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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관세전쟁 휴전 버튼…'美 불황 공포·中 역공'에 출구전략 찾는 트럼프

아시아경제 뉴욕(미국)=권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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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관세전쟁 휴전 버튼…'美 불황 공포·中 역공'에 출구전략 찾는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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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첫 담판서 관세율 115%P씩 인하
트럼프, 미·중 무역 "완전한 재설정"
美 불황 공포·中 역공에 "트럼프 후퇴" 평가
"美, 대중 실효 관세율 여전히 40%"
양국 긴장 완화에도…최종 합의까지 진통 예상

벼랑 끝 관세 전쟁을 벌이던 미국과 중국이 첫 공식 무역 협상에서 상호관세율을 각각 115%포인트씩 낮추기로 전격 합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양국의 무역 관계가 "완전히 재설정 됐다"고 자평했지만, 일각에선 '트럼프의 후퇴' '시진핑의 승리'란 평가가 나온다. 양국 교역이 사실상 단절된 상황에서 미 경제가 1분기 역성장하고, 공급 쇼크로 내부에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가 짙어지자 코너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전쟁에서 후퇴하며 출구전략을 모색했고 미·중이 첫 무역 담판에서 속전속결로 합의를 도출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협상으로 미·중 간 극단적인 무역 전쟁은 일단 휴전 상태에 돌입했다. 하지만 미국의 대(對)중국 관세율이 여전히 높아 양국 교역이 정상화되고,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최종 무역 합의에 도달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트럼프, 미·중 무역 "완전한 재설정"…양국 관세율 115%P씩 인하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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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번 미·중 무역 합의로 중국이 시장 개방에 합의하고 양국 무역 관계가 "완전한 재설정"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거래의 가장 좋은 부분은 중국이 미국 기업에 (시장을) 개방하기로 동의했다는 점"이라며 "중국이 비금전적(비관세) (무역) 장벽을 중단하고 철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미국에 취한 희토류 수출 통제 중단 조치가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중 관계는 매우 좋고, 중국이 매우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지만 우리는 중국을 다치게 하려는 게 아니"라며 "이번 주말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이 펜타닐 유통 중단에 동의했다며, 현재 20%에 이르는 펜타닐 관세 철폐 가능성도 내비쳤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10~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첫 고위급 무역 협상 결과 상호관세율을 동일하게 115%포인트씩 내리기로 했다. 이로써 미국의 대중 관세율은 145%에서 30%, 중국의 대미 관세율은 125%에서 10%로 낮아진다. 이 같은 관세 인하는 90일간 적용되며 양측은 이 기간 추가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양국은 새로운 협의 체계를 만들어 향후 협상을 지속하고, 보다 영구적인 무역 합의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협상에 참여한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대중 관세율을 향후 10~34% 수준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향후 몇주 안에 중국과 만나 더 큰 합의를 도출할 것"이라며 트럼프 1기 체결된 미·중 1단계 무역합의처럼 "무역적자 균형을 맞추기 위한 (중국의) 구매 협정이 체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반도체, 의약품, 철강 등과 같은 품목별 관세는 이번 합의에 포함되지 않으며 이들 품목과 관련해서는 "전략적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추진한다고 했다.

美 불황 공포·中 역공에…트럼프, 관세 전쟁 일시정지 버튼

미국과 중국이 탐색전에 그칠 것이란 당초 예상을 뒤엎고 첫 무역 협상에서 관세율을 대폭 낮추는 깜짝 합의를 도출한 건 미국의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적인 관세 정책을 편 이후 미 주식·달러·국채 가격이 동반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 혼란이 커졌다. 물가 상승·경기 둔화 등 경제적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특히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연율 기준 -0.3%로 집계돼 3년 만에 역성장을 기록했다. 관세 인상에 대비해 기업들이 재고 축적을 위해 수입품 사재기에 나서며 무역적자가 커졌고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대중 공급망 의존도가 높은 월마트, 타깃 등 주요 소매업체 경영진들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극단적인 관세 전쟁의 후폭풍을 경고했다. 중국의 '역공' 또한 만만치 않았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2기 집권 후 대중 관세율을 145%까지 올리자 마찬가지로 보복관세를 125%까지 상향하고, 희토류 수출 금지 조치에 나서는 등 강경하게 맞섰다.

영국 가디언은 "트럼프가 양보한 것"이라며 "시장 불안뿐 아니라 텅 빈(empty) 선반에 대한 소매업체들의 경고, (중국에서) 미국 항구로의 선적 급감 등의 지표가 뒷받침되면서 트럼프 행정부 내 무역 온건파의 입지가 강화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합의를 놓고 중국의 승리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이 대중 관세율을 대폭 낮췄지만, 중국이 실질적인 무역 불균형 해소 등 양보안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스콧 케네디 선임 고문은 "제네바 합의는 미국의 거의 완전한 후퇴를 의미한다"며 "시진핑의 강력한 보복 조치의 정당성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타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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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중 실효 관세율 40%"…최종 무역 합의까지 진통 예상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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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협상으로 미·중 양국이 긴장을 대폭 완화했지만 향후 교역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전망이 나온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양국이 관세율을 대폭 낮춰도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실효 관세율은 40%에 이른다. 트럼프 대통령 2기 집권 전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마에바 커즌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조치에도 "미국이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약 70%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관세 인하도 영구적이 아닌, 일시적인 조치라 향후 협상 진행 상황에 따라 관세율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


중국은 관세를 추가로 낮추려 하고, 미국은 대중 무역적자 감축을 이유로 상당한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이 커 양국이 최종 관세율 합의를 비롯한 포괄적인 무역 합의를 이루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양국 교역과 투자 역시 최종 합의 도출 시점까지는 계속 위축될 전망이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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