시터는 전해질에 녹아 있는 레독스 활성물질이 전자를 주고받으며 추가적인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도록 설계된 차세대 기술이다.
하지만 활성물질이 전해질 내에서 자유롭게 확산되면서 자가방전이 발생하고 고가의 이온교환막에 의존해야 하는 문제로 인해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유기 레독스 분자의 크기를 옹스트롬(Å) 단위까지 정밀하게 설계해 다공성 탄소 전극과 효과적으로 반응하도록 최적화했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자가방전이 적으며 긴 수명까지 갖춘 고성능 수게 레독스 슈퍼커패시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활성물질 분자의 크기를 다공성 탄소 전극의 미세한 기공 구조에 맞춰 정밀하게 설계함으로써 별도의 이온교환막 없이도 고성능을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핵심은 전극과 전해질이 맞닿는 계면에서 일어나는 반응에 있다. 기존에는 전극의 기공 크기를 바꾸는 방식으로 계면 반응을 조절했지만 새로운 방법은 제조 공정이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한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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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준 GIST 신소재공학과 교수(오른쪽)와 조영훈 박사과정생. |
이에 연구팀은 전극 구조를 바꾸기보다 전해질 내 분자 크기를 조절해 계면 상호작용을 정밀하게 설계하는 방식으로 전환함으로써 제조의 효율성과 성능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전기화학적 특성이 우수한 바이올로젠(독특한 전기화학적 특성을 가진 유기 화합물) 유도체를 다양한 형태로 합성한 뒤, 이를 전극 구조에 정확히 맞도록 조정했다.
연구팀은 실험 결과 1.4V 기준 82.3킬로그램당 와트시 에너지 밀도(Wh/㎏)의 높은 에너지 밀도를 달성했으며, 1만번의 충·방전 후에도 초기 성능의 95% 이상을 유지하는 뛰어난 내구성을 확인했다. 충전 후 6시간이 지난 시점에서도 에너지의 88.4%가 남아 있어 자가방전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해질이 전극 내부 깊숙한 부분까지 효과적으로 침투할 수 있도록 '진공/질소 압력 순환 침지법'이라는 새로운 주입 기술도 개발해 활성물질의 흡착량을 2배 이상 늘렸고, 전극 계면에서의 반응 효율도 극대화했다.
유승준 교수는 “분자 크기를 Å 단위로 정밀하게 조절해 전극의 미세기공 구조와 완벽하게 맞물리는 최적의 전해질-전극 조합을 구현했다”며 “이번 연구는 레독스 슈퍼커패시터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원리를 새롭게 규명한 성과로 고성능 에너지 저장 장치를 설계하는 데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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