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y 2.0]<3>계속고용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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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화성행궁 광장에서 열린 '노인일자리 채용한마당'을 찾은 어르신들이 취업지원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급격하게 진행되는 고령화와 인구구조의 변화, 노인 빈곤 등의 문제를 감안하면 정년 연장은 선택이 아닌 당위의 문제일 수 있다.
고령화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고령 노동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정년을 늘리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연착륙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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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크레바스'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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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노동계 등에 따르면 근로자의 정년을 연장해야 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소득공백 문제다. 현재 법정 정년은 60세인데 반해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63세로 3년간의 공백이 발생한다. 2033년에는 65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정년퇴직을 하더라도 3~5년 간 소득공백이 불가피하다.
법정 정년과 연금 수급 개시일 간 미스매치로 인해 정년퇴직을 하더라도 계속 일을 해야 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대부분 근로자들이 정년 이전에 퇴직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소득공백 기간은 이보다 훨씬 더 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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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노동계 등에 따르면 근로자의 정년을 연장해야 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소득공백 문제다. 현재 법정 정년은 60세인데 반해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63세로 3년간의 공백이 발생한다. 2033년에는 65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정년퇴직을 하더라도 3~5년 간 소득공백이 불가피하다.
법정 정년과 연금 수급 개시일 간 미스매치로 인해 정년퇴직을 하더라도 계속 일을 해야 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대부분 근로자들이 정년 이전에 퇴직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소득공백 기간은 이보다 훨씬 더 길어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주된 일자리(근로자가 가장 오래 일했던 직장)에서 퇴직할 당시 평균연령은 49.4세로 집계됐다. 정년퇴직자의 비중은 9.3%에 불과하며 대부분 사업장 폐쇄나 건강상 문제, 권고사직 등의 사유로 일자리를 일찍 그만 뒀다. 퇴직한 뒤에도 10년 이상은 연금 없이 살아야 하는 셈이다.
퇴직 이후 발생하는 소득공백을 차가운 빙하가 갈라진 깊은 틈새에 비유해 소득 크레바스(Crevasse)라고 부르기도 한다. 노년의 빈곤한 현실이 그만큼 차갑고 혹독하다는 의미다.
지난해 머니투데이 의뢰로 한국갤럽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전국 만 30~59세 정규직 상용근로자 1009명 중 퇴직 이후 소득공백을 우려한다는 응답자가 89%에 달했다. 소득공백 기간에 생활비에 대한 우려(38%)가 가장 컸으며 의료·간병비(20%), 주거비(15%), 금융부채(8%)에 대한 우려도 상당했다.
정년연장의 대전제는 법정 정년과 연금 수급 개시일을 일치시키는 것이다. 현재 기준대로라면 법정 정년은 63세로 늘려야하며 2028년에는 64세, 2033년에는 65세로 늘려야 한다. 그래야 연금 수급 개시일과 일치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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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연장 부담? 퇴직 후 재고용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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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계가 정년연장을 쉽사리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는 비용 증가와 고용 경직성 강화 우려 때문이다. 임금체계 개편과 노동유연성이 없는 정년연장은 오히려 기업 고용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영계가 주장하는 고령자 일자리 대책은 정년연장이 아닌 계속고용이다. 정년퇴직한 근로자를 회사가 재고용하는 형태다. 일은 계속 하지만 고용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이전의 임금체계를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 재고용 이전보다 임금이 낮아지고 회사는 이에 연동하는 퇴직연금과 각종 수당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다.
경영계는 또 선별적 재고용과 직무 재배치 등을 통해 유연한 인력 운용이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공형 임금체계와 고용경직성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계속고용을 통해 고령자에 대한 노동유연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연공형 임금체계를 갖고 있는 일본과 싱가포르의 경우에도 계속고용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일본은 법정 정년이 60세, 연금 수급 개시연령이 65세로 5년의 소득공백이 발생한다. 하지만 2004년 65세 이상 고용확보 의무화를 위한 법 개정 이후 2013년까지 단계적으로 적용하면서 소득공백이 일부 메워진 상황이다. 싱가포르는 정년 63세, 재고용 의무화 68세로 규정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 각각 65세, 70세로 상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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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종착점은 정년연장…"단계적 상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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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인구 추이/그래픽=이지혜 |
우리나라도 정년연장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계속 고용의 시행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발간한 이슈노트를 통해 "향후 고령층 계속근로를 위한 정책 방향은 법정 정년연장보다 퇴직 후 재고용이 바람직하다"며 "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강화하고 개선하면 임금체계를 개편하고 근로조건을 유연하게 조정하면서 고령층 계속근로를 장려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궁극적인 종착점은 결국 정년연장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적잖다. 주된 이유는 인구구조의 변화다.
2050년 노인인구(65세 이상)는 2020년에 비해 1100만명 늘어나는 반면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1300만명 감소한다. 노인인구 대비 생산연령인구 비율을 나타내는 노년부양비는 77.3%를 기록할 전망이다. 2072년에는 노인인구가 1727만명으로 생산연령인구(1658만명)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급격한 고령화에 따라 근로자의 평균연령 자체가 높아진다. 현재 46.7세인 중위연령은 2050년 58.1세, 2072년 63.4세로 상승한다. 정년을 넘은 나이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중간 나이인 셈이다. 정년을 더 늘리지 않으면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적당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놀게 된다.
생산인구 감소는 경제성장률를 저하시킬뿐 아니라 노인빈곤 문제도 심화시킨다.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오히려 노동자들이 정년연장을 반대한다. 연금과 같은 사회보장제도가 잘 갖춰졌기 때문이다. 프랑스 사회연금의 소득대체율은 70%대다. 반면 우리나라의 노후 소득대체율은 20%에 불과하고 국민연금 수급자의 소득대체율도 31% 정도다.
김성희 L-ESG평가연구원 원장은 "단계적으로 60세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방안이 노후 소득공백을 최소화하는 합리적이고 적절한 방안"이라며 "법정 정년연장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청년 채용과 고령자 채용 실적을 모두 연계하는 지원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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