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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 떨어지는 야구해설, 언제까지 참고 들어야 하나 [김대호의 야구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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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 떨어지는 야구해설, 언제까지 참고 들어야 하나 [김대호의 야구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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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팬 눈높이 맞게 해설가 수준도 높아져야
현학적 표현에 어법 맞지 않고 외래어 남발


일부 야구 해설가들의 수준이 떨어져 시청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경기 중 일어나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두산 베어스

일부 야구 해설가들의 수준이 떨어져 시청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경기 중 일어나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두산 베어스




[더팩트 | 김대호 전문기자] 프로야구 경기 TV 중계를 보다 확 꺼버린 경우가 있다. 필자뿐 아니라 주변에 여럿 있다. 아예 묵음으로 화면만 보는 사람도 있다. 선수 출신 야구 전문가란 사람들의 해설을 도저히 들어줄 수 없어서다.

"디테일적인 부분에서 누수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같은 국적 불명의 현학적 표현을 쓴다든가 캐스터보다 더 샤우팅을 하는 덴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고질적 편파 해설은 해설가로서 기본을 의심케 한다.

"어려운 공인데 잘 잡았습니다", "바깥쪽 공을 때렸는데 유격수가 수비를 잘했습니다." 이걸 해설이랍시고 한다. 어려운 공을 어떻게 수비했길래 잘 잡았는지 세밀하게 기술적으로 설명해 줘야 한다. 유격수가 어떤 스텝을 밟아 타구를 잘 쫓아갔는지 알기 쉽게 시청자에게 전달해야 한다. 그게 전문가다운 해설이다.

몇몇 해설가는 야구 규칙을 정확하게 몰라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설명을 제대로 못한다. /뉴시스

몇몇 해설가는 야구 규칙을 정확하게 몰라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설명을 제대로 못한다. /뉴시스


TV 화면에서 누구나 본 장면을 되짚는 건 전파 낭비이다. 눈에 보이는 상황을 설명하는 게 해설이 아니다. 시청자들이 잘 못 보는 부분, 즉 선수들 심리나 움직임, 순간적인 전술 그리고 플레이의 의미 등을 짚어 주는 게 해설이다. 나아가 프로야구의 전체적인 현안 등도 지적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경기 중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아무 말 못하는 해설가도 있다. 감독이 뛰어나와 심판에게 어필하는데 상황 파악을 못한다. 규칙 적용을 놓고 언쟁이 벌어졌는데 규칙을 몰라 설명을 못한다. 어법에 맞지 않는 비문을 아무 부끄럼 없이 쓰고 어설픈 지식을 과시하기 위해 외래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한다.

모든 해설가들이 함량 미달은 아니다. 몇몇 해설가들은 깜짝 놀랄 정도로 명쾌하다. 1사 3루에서 중견수가 뜬 공을 잡아 홈에 송구했지만 득점을 허용한 경기가 있었다. 이 해설가는 3루 주자를 홈에서 아웃시키지 못한 이유로 중견수의 스텝을 지적했다. 원 스텝으로 던져야 하는데 투 스텝을 밟는 바람에 시간을 빼앗겼다는 것이다. 야구 문외한이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해설이었다.


일부 투수 출신 해설가들은 투수의 투구 패턴이나 구질에 대해선 상세하게 분석하면서 야수의 움직임이나 타격에 대해선 해설 자체를 회피한다. TV 시청자들은 그 해설가가 투수 출신이므로 야수는 모를 것이라고 이해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 반면 야수 출신 한 해설가는 투구 분석도 꼼꼼하게 챙긴다.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해설위원 시절 메이저리그는 물론 일본 프로야구까지 빼놓지 않고 점검했다. /뉴시스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해설위원 시절 메이저리그는 물론 일본 프로야구까지 빼놓지 않고 점검했다. /뉴시스


자신이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공부를 하거나 취재를 해야 한다. 기자들은 보통 경기 시작 3시간 전 야구장에 도착해 두 팀의 감독, 코치, 프런트 직원들을 찾아다니며 취재에 열을 올린다. 해설가들도 최소한 그날 중계할 두 팀의 최근 5경기 추세, 좀 더 들어가면 투-타의 구체적 페이스 변화, 주축 선수의 컨디션, 부상-복귀 선수 현황 등은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명 해설가 출신인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해설가는 아마추어가 잘 모르는 부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이해 주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편파 해설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던 허 총재는 해설가 시절 아침엔 메이저리그, KBO리그가 끝난 뒤엔 일본 프로야구를 녹화해 시청했다.


시즌 중엔 야구규칙집을 손에서 뗀 적이 없으며 달달 외우다시피 했다. 허 총재는 경기 해설에 그치지 않았다. 한국 프로야구 전체를 아우르는 이슈를 던지고 해결하려 애썼다. 기승전 ‘인프라’란 비아냥을 들으면서도 야구장 시설 개선을 위해 뛰어다녔다.

거창한 프로야구 아젠다까지 바라지 않는다. 다만 "좌익수가 잘 잡았습니다"라고 해설을 마치면 시청자들은 답답하다. 시청자들은 어떻게 잘 잡을 수 있었는지 설명해 주길 바란다. 분석과 풀이를 하는 것이 해설가다. 사실 전달은 캐스터의 몫이다.

daeho902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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