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재명 더불어믽주당 대선후보가 21대 대통령선거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오후 대전 중구 으능정이 문화의거리 입구에서 지지를 호소하며 연설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
12일 더불어민주당에선 ‘홍준표’가 키워드로 부상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경선 후보 캠프에서 정책총괄본부장을 맡았던 이병태 카이스트 명예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캠프에 조인(join·합류)한다”고 알리며 관심이 집중된 것이지만, 이 교수 영입이 느닷없는 건 아니라서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최근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탈락하고 정계 은퇴를 선언한 홍 전 대구시장에게 공개 ‘러브콜’을 보내왔다. 지난 10일 홍 전 시장의 고향인 경남 창녕군을 찾아 “민생을 위해 유능하고 충직한 사람을 가리지 않고 적재적소에 잘 쓰는 것을 통해 성과를 내고 평가받고 싶다”며 “그 속에 홍 전 시장 같은 훌륭한 분들이 함께해 주시면 좋지 않을까 싶고, 많이 노력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날은 홍 전 시장이 하와이행 비행기에 오르는 날이었다.
12일 이 후보는 페이스북에 ‘낭만의 정치인 홍준표를 기억하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후보는 홍 전 시장을 “선배님”이라고 부르며 “상대 진영에 있는 분이지만 밉지 않은 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치사에 큰 족적을 남기고 보수정당을 위해 평생 헌신해 오신 홍 선배님께서 결국 뜻을 펼치지 못하고 정계 은퇴를 선언하셔서 참으로 안타까웠다”고 썼다.
이 후보는 “(홍 전 시장의) 제7공화국의 꿈, 특히 좌우 통합정부를 만들어 위기를 극복하고 전진하자는 그 말씀에 깊이 공감한다”며 “어떤 정당을 지지했든 누굴 지지했든 간에, 작은 생각의 차이를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모두 함께 힘을 모을 수 있길 바란다”는 말도 남겼다. 그러면서 “돌아오시면 막걸리 한잔 나누시지요”라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연 출정식에서 “대통령의 제1 사명인 국민 통합에 확실하게 앞장서겠다”며 ‘통합’을 거듭 강조한 이 후보가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그 아이콘으로 홍 전 시장을 지목한 셈이다. 13일엔 홍 전 시장 지지자 모임인 ‘홍준표와 함께한 사람들’이 이 후보를 공개 지지하는 선언도 예정돼 있다.
![]() |
국민의힘 3차 경선에 진출하지 못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자신의 캠프 사무실에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 뉴스1 |
━
이병태 영입 추진 주역은 이언주
![]() |
지난해 9월 11일 국회 대정부질문(경제분야)에서 이언주 민주당 의원이 한덕수 총리에게 질의 도중 야유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대거리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
이 교수 영입을 주도적으로 추진한 것은 이재명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인 이언주 최고위원이다. 이날도 이 최고위원은 이 교수와 점심을 먹으며 이 후보 캠프 참여를 최종적으로 설득했다고 한다. 이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이 교수에게 규제 개혁과 관련한 이 후보 직속 위원회 자리를 줄 가능성이 높다”며 “이 교수가 민주당과 맞는 부분도 있고, 격론을 벌여야 할 부분도 있는데 우리는 다 열려있다고 이 교수에게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 캠프 합류 소식을 알린 이 교수의 페이스북 글은 두 사람의 오찬 이후에 올라왔다. 그는 이 글에 “호랑이굴에 들어가서 상처뿐인 상태로 버려지더라도 경제적 자유를 위한 마지막 외침을 해보고 제 사회적 기여를 끝내고자 한다”며 “제가 믿는 바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는 언제든지 그만두고 잊힌 은퇴자의 삶을 살고자 결심했다”는 결의를 담았다.
민주당을 떠났다가 지난해 2월 총선을 앞두고 재영입된 이 최고위원은 2021년 대선 국민의힘 경선 때 홍준표 경선 후보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었다. 홍 전 시장과 이 최고위원은 그 이후에 연락을 주고받아 왔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민주당이 이 교수 영입에 나선 걸 홍 전 시장도 모르진 않았을 거란 얘기다.
![]() |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 중앙포토 |
그러나 이 최고위원이 주도한 이 교수 영입에 대해선 당내 반대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이 교수가 자유시장주의를 강조하는 사람이니 일부 보수표를 끌어오는 효과가 있겠지만, 개인적인 논란이 많은 사람이어서 걱정”이라며 “그런 걸 다 고려하면 사실 이득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2019년 SNS에 문재인 대통령의 최저임금 정책에 대해 “치매인가? 정신분열증인가?”라고 쓰는가 하면 “친일은 당연한 것”이라는 메시지도 남겨 그때마다 논란을 불렀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 교수 영입은 중도 확장에 필수적이지도 효과적이지도 않다”고 말했다.
윤성민·성지원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