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부진에 대내외 심리 위축
美관세 여파 통상여건도 악화
이달 1~10일 수출 24% 급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경제 상황을 두고 "경기 둔화를 시사하는 지표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건설업 부진으로 내수 회복이 더딘 가운데 미국발 관세전쟁의 영향 등 통상 여건 악화로 수출이 둔화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실제로 4월 일평균 대미 수출이 전년보다 10.6% 줄어든데 이어 5월(1~10일) 들어서도 해당 기간 대미 수출 하락폭이 20%대를 넘어설 정도로 미국의 관세인상 영향 등의 영향권에 들어섰다.
KDI는 12일 발표한 '경제동향 5월호'에서 "통상 여건 악화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로 향후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KDI가 '경기 둔화'를 언급한 건 올해 들어 처음이다. 이전까진 '경기 하방 압력'에 대한 우려만 언급했다. 오는 14일 '상반기 경제 전망' 발표를 앞두고 사실상 전망치 하향 조정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제조업 생산은 양호한 흐름을 보이지만 건설업 부진이 지속되면서 생산과 내수 증가세는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미국 관세 인상에 따른 통상 여건 악화로 일평균 수출이 대미 수출을 중심으로 감소하는 상황이다.
미국 관세 인상으로 인한 수출 둔화도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달 일평균 기준 대미 수출은 10.6% 감소했다. 관세율이 대폭 인상된 대미 자동차, 철강 수출은 각각 20.7%, 11.6% 감소했다. 5월 들어서도 '황금연휴'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와 미국 관세정책 영향으로 이달 1~10일 대미 수출액은 19억92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20.1% 급감했다.
미국을 포함한 전체 수출 실적(5월1 ~ 10일) 면에서도 128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3.8% 감소했다. 코로나19(COVID-19) 봉쇄로 월 초순(1~10일) 수출이 급락했던 2020년 10월(-29%) 이후 4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수출 감소폭이다.
다만 조업일수 영향을 빼고 보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 감소 흐름을 보였다. 5월 1~10일 일평균 수출액은 25억7000만달러로 1년 전(25억9000만달러)보다 1% 감소했다. 수입액이 수출액을 웃돌면서 이달 1~10일 무역수지는 17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KDI 관계자는 "통상 여건 악화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로 향후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세계경제 하방 압력이 작용되는 가운데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확대되며 대내외 경제심리가 위축되고 있다"고 밝혔다.
세종=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세종=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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